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2824

보시전용통장을 만들고

보시전용통장을 만들고 어떤 학회가 있다. 학회는 회비로 유지된다. 회원은 회비를 내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가 논문 쓴 것을 회비로 인정해달라고 말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느 불자가수가 있다. 가수는 절 창립 행사 때 무보수로 노래 불렀다. 이른바 재능기부한 것이다. 이런 것도 보시라고 해야 할까? 글을 잘 쓰는 것도 재능이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재능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재능이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재능이다. 재능이 있어서 먹고 산다. 그런데 돈을 받지 않았을 때 흔히 재능기부라고 말한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다. 재능 없는 사람은 재능이 없기 때문에 재능기부를 할 수 없다. 몸으로 때우거나 돈으로 보시할 수밖에 없다. 재능 있는 자는 재능을 보여준다. 재능도 ..

진흙속의연꽃 2024.04.23

명학공원과 쌍개울 봄마중

명학공원과 쌍개울 봄마중 어떤 이는 글 쓸 때 반드시 날씨를 말한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날씨 얘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사람이 표현한 그 지역 그 날의 날씨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치 허사(虛辭)처럼 보인다. 오늘 날씨는 우중충하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를 보는 것 같다. 하루는 맑고 하루는 흐리고 하루는 비가 오는 봄 날씨를 말한다. 이런 날씨 소식을 전하는 것도 읽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봄의 징조는 있었다. 가장 앞선 것으로 동지를 들 수 있다. 어둠이 절정에 달한 것을 봄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다음으로 입춘이고, 그 다음으로 3월 개학일이다. 그러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사월이나 되어서야 봄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지가 개..

진흙속의연꽃 2024.04.20

개처럼 살지 않고자

개처럼 살지 않고자 햇살 가득한 백권당의 아침이다. 아침 햇살에 백권의 책이 빛난다. 책장 가득 백권의 책을 보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인 것이다.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부와 명예와 권력,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바라 보면 요즘 속된 말로 ‘자뻑’이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흔적을 남겨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손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고교시절 어떤 학생은 “저는 기필코, 기필코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 것을 일생일대에 있어서 가장 잘한 일로 보는 것이다. 정말 그는 아버지가 되었을까? 아마 틀림 없이 아버지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요즘 공원에 애완견..

진흙속의연꽃 2024.04.14

진실선언으로 장애와 고난에서 벗어나기

진실선언으로 장애와 고난에서 벗어나기 하루하루가 위태하다. 이 부실한 몸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곳 저곳에서 터질 것 같다.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는 것 같다. 이 몸이 무너졌을 때 후회는 없을까?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잘 살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일까?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기도한다. 울부짖으며 신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차분히 앉아서 명상에 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요즘 한국불교에서는 기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절의 플레카드를 보면 갖가지 기도가 난무한다. 대체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일까? 한국불교에 불공(佛供)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부터 써 오던 말이다.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는 말이다. 이렇게 좋은 말이 있음에도 기도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

진흙속의연꽃 2024.04.09

“차 맛 어때?”라는 말이 절로,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차 맛 어때?”라는 말이 절로,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해마다 연중행사가 있다. 일년에 한번 있는 것이다. 불교박람회도 그 중에 하나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것에는 혜택이 있다. 각종 행사가 열렸을 때 가보는 것이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다. 2024년 올해 박람회는 4월4일(목)부터 4월7일(일)까지 학여울역에 있는 세텍(SETEC)에서 열린다. 그 첫째 날에 가보았다. 목적지는 순탄하지 않다. 전철과 지하철을 세 번 갈아 타야 한다. 금정역에서 한번 갈아타고, 사당역에서 두 번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세 번 갈아탄다. 네 개의 노선에 세 번 환승하는 것이다. 그래도 넉넉히 한 시간 반 잡아야 한다. 불교박람회..

진흙속의연꽃 2024.04.05

화사한 벚꽃에서 찬란한 슬픔을

화사한 벚꽃에서 찬란한 슬픔을 봄바람이 부드럽다. 백권당 가는 아침에 일부로 빙 돌아 갔다. 예전에 살았던 미륭아파트로 해서 학의천으로 갔다. 벚꽃구경 하기 위한 것이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벚꽃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마치 예식장에서 백색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같은 모습이다. 벚꽃 아래를 사뿐사뿐 걸어 갈 때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비산사거리 미륭아파트 벚꽃은 미륭아파트 벚꽃은 여전하다. 수령이 사십년이 넘는다. 아파트는 78년에 세워졌다. 그때 벚꽃나무도 식재했을 것이다. 안양에 온 것은 1995년 여름이다. 직장 따라 온 것이다. 그 다음해부터 벚꽃 잔치가 시작되었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화사한 벚꽃은 어김 없이 피었다. 이런 세월이 삼십년 가까이 되었다. 벚꽃은 칠일천하에 지나지 않는다..

진흙속의연꽃 2024.04.04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야죠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야죠 매일 아침 부활한다. 아침이 되면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이 된다. 흙탕물이 가라앉은 듯 하다. 길을 갈 때 배낭을 맨다. 목적지까지 1.3-1.5키로 정도 걸린다. 약 20여분 천천히 걸어간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걷는다.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걷다가 갑자기 비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질 때 난감하다. 비가 더 심해지면 멈추어야 한다. 이럴 때 우산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우산 걱정하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우산이 있어야 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빈 배낭에 접이식 우산 하나 넣어야겠다. 준비 된 자는 당황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면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인생을 산다면 어떻..

진흙속의연꽃 2024.04.03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이미우이 음악이 흐르는 백권당의 아침이다. 오늘 따라 아침햇살이 찬란하다. 이제 보리수는 완전히 살아 났다. 하트모양에 긴 꼬리를 특징으로 하는 잎파리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예 뿍갈라- 앗타사땅 빠삿타 짯따-리 에따-니 유가-니 혼띠 떼 닥키네이야- 수가땃사 사-와까-”무슨 주문을 외는 것 같다. 이 말은 우리말로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 참사람으로 칭찬 받으니, 바른길로 가신님의 제자로서 공양 받을 만 하며”(Stn.227)라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음악이 고조된다. 어떤 노래이든지 클라이막스가 있다. 잔잔히 음악이 흐르다가 어느 순간 고조된다. 노래 아침이슬도 그렇다. 아침이슬은 처음에는 나지막하게 진행된다. “나 이제 가노라”라는 부분에 이르러 ..

진흙속의연꽃 2024.03.27

자기연민에 빠졌을 때

자기연민에 빠졌을 때 치매부모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치매에 걸린 부모 간병을 하다 보면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때 요양원에 보낸다. 그런 자식의 마음은 어떠할까? 어쩌면 자기연민을 느낄지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해 보인다. 거리에 돌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불행한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TV나 유튜브를 보아도 온통 즐겁고 행복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들어 가보면 사연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고민이 있다. 그것도 말 못할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면 말 못할 고민이다. 부모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처지도 불쌍하게 생각한다. 자기연민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근심걱정 없는 사람 없다. 누구나 하나 이상 말 못할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만 표를 ..

진흙속의연꽃 2024.03.24

형성의 그침이 행복

형성의 그침이 행복 아침햇살 가득한 백권당의 아침이다. 보리수 잎사귀가 햇살에 빛난다. 실내에는 자야망갈라가타 음악이 울려 퍼진다. 부처님의 위대한 승리와 축복의 게송이다. 보리수가 부활했다. 잎파리가 모두 떨어져서 죽은 줄 알았다. 기적을 바랬다. 혹시 살아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갈이를 해 주었다. 어느 날 희망을 보았다.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돋보기로 보니 싹이 보였다. 그리고 이삼주 지났다. 지금은 하트모양에 긴 꼬리를 특징으로 하는 잎이 되었다. 보리수가 부활한 것이다! 마음이 침체되었을 때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 이미우이 음악은 치료제나 다름 없다. 마음이 차분할 때는 라따나숫따를 듣고, 마음이 심란할 때는 자야망갈라가타, 승리와 축복의 노래를 듣는다. 승리와 축복의 노래 클..

진흙속의연꽃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