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네이버에서 제2의 블로그 인생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1. 8. 19:57

네이버에서 제2의 블로그 인생을

티스토리 블로그에 문제가 생겼다. 내 블로그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디를 찾고 비번을 찾아 들어가면 실수로 만든 텅 빈 블로그에 접속된다. 블로그도 수명이 다 된 것일까?

사십대 중반 이후의 삶은 블로그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업이 있기는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2005년 미디어 다음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글쓰기 18년차 되는 블로거이다.

다음의 블로그는 망했다. 사오년전 미디어 다음에서는 블로그를 폐쇄 했다. 다음에서는 ‘티스토리’로 이전하라고 했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나의 전부나 다름 없는 블로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티스토리에서 새로운 블로그 인생이 시작되었다. 다음에 있는 모든 자료는 고스란히 티스토리로 이전 되었다. 다만 댓글은 모두 지워졌다. 나의 과거 세월이 상실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티스토리는 다음과 달리 다른 구조의 집이다. 사용해 보니 여러모로 불편했다. 검색이 잘 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블로그 내 검색을 했을 때 다음 때 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댓글에 대한 통제 장치도 없다.

인터넷 포털의 역사는 2000년대 전후로 시작된다. 2000년을 전후하여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 되었는데 그때 다음과 네이버가 선두였다. 처음에는 두 포털이 시장을 반반씩 나누어 가졌다. 그러다가 차츰 네이버가 우세하게 되었다.

다음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에도 만들었지만 다음 블로그를 우선 했다. 다음 블로그가 폐쇄 되기 전까지는 십여년 동안 오로지 다음 블로그에만 글을 썼다. 네이버 블로그는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다음 블로그가 폐쇄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 블로그에서 영원히 글을 쓸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런데 사오년전 다음에서는 블로그 문을 닫을 것이라고 공지 했다.

블로그에는 수천개의 글이 있다. 블로그가 폐쇄되면 수천개의 글도 사라지는 것일까? 그럴 염려는 없었다. 티스토리로 이전해서 계속 보존 되도록 조치 한 것이다.

인터넷 포탈 다음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초창기 때는 네이버와 대등하게 경쟁했으나 해가 갈수록 밀렸다. 이는 키워드광고 클릭당 단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네이버가 다음 보다 세 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음 블로그를 버리지 않았다.

다음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넘어가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계정을 새로 설정하는 문제로 야기 되었다. 다음 계정이 있고, 티스토리 계정이 있고, 카카오 계정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다. 마침내 계정을 분실하는 사태가 나고 말았다.

현재 티스토리 블로그 계정을 알 수 없다. 계정을 수도 없이 바꾸다 보니 잊어 버린 것이다. 복원 신청 문의 메일을 보내 보았으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내 블로그임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

저기 집이 하나 있다. 저 집은 분명히 내집이다. 집에는 내가 쓰던 가구나 살림살이가 있다. 그러나 열쇠가 없어서 들어갈 수 없다. 티스토리 블로그가 이런 꼴이 되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아주 못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티스토리앱에서는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올리는 등 편집을 하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티스토리 블로그는 반신불수가 된 것이나 다름 없다.

블로그에는 7,800개의 글이 있다. 2006년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 18년동안 하루 일과 가운데 오전은 글쓰기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로그에는 나의 세월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런 블로그를 포기할 수 없다.

현재 티스토리 블로그는 PC에서 들어갈 수 없다. 글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다. 마치 남의 블로그를 보는 것처럼 내 블로그를 보는 수밖에수 없다.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영원할 것 같은 블로그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오전일과는 글쓰기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써 놓은 글은 인터넷에 올린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다. 그런데 티스토리 블로그가 불능상태가 되자 더 이상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가 없다. 이럴 때 네이버 블로그가 생각났다.

네이버에도 블로그가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만들었다. 아마 2000년대 후반에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들어만 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그제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은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불편해도 오래 살았다면 익숙해져 있어서 이사 가려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음이나 티스토리 블로그가 불편해도 익숙하기 때문에 그대로 간 것이다.

다음에서 오랜 세월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다른 것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다음 블로그가 폐쇄되자 어쩔 수 없이 티스토리로 옮겼지만 불편해도 그대로 갔다. 그러다가 계정 문제로 반신불수가 되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제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참으로 놀라웠다. 티스토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한 기능이 많다.

네이버 블로그는 사진을 올릴 때 콜라주도 있고 슬라이드 기능도 있다. 또한 마이박스를 직접 클릭 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수많은 편리 기능이 있다. 한마디로 글을 올릴 맛이 나는 것이다. 왜 진작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경향이 있다. 우물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물 안을 벗어나면 경이로운 세계가 있음에도 익숙함으로 인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다음과 네이버에 두 개의 블로그를 만들어 놓았는데 다음에 올인한 것이 오늘날과 같은 손해 보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넘어 가면서 블로그는 점차 볼품 없어졌다.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면 가구 등이 망가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것과 같다. 그 결과 조회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다음 블로그 시절 하루 평균 조회수는 5천명가량 되었다. 그야말로 불교계의 파워블로그였다. 그러나 티스토리로 옮겨 가면서 점차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600명대에 지나지 않는다. 참으로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현재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7,800개의 글이 있다. 다음 블로그시절부터 누적조회수는 874만명에 달한다. 불교계에서 아직까지 이 누적조회수보다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교계 신문에서는 ‘파워블로그’라고 했다. 또한 글 쓴 사람에게는 ‘파워블로거’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영화도 끝이 난 것 같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더 이상 연연해 할 수 없다. 마치 블로그가 사망한 것처럼 불능상태가 되자 여기서 딱 멈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티스토리에 새로운 글은 올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블로그가 폐쇄 된 것은 아니다. 블로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내것이지만 내가 들어갈 수 없으니 남의 블로그 보듯이 보는 것이다.

블로그에 실려 있는 7,800개의 글은 나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다. 콘텐츠에는 18년 세월이 녹아 들어가 있다. 천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컴퓨터에 있는 자료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의 일이다. 그때 랜섬바이러스로 인하여 자료가 모조리 파괴되었다. 소중한 사진이 모두 사라졌다. 문서작성한 것도 사라졌다. 일감이 있어서 작업한 파일도 사라졌다. 그러나 인터넷에 보관 되어 있는 것만큼은 살아 남았다.

컴퓨터 안에 있는 파일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웹에 있는 자료는 안전할까? 안심할 수 없다. 랜섬바이러스 사건 이후로 블로그에 있는 모든 자료를 다운 받아 놓기로 했다. 인터넷도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블로그에 있는 글은 나의 생명과도 같다.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그래서 모두 다운 받아 놓았다. 그리고 책으로 만들었다. 종이책으로 만들어 놓아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 141권 만들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7년동안 틈만 나면 만든 것이다.

과거에 써 놓은 글은 모두 별도의 파일에 저장되어 있다.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피디에프(pdf) 파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피디에프(pdf) 파일을 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누구든지 다운 받아 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 놓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현재 백권당에는 140권의 책이 있다. 종이로 인쇄하고 제본한 책이다. 집에도 똑 같은 책이 있다. 한번 인쇄제본할 때마다 두 질을 만들었다. 한권은 백권당 책장에 보관하고, 또 한권은 아파트에 보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안심할 수 없다. 불에 타버릴 수도 있다. 본인이 사망하면 사라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글을 영원히 남게 할 수 있을까? 노벨상을 탈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면 먼 훗날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금방 잊혀 진다. 죽음과 함께 잊혀 지는 것이다. 당연히 남겨진 글도 잊혀 질 것이다.

내가 쓴 글이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길이길이 남을 글을 써야 한다. 누가 읽어 보아도 공감하고 누가 읽어 보아도 감동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내용과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과연 내 글은 먼 훗날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글을 쓸 때는 가장 순수한 상태가 되었다. 2006년 이후 매일 오전에 글쓰기 할 때 마음은 청정한 상태가 되었다. 글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깨끗해야 쓸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더러운 상태가 되면 글을 쓸 수가 없다.

부처님 당시 ‘쌉빠다싸’라는 수행승이 있었다. 쌉빠다싸는 출가한지 25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했다.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에 실망하여 자결하려고 했다.

쌉빠다싸는 승원에서 이발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쌉빠다싸는 면도칼을 자신의 목에 댔다. 이 부분에 대하여 법구경 인연담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면도날로 숨통을 자르려는 순간 자신이 구족계를 받고 오점 없는 달이나 투명한 보석처럼 흠 없는 청정한 삶을 산 것을 회상하며 온몸에 환희와 전율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고 그 느낌을 극복하고 통찰을 계발하여 네 가지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를 성취했다.”(DhpA.256-260)

쌉빠싸와 장로는 목에 칼을 대는 순간 깨달았다. 그것은 자신의 계행이 청정한 것을 알고 난 다음이다. 출가 이후 한점 부끄럼 없이 산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진하여 아라한 되었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잘한 것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블로그에 글 쓴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왜 그런가? 글 쓰는 순간만큼은 순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이 완성되어 인터넷에 올릴 때에는 일시적으로나마 강렬한 기쁨을 맛 보았다. 이런 것도 어쩌면 정신적 재산일지 모른다.

이제 네이버 블로그에서 새로운 블로그 인생을 시작한다. 글은 매일매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글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구독자가 생겨날 것이고 또한 보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다.

유형의 재산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불이 나서 사라질 수 있고, 바람이나 물로 사라질 수 있고, 도둑이 들어 사라질 수 있고, 악의적인 상속자에 의해서 탈취당할 수 있다. 그러나 무형의 재산은 사라질 염려가 없다.

글을 유형의 재산이기도 하고 무형의 재산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남아 있거나 책으로 남아 있다면 유형의 재산이다. 그런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청정한 상태였다면 이는 무형의 재산을 가진 것과 같다.

돈이나 재물과 같은 유형의 재산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일곱 번째로 지혜의 재물”(A7.6)이라는 무형의 재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글을 쓴 것은 배움의 재물이기 때문에 죽어서도 가져 갈 수 있는 것이다.

블로그와 함께 오랜 세월 살아 왔다. 삶이 힘들 때 블로그에 글을 쓰면 힘이 되었다. 이제 네이버 블로그에서 제2의 블로그 인생을 살고자 한다. 오늘은 네이버 블로그 삼일째 되는 날이다.

2024-11-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