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무덤무상

담마다사 이병욱 2024. 3. 18. 19:31

무덤무상

 


봄이 왔구나.
아파트 화단에 매화가 피었다.
비로서 봄이 왔다.
오늘부터 봄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다.
얼마나 카운트 했던가.
동지 때 부터 입춘,
설날에 이르기 까지.
마침내 봄은 오고야 말았다.

남국 갔던 사람들이 돌아 온다.
봄이 온 것이다.
이번에는 따뜻한
고국에서 보내려나 보다.
뜨거운 여름에는
서늘한 나라로 떠나겠지.

이 세상을 감인토라 한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모진 추위와 더위를 감내한다.
여기 말고 갈 데가 어디 있을까?

축복의 계절이 돌아 왔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 없다.
뒷산이라도 가봐야 겠다.
바리바리 주섬주섬
먹을 것을 챙겼다.

봄이 오면 가는 곳이 있다.
연례행사처럼 찾는 곳이다.
비산3동 백운사 뒤에 있는
잣나무 숲이다.
거기에 지체 높은 가문 무덤군이 있다.

 


형성된 모든 것은 무상하다.
무덤이 파헤쳐져 있다.
무덤은 파묘되었다.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무덤도 무상하다.

 


타클라마칸 사막 호양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다.
백세도 살지 못하는 인간은
죽어서도 백년 살지 못한다.

 


잦나무 숲이 병풍이 되었다.
이제 아름드리가 되었다.
삼십년전에는 사람 키만 했다.
세월은 흘러도 나무는 자란다.

 


산자들은 오늘도 밭을 일군다.
죽은 자는 어디 갔는지 모른다.
무덤도 사라졌다.
개발의 거센파도가 밀려온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거세다.
햇볕드는 양지에서 이것저것 먹는다.
올해도 용케도 살아 있었구나.
또다시 봄을 맞는다.

2024-03-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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