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만원대 트렌치코트를 16만원대에 샀는데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걸어 갈 때 어깨를 부딪칠 정도이다.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 매년 이맘때 볼 수 있는 축제와 같은 광경이다.
오늘은 ‘쓱데이’ 마지막 날이다. 사흘 동안 ‘이마트 안양점’에는 평소보다 대여섯 배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올해 쓱데이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이다.
시장이 가까이 있다. 아파트 동현관에서 직선 거리로 백미터 정도 된다. 그것도 큰 길 건너지 않고 작은 길 건너에 있다. 이런 입지조건으로 인하여 매일 간다. 살 것이 없어도 가서 한번 휙 둘러 본다.
대형마트 가까이 이사 온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된다. 전에는 이런 것 없었다. 마트는 어쩌다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과 백미터 거리에 있다 보니 소비하는 삶이 되었다.
돈은 써야 맛이 난다. 사람들은 어쩌면 돈 쓰는 재미로 사는지 모른다. 돈 없는 서민들은 어떤 재미로 살까? 나름대로 삶의 방식이 있다. 그래보았자 만원 쓰는 것이다. 소액을 쓰는 것이다.
만원은 적은 돈이기도 하고 큰돈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장에서 만원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만원 한장 짜리 쓰면 꽤 묵직한 무게가 된다. 먹거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조리해 먹는 것을 말한다.
매일 마트에 간다. 마트에 가면 수천, 수만 가지 상품을 접한다. 상품 보는 재미도 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상품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 사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시장에서는 만원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재래시장이든 중형마트이든 대형마트이든 만원 기준이다. 이렇게 본다면 시장은 서민들이 가는 곳이다. 고가를 취급하는 백화점과는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만원 한장 짜리 행복을 누린다. 만원어치 사면 행복한 밥상을 만들 수 있다. 육류코너에 가도 수산물코너에 가도 만원 한장 있으면 만족할 만한 식탁이 된다.
마트에서 특별히 싸게 팔 때가 있다. 이마트 안양점에서는 매년 이맘 때쯤 쓱데이 행사를 한다. 다른 점에서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마트 안양점은 주로 안양 서부지역, 즉 구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온다.
이마트 안양점과 함께 거의 삼십년 살았다. 1995년 안양으로 이사 온 이래 이마트와 함께 한 세월이었다. 아마 이사 올 무렵에 생겨났을 것이다. 검색해 보니 개점일은 1997년이다. 이마트가 건설 된 것을 보았고 이후 주욱 드나들었다.
이마트 안양점에 대하여 더 검색해 보았다. 신세계그룹이 아닌 부방유통에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형할인점 형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할인점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연 매출액은 1,200억원이다.
쓱데이날 매일 이마트에 간다. 반값에 사는 재미로 가는 것이다. 원플러스원(1+1)라 하여 반값이다. 또한 50% 할인이라 하여 반값이다. 사람들은 반값에 사는 재미로 이날을 기다려온 것 같다.
옷을 하나 샀다. 겨울에 입는 롱코트이다. 상품명은 ‘트렌츠코트’이다.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요즘 트렌드와도 맞는 것 같다. 꼬리표에 있는 품명을 보니 ‘솜털(다운)제품(거위)’라고 되어 있다. 내피도 있다.
트렌치코트 가격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698,000원이다. 세상에 이런 고가의 옷도 있을까?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 판매하는 금액이다. 가격표에는 129,000원으로 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쓱데이 가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어떻게 698,000원짜리를 129,000원에 팔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소비자는 싸게 사면 기분이 좋다. 가능하면 시가 보다 싸게 사고자 한다. 그래서 싸게 파는 곳에 기꺼이 찾아가고자 한다.
이제 겨울이 되면 겉옷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것도 외출복으로 하나 있어야 한다. 이런 때 트렌드에 맞는 옷을 무려 569,000원 싸게 샀다. 정말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영업전략인지도 알 수 없다. 소비자를 현혹케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는 엄청난 가격으로 싸게 산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쓱데이 삼일째, 오늘도 마트에 갔다.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이다. 무인계산대를 이용하기 위한 줄이 수십미터나 된다. 사람들은 카트 가득 물건을 싣는다. 거의 대부분 반값 상품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날을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오늘은 치즈를 샀다. 슬라이스치즈 백매짜리 한팩에 24,980원이다. 오늘 같은 날은 50% 할인된다. 사실상 원플러스원이나 다름 없다. 두 팩을 샀다. 한팩에 12,490원이 된다. 반값에 산 것이다.
치즈는 매일 먹는 주식이나 다름 없다. 아침에 찐계란 하나, 찐 고구마 두 쪽, 그리고 식빵 한조각에 치즈를 곁들여 먹는다. 두 팩을 샀으니 든든하다. 그것도 반값에 샀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마치 70년대에 겨울을 나기 위해서 연탄 100장에 세 달 먹을 김장을 해 놓은 것과 같은 기분이다.
쓱데이 기간 동안 엄청난 소비가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이날을 기다려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것 같다. 만약 이런 행사가 달마다, 철마다 있게 된다면 골목상권은 죽게 될 것이다. 중형마트와 재래시장은 큰타격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일년에 한번이다. 삼일동안만 반값에 파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척 들뜬 것 같다. 또한 뿌듯해 하는 것 같다. 힘겹고 고단한 세상 살면서 이런 때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트렌치코트 69만원대를 16만원대에 파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
장사와 사업을 잘 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것인가? 부처님은 '사업의 경'에서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A4.79)라고 했다. 하나 주기로 했는데 하나 더 주는 식이다.
장사나 사업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다시 찾는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다시 주문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고객이 이익 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감동을 시켜야 한다.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이익 되게 했을 때 감동하지 않을 자 없을 것이다.
사업 19년차이다. 2005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변함 없이 일인사업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고객을 만났다. 처음에는 고객과 싸우기도 했다. 을의 입장을 망각한 것이다. 직장생활 할 때와 같이 갑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싸우게 되면 다시는 주문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견적을 넣을 때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너무 지나치게 이익을 많이 취하려 하면 달아나버린다.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내야 한다. 고객에게 이익이 되게 견적 냈을 때 계속 주문하게 된다. 부처님이 말한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A4.79)라는 가르침을 장사나 사업에 적용하면 실패할 수가 없다.
할인의 날에 반값에 사면 만족하게 된다. 그것 이상으로 싸게 되면 흡족하게 될 것이다. 설령 그것이 소비자를 현혹케 하는 장사수법일지라도 기분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 살면서 때로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24-11-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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