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493

해 뜨면 늦다

해 뜨면 늦다 지금시각 아침 6시 12분,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부리나케 오피스텔 18층 꼭대기로 올라가서 도시를 촬영했다. 동남쪽에서 부터, 동쪽, 북동쪽, 그리고 북쪽과 서쪽을 찍었다. 이른 아침 하늘은 맑고 도시는 조용하다. 새벽을 사랑한다. 이른 아침도 사랑한다. 특히 해뜨기 전을 좋아 한다. 해가 뜨면 이미 늦다. 날 샌다는 말이 있다. 날 새기 전을 좋아한다. 왜 그런가? 해뜨기 전 여명은 부지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 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S45.54) 방일하지 않는 것을 불방일이라 하며 이는 압빠마다를 말한다. ..

숭고한 도시의 여명

숭고한 도시의 여명 지금시각 5시 43분, 오피스텔 꼭대기층에 있다. 새벽 동쪽 하늘이 터진 듯하다. 약간 불그스레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갑자기 도시의 새벽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 보아야 할 곳이 있다.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을 말한다. 18층 꼭대기에서면 장엄한 여명을 볼 수 있다. 날이 새면 급격히 밝아진다. 조금도 지체함이 없다. 해가 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시시각각 변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급했다. 차를 몰아 장소에 도착하여 도시의 여명을 촬영했다. 도시의 여명을 보면 도시도 충분히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에서만 장엄암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여명은 장엄을 넘어서 숭고함일 것이다. 도시에서도 여명을 보면 태..

저녁 노을에서 숭고(崇高)를

저녁 노을에서 숭고(崇高)를 오늘 일몰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본 서녁하늘은 벌겋게 달구어져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구름이 잔뜩 낀 상태에서 본 일몰은 장엄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아파트 동과 동 사이 틈에서 본 것은 반의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일몰은 대단했었던 것 같다. 카톡방에 일몰사진이 올라왔다. 법우님이 사는 동네는 용산이다. 사진을 보니 하늘 전체가 벌겋게 달구어져 있다. 마치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진 상태에서 저녁노을은 금방 스러지고 만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유년시절 저녁노을을 보고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이는 왜 울었을까?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은 ..

즐기는 삶에 바쁜 게으른 자는

즐기는 삶에 바쁜 게으른 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가 있다. 사업자등록증도 자신의 이름이 아니다. 통장도 자신의 이름이 아니다. 사업을 하다 망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었을 때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를 경제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자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사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골반골절로 인하여 누워지내게 되었을 때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와상 또는 완전와상 상태가 되었을 때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 이를 사회적 사망이라 해야 할 것이다. 여기 치매환자가 있다. 방금 말한 것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은 기억할 지 모른다. 유년시절 기..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 풀리는 문제도 있고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미결인 채로 남아 있다. 나는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고향 다녀 온지 두 주 되었다. 제사모임이 사촌모임이 된 지 오래 되었다. 제사가 끝난 후 성찬이 이루어진다. 비록 주문한 제사상이긴 하지만 갖가지 맛 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찬 음식이다. 음식은 데워 먹어야 맛이 난다. 찬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맛이 나지 않았다. 백부 큰누님 집에서 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빈 집에는 불이 없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피디(PD)출신 형님이 있다. 갑자기 불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당 한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시설을 발견한 것이다. 재료..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기뻐할 줄 알아야

타인의 성공과 번영에 기뻐할 줄 알아야 사무량심 중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무디따(mudita)일 것이다. 기쁨이라고 한다. 또 다른 번역으로 '함께 기뻐함'이다. 타인의 성공과 번영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다. 무디따가 왜 힘든 것일까? 그것은 우리 마음 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탐, 진, 치의 존재이다. 탐욕과 분노와 미혹에 뿌리박은 마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탐, 진, 치로 살아간다. 사무량심의 마음이 있을 수 없다. 무탐, 무진, 무치를 조건으로 태어 나는 사람도 있다. 전생에 수행했던 사람들이다. 전생에 수행자였던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탐, 무진, 무치의 수행을 했기 때문에 다음 생에 이와 같은 세 가지 원인을 조건으로 해서 태어난다. 아비담마와 청정도론에 있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 어떻게 써야 할까?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 어떻게 써야 할까? 날이 밝았다. 아침 6시 이전에 일어 나야 한다. 6시가 되면 이미 늦다. 새벽은 사색의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떠 오른 생각을 지켜 본다. 강한 생각이 있다. 마치 위빠사나 수행에서 강한 대상을 마주 하는 것과 같다. 위빠사나 수행은 관찰 대상이 있다. 몸관찰, 느낌관찰, 마음관찰, 현상관찰을 말한다. 호흡으로 몸관찰 하다가 통증이 발생되면 대상을 바꾸어야 한다. 느낌 관찰하는 것이다. 생각도 관찰 대상이 된다. 사띠를 놓쳤을 때 생각이 떠 오른다. 떠 오른 생각은 흘러 간다. 이럴 때 현상관찰 해야 한다. 생각도 법이기 때문이다. 생각에도 강한 것이 있다. 위빠사나 수행은 강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의 생멸을 관찰해야 한다. 부정적 생각이 일어 났..

상처의 노예가 되어서

상처의 노예가 되어서 대인관계가 서툴다. 어제도 그랬다. 어려운 부탁인 것 같았는데 결국 거절하는 꼴이 되었다. "흔쾌히 받아 주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새벽이다. 그 사람은 상처 받은 것일까? 문자라도 해 주어야 겠다. 사람을 많이 만나 보지 못했다.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온라인 사람들도 있지만 꿈속의 사람들 같다. 가상공간에서 만남은 가상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꿈깨는 것처럼 허망하게 스러지는 것 같다. 현실공간이든 가상공간이든 접촉이 있기 마련이다. 접촉은 느낌을 수반한다. 대개 세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좋거나, 싫거나, 좋지도 싫지도 않은 느낌을 말한다. 이를 한자어로 낙수, 고수, 불고불락수라고 말한다. 접촉을 하다보면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에 걸리게 되어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 이제 윤슬을 사랑하리라

나 이제 윤슬을 사랑하리라 윤슬, 이 말을 안지 얼마되지 않았다. 불과 두세달밖에 안된다. 윤슬이란 무엇일까? 햇살에 반짝이는 물살을 말한다. 본래 바다에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장호수에서 윤슬을 보았다. 오후 해를 바라보고 호수 둘레길을 걸었는데 윤슬현상을 본 것이다. 서쪽 햇살에 물결이 반짝거린다. 바라보고 있으니 한가롭기 그지 없다. 윤슬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먼저 아이돌스타 이름이 나온다. 이어서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고 나온다. 바다에만 윤슬현상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용례로서 “아침녘 강가에는 햇살을 받아 퍼지는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다. 윤슬은 해를 바라보아야 볼 수 있다. 해를 등지면 윤슬현상을 볼 수 없다. 해를 바라보며 ..

모란이 져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모란이 져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모란철인가 보다. 오늘 오전 수리산 약수터에 물 뜨러 갔다가 담벼락에 피어 있는 모란을 보았다. 오늘이 절정인 것 같다. 모란은 꽃잎이 커서 금방 시들어 버리는데 이렇게 절정인 것은 요즘 날씨 탓인 것 같다. 요며칠 추웠다. 사월도 중순이 넘어 가는 날씨임에도 비가 오고 난 후에 삼사일 무척 추웠다. 너무 추워서 생태히천 산책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는 상대적 추위를 말한다. 평년 봄날에 비해서 추운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꽃들도 늦게 개화한 것 같다. 특히 모란이 그런 것 같다. 오늘 날씨가 풀리자 일제히 핀 것 같다. 과연 며칠이나 갈까? 시인은 모란이 지는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모란이 지고 나면 삼백 예순날 섭섭해서 울 것이라고 했다. 이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