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이번 생에 발판이라도, 재가안거 74일차

이번 생에 발판이라도, 재가안거 74일차 좌선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스마트폰이 진동한 것이다.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받으면 집중이 깨져 버린다. 말을 하는 순간 언어적 행위로 인하여 명상은 그것으로 끝이다. 무시하기로 했다. 진동이 아닌 무음으로 했어야 했다. 오늘은 재가안거 74일째이다. 오늘 좌선은 대체로 성공적이다. 어제 보다는 나았다. 번뇌망상이 덜 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서 그대로 이대로 있고 싶었다. 배의 부품과 꺼짐에 집중했다. 주관찰 대상을 새기는 것이다. 초반에 잡지 못하면 번뇌망상으로 보내기 쉽다. 초반부터 배의 움직임에 마음을 기울인 것이다. 좌선 중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부러울 것이 없다. 재벌이라 해서 이런 행복이 있을까? 돈이 많으면 감각적 욕망에 탐닉하..

수행기 2023.10.13

똑똑 떨어지도록 새겨야 하는데, 재가안거 73일차

똑똑 떨어지도록 새겨야 하는데, 재가안거 73일차 마음이 청정하면 중생도 청정하다고 했다. 심청정이면 국토청정과도 같은 말이다. 한시간 좌선을 마치고 창을 바라보니 세상이 평화롭다. 아침햇살에 식물은 빛난다. 이런 맛에 명상하는지 모른다. 오늘은 재가안거 73일째이다. 오늘은 7시 34분에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배의 부품과 꺼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무산된다. 망상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떤 불교전통에서는 ‘번뇌즉보리’라고 했다.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는 말이다. 번뇌가 어떻게 깨달음이 될 수 있을까? 번뇌가 번뇌인줄 알면 깨달음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마치 법구경에서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음을 알면 그로써 현명한 자가 된..

수행기 2023.10.12

수행에 진전이 없는데, 재가안거 72일차

수행에 진전이 없는데, 재가안거 72일차 수행에 진전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 오늘 한시간 좌선에서는 망상이 지배했다. 마음이 탈탈 털린 것 같았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오늘은 재가안거 72일째이다. 행선을 먼저 했다. 막바로 앉았을 때 졸음이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행선을 20분 가까이한 다음에 자리에 앉았다. 좌선은 8시 24분에 시작되었다. 한시간 알람 설정한 것에 대하여 시작버튼을 눌렀다. 아래로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한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언제나 그렇듯이 좌선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오늘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놓치지 않고 새기겠다는 말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망상에 마음이 털리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수행기 2023.10.11

졸음을 어찌할 것인가? 재가안거 72일차

졸음을 어찌할 것인가? 재가안거 72일차 매번 졸음과의 전쟁에서 패한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자리에 앉은지 십여분이 지나면 졸음이 온다. 이럴 때 손님이라도 오면 좋을 것 같다. 통증을 말한다. 다리저림과 같은 통증을 말한다. 그러나 손님도 없을 때 졸음을 참을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재가안거 72일째이다. 자리에는 8시 9분에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시각은 8시 42분이다. 자리에 33분 앉아 있었다. 졸음이 와서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흔히 수마(睡魔)라고 한다. 잠의 악마라는 뜻이다. 좌선 중에도 수마가 있다. 자리에 앉았을 때 해태와 혼침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수마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수타니파타 빠다나경(정진의 경, Sn.3.2)..

수행기 2023.10.10

부품과 꺼짐을 네 단계씩 새겼는데, 재가안거 71일차

부품과 꺼짐을 네 단계씩 새겼는데, 재가안거 71일차 확실히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좌선을 말한다. 막 명상을 마쳤을 때 세상은 청정하다. 막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개운하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아,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은 재가안거 71일째이다. 오늘 한시간 좌선을 했다. 아침 8시 51분에 시작해서 9시 51분에 끝냈다.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좌선은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앉은지 20분가량 되었을 때 혼침이 왔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리운 것이었다. 명상 중에 잠이 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하는 방법이 있고, 광명에 마음을 두는 방법이 있고, 이를 악무는 방법 등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자는 것이..

수행기 2023.10.09

이 고뇌의 강을 건너 저 이지(異地)의 나라로, 재가안거 70일차

이 고뇌의 강을 건너 저 이지(異地)의 나라로, 재가안거 70일차 “이 고뇌의 강을 건너 니르바나, 저 이지의 나라에 가라.”이 말은 법구경에 나온다. 석지현 스님이 번역한 것을 말한다. 이 경구에서 “이 고뇌의 강을 건너”라는 말에 마음이 갔다. 그래서 한때 블로그 제목을 ‘이 고뇌의 강을 건너’라고 했다. 오늘은 재가안거 70일째이다. 숫자 7을 기록했다. 일곱 번째 맞는 10일이다. 또한 오늘은 일요일이다. 오늘로서 재가안거 10번째 맞는 일요일이다. 오늘 일요일 외출계획이 있다. 평소와 달리 서둘러야 한다. 좌선도 30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알람은 이전대로 한시간으로 세팅해 놓았다. 좌선은 7시 20분에 시작해서 7시 55분에 끝났다. 35분 좌선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지(異地)의 세계에 있는 ..

수행기 2023.10.08

고독한 수행자, 재가안거 69일차

고독한 수행자, 재가안거 69일차 결국은 혼자 가야 하는 길이다. 아무도 함께 이 길을 갈 수 없다. 죽음이 왔을 때 혼자 가야 하듯이, 도와 과의 길도 혼자 가야 한다. 오늘은 재가안거 69일째이다. 평소와 다름 없는 나날이다. 백권당에 와서 아침을 먹는다. 감자와 고구마와 계란과 치즈 들어간 모닝 빵 한 개를 꿀물과 함께 먹는다. 오래 되었다. 이런 식단이 아침에 가장 부담 없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커피를 마신다. 분쇄된 커피를 드립하여 마신다. 이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커피만 마신다. 식사를 할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 아침을 먹자 마자 좌선에 들어가지 않는다. 최소한 한시간 뜸을 들인다. 백권당 정리정돈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리정돈이 되지 않으면 ..

수행기 2023.10.07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재가안거 68일차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재가안거 68일차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좌선 중에 속으로 말한 것이다. 이 평안, 이 평화, 이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었다. 이렇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재가안거 68일째이다. 오늘 자리에 앉았을 때 어제와 같을 것인지 의문했다. 그것은 앉아 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좌선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제 보다 더 빨리 평화가 찾아 왔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이다. 매일 똑 같은 일상이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는 일상을 말한다.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한다. 일이 없이 보내는 것도 일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빈부귀천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간은 인정사정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똑같이 맞이하는 낮과 밤이다. 세월이 많이..

수행기 2023.10.06

나는 언제나 소음을 찰나생찰나멸로 새길 수 있을까? 재가안거 67일차

나는 언제나 소음을 찰나생찰나멸로 새길 수 있을까? 재가안거 67일차 이 상태는 무엇일까? 지극히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좋아서 이 상태를 유지하고자 했다. 어제 보다 빨리 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좌선 한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오늘 재가안거 67일째이다. 오늘 컨디션은 좋다. 날씨도 좋다. 아침에 18도인데 이 정도가 최적의 날씨인 것 같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서 그런지 백권당으로 향하는 아침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요즘 의도적으로 잠을 많이 자고자 한다. 전에는 새벽에 깨면 다시 자지 않았다. 그 시간에 엄지치기를 했다. 스마트폰 자판을 쳐서 글을 쓴 것이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 집중하면 피곤했다. 요즘 재가안거기간이다. 일체 언어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새벽에 엄지치기도..

수행기 2023.10.05

도량은 청정하게, 재가안거 66일차

도량은 청정하게, 재가안거 66일차 “이게 무슨 소리지?”좌선 중에 소리가 들린다. 우직끈 하는 소리이다. 세 번 연달아 났고 조금 있다 한번 더 났다. 책장에 책이 무거워서 나무가 무너지는 소리일까?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일까? 잘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소리가 났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재가안거 66일째이다. 오늘 컨디션은 좋다. 그 동안 괴로웠던 등의 한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 잠을 충분히 잤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며칠 동안 6시 넘어서 일어난다. 이전에는 잠에서 깨면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새벽 4시대가 많았다. 3시대도 있었다. 심지어는 2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잠에서 깼을 때 6시까지 있고자 했다. 그 결과 몸상태가 대체로 좋아 졌다. 잠이 보약이다. 잠을 잘 자면 면역력도 강화된다. ..

수행기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