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내 세울 것이 얼굴밖에 없는 사람은, 재가안거 85일차

내 세울 것이 얼굴밖에 없는 사람은, 재가안거 85일차 명상이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달렸다. 잠을 푹 잘 자고 나면 좌선도 잘 된다. 그렇다고 한시간 내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복이 있다. 오늘 한시간 좌선을 했다. 어제 약간 체험한 것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것은 좌선 중에 일시적으로 환한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고자 한 것이다. 한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일을 한시간 집중해서 한다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한시간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산다. 감각적 욕망으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눈이나 귀 등으로 오욕락을 즐긴다. 그러나 수행자..

수행기 2023.10.25

좌선 한시간에 후기는 두 세시간, 재가안거 84일차

좌선 한시간에 후기는 두 세시간, 재가안거 84일차 한번 잡은 기회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권투선수는 승기를 잡았을 때는 상대를 마구 몰아 부친다. 세렝게티 평원에서 먹이를 포착한 치타는 폭발적 스피드로 질주한다. 명상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좌선을 하다 보면 늘 같은 상태가 아니다. 하루도 이전과 같은 상태가 없다. 고요나 평온함도 매일 같은 것은 아니다. 시시각각 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딸깍”하며 문을 열듯이 전환하는 포인트가 있다. 이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오늘은 재가안거 84일째이다. 안거 해제일이 점차 다가온다. 반달은 점차 살이 붙는 것 같다. 앞으로5일만 지나면 해제날이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가? 이번 재가안거에서 큰 성과를 바라지 않았다..

수행기 2023.10.24

책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재가안거 83일차

책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재가안거 83일차 끊임없이 밀려온다.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밀려 오는 좀비 떼들 같다. 끊임없이 밀려 오는 것이 영화 미드웨이에서 급강하폭격기들 같다. 대공포화를 작열하여도 그 틈을 비집고 스며든다. 좌선 중에 번뇌망상이 밀려 드는 것이 좀비 떼들 같고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급강하폭격기들 같다. 오늘은 재가안거 84일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7시 49분에 앉았다. 앉을 때마다 다짐한다. 오늘 한시간도 배의 부품과 꺼짐을 한 개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는다. 어느 때 망상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때는 주관찰 대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보는 것이다. 이때 배를 새기는 것은 대공포화를 작열하는 ..

수행기 2023.10.23

사띠 번역어 오염에 대하여, 재가안거 82일차

사띠 번역어 오염에 대하여, 재가안거 82일차 순간적으로 기쁨이 일어났다. 그것은 환희에 가깝다. 눈 앞이 훤한 상태에서, 미치 전구가 켜진 것 같은 상태에서 기쁨과 환희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극히 짧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밝은 상태에서 새김은 분명했다. 배의 부품과 꺼짐이 분명히 보였다. 배의 부품과 꺼짐이 있어서 새기고 있는지, 새김이 있어서 배가 부풀고 꺼짐이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거의 동시라고 본다. 오늘은 재가안거 82일째이다. 점점 90일을 향해서 간다. 내일 10월 22일 일요일에는 담마와나선원에서 법회가 있다. 이번 안거와 관련된 것이다. 아직 안거가 일주일 남았지만 안거를 마치는 법문이 될 것 같다. 울산 붓다의 길따라 선원에서 빤냐와로 스님이 참석한..

수행기 2023.10.21

진실로 나날이 새로워지려면, 재가안거 81일차

진실로 나날이 새로워지려면, 재가안거 81일차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순 없다. 때로 빵도 먹고 라면도 먹는다. 좌선한다고 하여 위빠사나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사마타도 할 수 있다. 오늘 한시간 좌선이 끝난 후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사마타라 하여 반드시 까시나와 같은 수행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을 계속 생각하는 불수념(佛隨念: Buddhanussati)도 사마타 수행이다. 그렇다면 좌선 중에 담마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도 사마타 수행에 해당되는 것일까? 오늘은 재가안거 81일째이다. 이제 안거 해제가 머지 않았다. 90일째 되는 날이 해제날이다. 음력 9월 보름날인 10월 29일이 공식적 해제날이다. 그 동안 줄기차게 달려 왔다. 마치 오토바이 하나에 의지하여 대륙을 횡단하는 자가..

수행기 2023.10.20

윤회에서 두려움을, 재가안거 80일차

윤회에서 두려움을, 재가안거 80일차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날줄 몰랐어요." 강아지 주인은 망연자실한 듯 보였다. 유튜브에서 본 것이다. TV특종 프로에 대한 것이다. 강아지들은 무려 19마리이다. 어미 개는 두 마리이다. 주인은 암캐 두 마리를 키우면서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개 두 마리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한 개는 새끼를 10마리 낳았고, 또 한 개는 새끼를 9마리 낳았다. 평화롭던 시골 집에 온통 강아지들 뿐이다. 어미 개들까지 합하여 20마리가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집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었다. 이 생명들을 어찌해야 할까? 오늘은 재가안거 80일째이다. 오전에 업체 납품 갔었다. 오후에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오후 4시 11분에 자리..

수행기 2023.10.19

즐거운 느낌을 왜 괴롭다고 보아야 하는가? 재가안거 79일차

즐거운 느낌을 왜 괴롭다고 보아야 하는가? 재가안거 79일차 다리를 쭉 뻗었다. 드러누워 온몸을 쭉 뻗었다. 좌선이 끝나는 알람 소리와 함께 그대로 드러누웠다. 나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막바로 일어나는 것보다 이렇게 몸을 풀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시간 좌선을 한 보상에 따른 것이다. 오늘은 재가안거 79일째이다. 모처럼 한시간 앉아 있었다. 주말과 주초에는 제대로 앉아 있지 못했다. 일감이 두 건 있어서 주말없이, 밤낮없이 매달려야 했었다. 생계에 대한 것이다. 납기는 지켜 주어야 한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가능하면 오전에 앉아 있고자 한다. 그것도 이른 아침이 좋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이다. 왜 그런가? 업체 근무시간이 시작되..

수행기 2023.10.18

일과 수행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 재가안거 77일차

일과 수행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 재가안거 77일차 좌선 중에 다른 생각을 했다. 이는 망상과는 다르다. 명상하면서 일을 생각한 것이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계획을 세웠다. 수행과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재가안거 77일째이다. 자리에 앉아 있어 보지만 마음은 다른 데에 가 있다. 일에 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명상보다 일이 우선이다. 모처럼 일감을 하나 맡았다. 계속 놀다가 갑자기 일감이 들어 왔을 때 일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고객은 늘 급하기 때문이다. 오늘 일감을 주고서 내일 결과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오늘도 그랬다. 주말작업한 것이 오늘 오전에 끝났다. 지금은 재가안거기간이라서 오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시간 좌선을 해야 한다. 그리고 후기를 써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수행기 2023.10.16

위빠사나 명상을 하면 병이 치유된다는데, 재가안거 76일차

위빠사나 명상을 하면 병이 치유된다는데, 재가안거 76일차 알람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한시간이 매우 지루했다. 마침내 알람이 울렸을 때 해방되는 것 같았다. 한시간 앉아 있기로 했으니 앉아 있어야 했다. 도중에 다리를 풀려고도 생각했으나 악으로 깡으로 오기로 버텼다. 오늘 좌선은 근자에 최악이었다. 오늘은 재가안거 76일째이다. 몸이 편치 않다. 갑자기 등에 한기가 들었다. 한기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만에 일감이 들어 왔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때 일감이 있다는 것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것이다. 어떤 일은 급하다. 납기가 급한 것이다. 빨리 해달라고 한다.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설계를 완료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말작업을 ..

수행기 2023.10.15

느낌의 변화를 분명히 알아야, 재가안거 75일차

느낌의 변화를 분명히 알아야, 재가안거 75일차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억만장자가 부럽지 않다. 부귀영화도 부럽지 않다. 그냥 이대로 앉아 있고 싶다. 밖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쳐도 눈을 감으면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피난처이다. 오늘은 재가안거 75일째이다. 오늘은 토요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모두 집에 있는 것 같다. 일터가 있는 빌딩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백권당에 6시 46분에 도착했다. 안거에 주말은 없다. 주말이라고 해서 안거를 쉬는 것은 아니다. 비 온다고 전쟁하지 않은 것은 아니듯이 안거는 날씨와 무관하다. 안거를 마치는 그날까지 강행군 하는 것이다. 이번 안거에서 목표로 둔 것이 있다. 그것은 한시간 앉아 있는 것이다. 한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

수행기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