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20년동안 우정이 변치 않은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0. 13. 17:31

20년동안 우정이 변치 않은 것은

 

 

보살님에게서 기쁨이 넘쳐 흐른다. 아들이 결혼한 것이다. 그 동안 맺어 주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런데 스스로 알아서 간 것이다. 이 보다 더 경사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제 20241012일 토요일 세빛섬으로 향했다. 법우 아들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이다. 한강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한강 방향으로 가면 된다.

 

세빛섬, 이름이 생소하다. 왜 세빛섬이라고 했을까? 검색해 보니 한강을 아름답게 밝혀 줄 세 개의 빛나는 섬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반포대교 남단 물 위에 형상화하여 조성된 인공섬이라고 한다. 1390억원 들여 2014년 개장 했다.

 

 

세빛섬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지하철 3호선, 7호선, 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6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려 30분 해맸다. 웨딩홀 가는 셔틀버스 탑승장소이다.

 

토요일 저녁 서울 도심의 교통혼잡은 극심했다. 반포대교의 병목현상으로 인하여 7분이면 갈 것을 30분이 걸렸다. 출구 찾느라 해맨 것까지 합하면 한시간을 허비 했다.

 

예식장에 늦게 도착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예식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30분 늦었다.

 

자리는 지정되어 있었다. 능인선원 금강회 37기 자리에는 여섯 명의 법우들이 앉아 있었다.

 

예식장은 돔형으로 되어 있다. 테이블이 수십개 되는데 거의 5백명은 되는 것 같다. 예식과 식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식사는 코스요리로 준비되었다.

 

 

오랜만에 법우들을 보았다. 불교교양대학 법우들이다. 2004년 불교에 처음 입문했을 때 사람들이다. 만난지 20년 되어서일까 가족을 보는 것처럼 반갑다.

 

예식장에 가면 잘 차려 입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성법우들은 꽃단장을 했다. 한껏 멋을 낸 모양이다. 오랜만에 와인 잔을 들고 건배했다.

 

중앙에는 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웃음꽃이 피었다. 여기에 이해관계는 없다. 모두가 좋은 것이다. 말을 해도 다 들어 준다. 맞장구를 치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준다. 이럴 때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신부이다. 손님은 축하해주려고 온 사람들이다. 또한 증인이 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인서약을 했으니 없던 일로 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혼식의 꽃은 신부이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은 아름답다. 신부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신부 못지 않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신랑의 어머니이다.

 

 

신랑 어머니는 꽃단장 했다. 몰라 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여성은 가꾸고 꾸미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한복 입은 모습이 고와 보였다. 오늘은 신부의 날이기도 하지만 신랑 어머니의 날이기도 하다.

 

법우님과의 인연은 20년 되었다. 더구나 안양에 사는 사람이다. 단체로 수도 없이 법회를 하고, 수도 없이 성지순례를 다녔다. 이야기도 수도 없이 나누었다.

 

법우님은 아들을 결혼시키고자 무척 노력했다. 아들이 30대가 되었을 때 선을 보게 하는 등 애를 썼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들은 수원에 있는 S전자에 다니고 있다.

 

법우 아들은 40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스로 짝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법우는 뛸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은 신랑어머니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인 사람들은 자녀의 결혼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공통적으로 자녀가 결혼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걱정했다. 30대를 넘어 40대가 넘은 자녀들이 많다. 그런데 비혼선언까지 해버리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에 사는 것 같다. 자녀가 결혼하지 않아서 걱정이 큰 것 같다. 대부분 동의하는 것이다. 자녀가 30대를 지나 40대에 이르면 초조해지는 것 같다.

 

혼사는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따라 되는 것이다. 이럴 때 결혼한다고 하면 이보다 더 경사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원형 테이블에는 열 명 앉을 수 있다. 코스요리가 준비 되었다. 오랜만에 칼질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대부분 자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강남 사는 사람들 세태에 대한 것도 있다.

 

강남에서 부동산중계업을 하는 법우가 있다. 부동산과 관련하여 자녀리스크를 말했다.

 

노후에 크게 세 가지 위험요인이 있다고 한다. 이를 건강리스크, 재무리스크, 그리고 자녀리스크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잘못 관리하면 노후에 낭패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자녀리스크가 어쩌면 가장 큰 것인지 모른다.

 

자식이 사업한다고 했을 때 자녀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자금을 대주다 보면 노후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에게 너무 일찍 유산으로 물려 주어도 자녀리스크가 발생해서 낭패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당 1억원이 넘기 때문에 수십억원하는 것은 보통이다. 그런데 이처럼 부동산 폭등으로 인하여 자녀와 다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강남에서 부동산중계업을 하는 법우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간의 재산다툼을 여러 번 보았는데 이제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절대 자녀에게 일찍 재산을 물려 주지 말라는 것이다. 재산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 함을 말한다. 재산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재산을 미리 물려 주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막대한 불로소득이 생겼을 때 자녀를 망치게 된다.

 

강남에 산다고 하여 모두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자녀들은 패륜아가 되는 것 같다. 부모가 연로하면 할수록저 아파트는 어차피 내것이다.”라며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는 수십억원 한다. 대치동 아파는 호가가 46억원이라고 한다. 아마 국민평형대의 아파트일 것이다. 이를 아버지는 43억원에 내놓았다고 한다. 실제로 거래는 40억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46억원에는 절대로 팔 수 없다는 것이다.

 

강남에서는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이 재산다툼이 일어날 때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한다. 결국 자식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다. 강남에서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는 것이 원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만나면 반가운 것이 친구라고 한다. 20년지기 법우들은 친구이상이다. 형제나 자매와 같아서 가족과 같다. 언제 보아도 반갑다. 어제 온 사람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80이 가깝다.

 

십년전에 80에 가까운 사람은 70에 가까웠다. 그때 나이가 가장 많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간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평행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번 연장자이면 계속 연장자이고, 한번 막내이면 10, 20년이 지나도 계속 막내인 것이다.

 

 

모임에서 가장 막내는 이제 50대 후반이 되었다. 불교에 입문한 20년전에는 30대 후반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젊어서일까 가장 인기가 있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젊은 사람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다음에 또 만나기로 했다. 내년 오월에 막내가 사는 전원주택에서일박이일하기로 했다. 인제는 막내의 고향이다. 현재 주말만 활용한다. 내년에는 아예 내려가서 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약속했으니 번복하지 못할 것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20년동안 우정이 변치 않은 것은 서로 존중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허물이 없다. 설령 허물이 있어도 덮어 준다.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함께 할 소중한 도반들이다.

 

 

2024-10-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