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장엄하게 스러지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7. 26. 20:06

장엄하게 스러지다
 
 
장마철이 끝나간다.
한달가량 계속된 우기가 끝나간다.
하루 걸러 비가 내렸다.
비 내리지 않는 날은 흰 뭉게구름이 일었다.
하늘이 도화지가 되어서 수묵화를 그렸다.
 

 
북쪽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가이 없다.
무한의 창공은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낸다.
시시각각 형상은 변해 간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내가 태어가기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서쪽 하늘은 벌겋게 달구어졌다.
구름이 피어 오르는 맑은 날,
저녁 노을은 장엄하다.
거인의 장렬한 최후를 보는 듯 하다.
 

 
저 산은 그대로 있는데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저 아파트단지는 그대로인데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오늘 같은 날을 기다렸다.
이 날을 기다렸다.
도시에서 이런 날은 드물다.
 

 
하늘은 그대로 가만 있지 않는다.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하늘에 조화에 경외가 일어난다.
인생도 결국 이렇게 스러질 것이다.
서쪽 하늘을 벌겋게 달군 노을처럼
장엄하게 스러지고 싶다.
 
 
2023-07-26
담마다사 이병욱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이 왔다구요?  (11) 2023.11.18
불타는 하늘  (0) 2023.08.08
아파트 숲의 여명  (0) 2023.06.20
존중하면 존중 받는다  (0) 2023.06.02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0) 202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