수행기 405

현재 조건에 만족하는 삶

현재 조건에 만족하는 삶  명색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말은 명색은 끊임없이 사라진다는 말과 같다. 명색이 멈추는 일은 없을까? 재가우안거 62일째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월 중순임에도 삼십도가 넘는다. 너무 더워서 견딜 수 없다.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해가 계속 될까?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백권당에서 행선과 좌선을 했다. 행선할 때 발바닥이 쩍쩍 달라 붙었다. 발을 뗄 때는 “쩍”하고 소리가 났다. 아직 중앙냉방장치가 가동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행선은 고역이 되었다. 행선에서 삼매가 생겨나기는 쉽지 않다. 오래 계속 하면 근접삼매와 같은 집중이 생겨날지 모른다. 그러나 행선과 좌선은 오전 아홉 시 이전에 끝내야 한다. 업체 담당자들..

수행기 11:41:59

책상을 탕탕치며 “이것”타령하는 사람을 보면

책상을 탕탕치며 “이것”타령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에 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밀폐된 공간의 온도는 아마 삼십도가 훌쩍 넘는 것 같다. 습도도 또한 높아서 앉아 있기가 고역이다. 그럼에도 삼십분 버텼다. 오늘 재가우안거 61일째 되는 날이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이기도 하다. 자영업자에게는 휴일이 없다. 당연이 추석연휴도 없다. 오늘도 백권당에 나와 행선과 좌선 했다. 현재시각 오전 8시 32분이다. 오전 10에는 나가야 한다. 창동에 가야 한다. 홀로 사는 장모댁에 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속도전 해야 한다. 한시간 반이내에 글을 끝내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어떤 사람이 글을 남겼다. 수행은 방편이라고 했다. 이는 수행이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임을 말한다. 더 나아가 수행무용론이라고 볼 수 있..

수행기 2024.09.18

새기고 또 새기고 되새김하며 읽은 담마짝까(初轉法輪經) 법문

새기고 또 새기고 되새김하며 읽은 담마짝까(初轉法輪經) 법문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눈을 감고 먹었다. 눈 뜨고 먹을 때 보다는 맛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재가우안거 60일째이다. 오늘은 추석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쉬어 가기로 했다. 한달전 부모님 기일이 있었는데 동생네와 합의 해서 패싱하기로 한 것이다. 설날 때 다시 만날 것이다. 수행이 늘 잘되는 것은 아니다. 잘 될 때보다 잘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주 잘 될 때는 드물다. 그럼에도 기억은 강렬하다. 이런 것도 싸띠(sati)에 해당될 것이다. 오늘 행선은 실패 했다. 고작 십분 하다가 그만 두었다. 도대체 삼매가..

수행기 2024.09.17

손님은 반갑게 맞이 해야

손님은 반갑게 맞이 해야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 왔다. 통증이라는 손님이다. 이게 얼마만인가? 거의 일년 된 것 같다. 손님은 반갑게 맞이 해야 한다. 오늘 아침 좌선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통증이라는 손님과 함께 했다.  오늘 재가우안거 59일째이다. 추석명절 전날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이 텅 빈 것 같은 빌딩에 나 혼자만 있는 듯하다. 백권당의 아침이다.  수행기를 쓰는 것에 대하여 수행은 누군가에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행기를 쓰는 행위는 정당한 것인가? 매일 수행기를 쓰고 있다. 좌선을 마치면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여백을 대한다. 그리고 느낀 것, 경험한 것, 체험한 것을 인터넷에 올린다. 이런 것도 인정받기 위..

수행기 2024.09.16

어떻게 해야 죽음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죽음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밝고 화창한 백권당의 일요일 아침이다. 이런 날에 죽음을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웰다잉(well dying)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죽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오늘 재가우안거 58일째 되는 날이다. 어제는 슬픈 날이었다. 친구가 죽었기 때문이다. 같은 학과 동기가 암투병하다 죽은 것이다. 친구의 죽음 올해 나이 만으로 예순다섯, 짧지 않은 나이이다. 그러나 백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아쉬운 나이이다. 친구는 해남에 살았다. 안양에서 살다가 해남으로 귀촌해서 농사지으며 산 것이다. 십년이 약간 넘었다. 작년에는 늦은 나이에 손해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벌이를 하기도 했다. 농작물 피해평가 일을 한 것이다. 친구는 올해 초에 대장암 수술을..

수행기 2024.09.15

아무 의미 없고 무가치해 보이는 일을 바보처럼

아무 의미 없고 무가치해 보이는 일을 바보처럼 이렇게 상쾌할 수 없다.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우울한 마음도 날려 버린다. 이런 맛에 명상하는 것인지 모른다. 재가우안거 57일째이다. 하루 하루 날자는 카운트 된다. 우안거는 음력 구월 보름날인 10월 17일에 끝난다. 앞으로 한달 하고도 3일 남았다. 오늘 아침 우울했다. 친구 처로부터 친구가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남으로 귀촌해서 밤호박, 꿀고구마와 같은 특산품을 농사짓던 해남친구이다. 해남친구는 암으로 사망했다. 대장암수술을 받았는데 성공적이지 않았다. 소장까지 문제가 있어서 장루를 두 개나 달고 있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어서 죽기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도 살기 위한..

수행기 2024.09.14

멍한 상태인지 새김이 있는 상태인지

이것이 멍한 상태인지 새김이 있는 상태인지  지금 이 상태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이 덜 깬 상태일까? 정신이 멍한 상태일까? 혹시 무념무상(無念無想) 상태는 아닐까? 혹시 새김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는 아닐까? 대체 이것은 멍한 상태일까 새김이 있는 상태일까? 재가우안거 56일째이다. 오늘 아침은 특별했다. 아파트 동 현관문을 나서서 십여미터 가는 도중에 마음 상태가 달라진 것이다. 평소와는 달랐다.  길을 걸을 때 졸음이 있는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멍한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달랐다. 행선이나 좌선할 때 새김이 확립된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수행이라 하여 반드시 좌선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행선하는 것도 수행이다. 위빠사나 수행처에서는 일상도 수행이라 말한다..

수행기 2024.09.13

행선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라

행선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라  인내가 열반으로 인도한다는 말이 있다.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있음을 말한다. 오늘 아침 행선이 그랬다. 무려 한시간 행선 했다. 이런 날은 없었다. 오늘은 재가우안거 55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 날씨는 잔뜩 흐려 있다. 무더위는 가셨다. 간혹 비가 뿌리기도 했다. 우산을 쓰고 백권당으로 향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잘 될 수 있을까? 늘 그렇듯이 백권당에 오면 아침을 먹는다. 집에서 준비한 감자와 고구마와 계란을 먹는다. 오늘은 특별히 밤호박을 가져 왔다. 이마트 안양점에서 할인 행사한 것을 두 박스 구입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커피를 마신다. 원두를 절구질하여 만든 절구커피이다. 요즘에는 얼음 세 조각을 넣는다. 뜨거운 것보다 뜨거운 것이 약간 가신 것이 맛이 좋다..

수행기 2024.09.12

명상이 저절로 되었을 때

명상이 저절로 되었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이를 지극히 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단잠을 자고 난 후의 상태와 같다. 막 잠들려는 상태와도 같다. 좌선 중에 일어난 것이다. 재가우안거 53일째이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별했다. 행선과 좌선을 하는데 집중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저절로 되는 것 같다. 이런 날은 드물다. 행선과 좌선이 늘 잘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애쓰다가 시간만 지나간다. 이럴 경우 잡념에 지배 받는다. 빨리 끝내고 싶어 진다. 하루에 두 번 좌선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번씩 좌선한다. 그런데 오전과 오후는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오후에는 오전과 달리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졸립기도 하다. 오후 좌선은 실익이 없다. 그래서일까 선원에..

수행기 2024.09.10

정신과 물질로 환원하여 세상을 바라보았더니

정신과 물질로 환원하여 세상을 바라보았더니   일요일 아침햇살이 찬란하다. 막 좌선을 마쳐서일까 마음은 맑고 깨끗하고 밝았다. 오늘 아침은 평소와는 다르다. 이것저것 알게 된 것이 있다. 이것을 작은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침햇살 찬란한 백권당의 아침이다. 오늘 재가우안거 51일째이다. 일요일이라 해서 안거를 쉬는 일은 없다. 주말은 평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날씨와도 무관하다. 이렇게 후기를 쓰는 것도 거르는 일은 없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하얀 여백을 대하고 있다. 막 좌선을 마쳤으므로 갖가지 견해에 영향 받지 않는다. 생각해 둔 것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쓰고자 한다. 먹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새벽 꿈이 좋았다. 새벽 두 시에 깨어 마하시 사야도의 담마짝까법문을 보았다. 언제 읽어도 가슴을 울..

수행기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