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501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아참 오늘 할 일이 있지?" 오늘 일터에 가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제 메일로 받아 놓은 것이다. 갑자기 삶의 활력이 돋는다. 요즘 일감이 뜸하다. 예전 같지 않다. 이 일도 그만 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일감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는다. 일감이 없을 때는 시간부자가 된다.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때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간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두세시간은 보통이다. 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 놓았을 때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아침에 잠에서 깨었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글을 쓴다. 경전을 읽고 논서도 읽는다. 그런데 ..

살아 있음에 감사를

살아 있음에 감사를 봄이 왔다. 이제 완전한 봄이다. 심리적으로도 계절적으로도 봄이다. 동지 때부터 봄을 기다렸다. 11월 말 나목이 되었을 때 처참했다. 눈이 내리자 덜 했다. 동지가 되었을 때 바닥을 쳤다. 입춘이 되자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체감상으로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봄은 개학과 함께 오는가 보다. 3월이 되자 심리적으로 봄이 된 것 같았다. 꽃도 없고 새싹도 없지만 이제 봄이 팔부능선까지 온 것 같았다. 마침내 봄이 왔다. 춘분도 지난 오늘 꽃을 보았다. 안양천에는 벚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바람은 부드럽다. 관악산 둘레길을 산행하기로 했다. 관악대로를 건넜다. 래미안을 가로질러 산행길에 접어 들었다. 목적지는 내비산 약수터이다. 그곳에 가면 산마을 우물가 토속음..

절구산수유차를 만들었더니

절구산수유차를 만들었더니 변화무쌍한 날씨이다. 아침에 개었다가 저녁이 되면 흐려진다. 오전에 햇볕 났다가 오후가 되면 구름이 낀다. 벌써 사흘째이다. 변덕이 죽끓듯한 날씨에 꽃소식을 접한다. 삼월도 반절이 꺽어진 이때 매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때 꽃구경을 하고 싶었다. 이천 산수유마을로 차를 몰았다. 안양에서 이천까지는 58키로 거리로 1시간 5분가량 걸린다. 산수유축제가 1주일 남았지만 가보기로 했다. 남녘에는 산수유축제가 시작 되었다. 중부지방은 일주일 늦다. 마을에 도착해 보니 노란 산수유가 발화 일보직전이다. 날씨만 포근하면 삼사일 이내에 만개할 것 같다. 산수유 군락지에서 열매를 발견했다.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다. 열매와 꽃이 함께 있는 장면이 목격 됐다. 산수유 열매를 약간 채취했다..

고래바위 계곡은 얼음계곡

고래바위 계곡은 얼음계곡 한줄기 솔바람이 분다. 귀가 청정해진다. 오후 중천 역광에 솔잎이 빛난다. 은빛 윤슬보다 더 찬란하다. 눈이 청정해진다. 고래바위 계곡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응달 암반계곡에는 얼음계곡이 되었다. 마음은 봄인데 계곡은 여전히 겨울이다. 터벅터벅 산길을 걷는다. 걷는 자는 없고 걷는 행위만 있다. 움직이는 무정물이 된 것 같다. 갑자기 갈증을 느낀다. 집에가서 컬컬한 스리랑카 홍차를 마셔야 겠다. 2023-02-27 담마다사 이병욱

개나리 가지 꺽는 것은 무죄

개나리 가지 꺽는 것은 무죄 남녘에서 꽃 소식이 전해 온다. 매화가 피고 동백이 피었다. 그러나 중부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때 꽃구경을 하고자 했다. 개나리가 피면 봄이 오는거다. 어떤 이가 올린 자료를 보니 부산은 3월 10일이고 서울은 3월 20일이다. 개나리를 보려면 아직도 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학의천에서 개나리 가지를 꺽었다. 천변 남사면에는 개나리가 군락을 이루어 천과 함께 달리고 있다. 준비한 닙퍼를 이용해서 몇 가지 꺽어 왔다. 산에서 나뭇가지를 꺽어서는 안된다. 돌맹이 하나 가져와서도 안된다. 하천 변에 있는 개나리를 꺽는 것도 죄가 되는 것일까? 초기경전을 보면 식물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디가니까야 계온품을 보면 "그는 종자와 식물을 해치는 것을 삼갑니다."(D2.41)라..

봄은 일렀는가?

봄은 일렀는가? 땅바닥이 축축하다. 언 땅이 녹았다. 질척질척한 땅을 피해 간다. 봄이 오는가 보다. 저 아래 남녁에서는 꽃소식이 있다. 에스엔에스에서는 매화 소식을 전한다. 노란 생강나무 꽃도 피었나 보다. 봄은 아니다. 봄이 오려면 보름은 더 있어야 한다. 입춘이 지났다고 봄은 아니다. 심리적인 봄은 3월 개학일이다. 본격적인 봄날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필 때이다. 어떤 이는 개나리 가지와 진달래 가지를 꺽었다. 2주가 지나자 꽃이 피었다. 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거실에서는 봄이 온 것이다. 개학일이 되어도 설레이지 않는다. 학교가는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봄이 아닌 계절에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나도 개나리 가지 몇개 꺽어야 겠다. 산행하기에는 너무 이른 날씨이다. 관악대로 반야선원에서 부터 ..

보조배터리에서 소확행을

보조배터리에서 소확행을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이런 소확행에 대하여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남자가 큰 꿈을 가져야지 고작 소소한 행복에 만족해서 되겠느냐는 취지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점심 때 택배를 받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보조배터리가 도착한 것이다. 그 동안 보조배터리는 숙원사업이었다. 꼭 하나 구매하고자 했다. 가지고 있는 것에 불만족했기 때문이다. 코넥터 문제로 인하여 충전이 잘 되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 구매한 보조배터리는 요즘 말로 쌈빡하다. 한손에 쏙 들어 온다. 무엇보다 코넥터가 믿음직 한 것이다. 이전 것은 분리형으로 되어 있어서 연결할 때 문제가 되었다. 접촉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불편을 수년 겪었다. 마침내 어제 주문 했는데 오늘 도착..

지금 창 밖에는 눈이

지금 창 밖에는 눈이 오늘 눈이 내렸다. 첫 눈이다. 두 번째 눈과 세 번째 눈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글로 남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첫 눈이 기억에 남는 것일 것? 그것은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은 죽음의 계절이다. 대부분 나뭇가지는 앙상하다. 대개 11월 20일 전후해서 낙엽이 진다. 은행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보는 은행나무는 가지가 앙상하다. 여기에 추위까지 더해지면 마음도 쓸쓸하고 허전해진다. 비바람이라도 치면 절망적인 느낌이 될 것이다. 이런 때 창밖에 눈이 왔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자연은 때로 냉혹하지만 치유 능력도 있는 것 같다. 앙상한 계절에 흰 눈이 포그니 내렸을 때 마음도 풍성해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첫 눈도 그랬다. 오늘 아침 일부로 걸..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11월도 끝자락이다. 11월 마지막날에 한파가 몰아 닥쳤다. 평소 같으면 운동삼아 걸어서 일터에 가야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길고 춥고 외로운 계절, 견디기 힘든 혹독한 계절이 시작되는 것일까? 눈소식도 들려 온다. 그나마 다행이다. 11월은 헐벗은 달이 되는데 눈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는 을씨년스럽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은 더욱 위축된다. 살을 애는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흔히 계절의 여왕을 5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계절은 무엇인가? 11월이라고 본다. 왜 그런가? 앙상한 가지만 남기 때문이다. 삭풍에 옷깃을 여밀 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삶의 절망에 빠진다. 외롭고 고독하고 희망이 없는 겨울이 ..

현실을 외면하는 미학(美學)은

현실을 외면하는 미학(美學)은 일요일 아침 일터에 가는 길에 낙엽이 뒹군다. 플라터너스 넓적한 잎파리가 인도에 수북하다. 마치 시체를 보는 것 같다. 누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을 인플레이션 지폐와 같다고 했는가? 그날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낙엽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플라터너스 낙엽은 푸대자루에 담겨 있다.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있다. 생명기능이 끝난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병원 복도에서 흰푸대자루에 담겨 널부러져 있는 수십구의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오월 광주의 그날이 오면 대학생들은 그렇게 외쳤다.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러나 왜 찔렀는지, 왜 쏘았는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는지 밝혀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