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501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 새해 새벽이다. 지금 시각은 4시 14분, 글치기 좋은 시간이다. 오로지 엄지 하나로 친다. 스마트폰 메모앱의 하얀 여백을 채워 나간다. 세상이 고요하다. 대로변 고층 아파트에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나만 홀로 깨어 있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편안하다. 등은 따습다. 전기장판 위에 등을 대면 세상이 포근하다. 이런 때 떠 오르는 생각이 있고 흘러가는 생각이 있다. 붙잡아야 한다.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했다. 청정도론에서 본 것이다. 순수한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 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법인가? 오온, 십이처, 십팔계에서 일어나는 법들이다. 법을 담마라고 한다. 담마를 사실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사실들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

쓰라린 날을 기억하자

쓰라린 날을 기억하자 나이가 들었나 보다. 등 따수운 것이 좋다. 전기장판에 몸을 녹인다. 이 행복이 얼마나 갈까? 밖에는 영하의 날씨이다. 아파트 안에 있으면 추운 줄 모른다. 이런 행복은 얼마나 갈까?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고 젊음은 늙음에 종속되고 만다. 삶은 죽음에 종속된다. 행복도 불행에 종속되고 만다. 쓰라린 날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안락하다고 하여 나태에 빠진다면 괴로움이 찾아 온다. 안락을 박차야 한다. 나가서 차가운 공기와 마주 해야 한다. 쓰라린 시절을 회상해야 한다. 언제 다시 절망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2021-12-28 담마다사 이병욱

비봉산 일몰

비봉산 일몰 비봉산에 올랐다. 두달 된 것 같다. 걷는 일 없이 살다보니 운동할 필요를 느꼈다. 집에서 대로 하나만 건너면 곧바로 연결된다. 바닥에는 낙엽이 무성하다. 활엽수는 앙상한 모습이다. 가지사이로 햇볕이 반갑다.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이렇게 5개월 갈 것이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40분, 해가 서쪽에서 지려 하고 있다. 이 글 다 쓸 때쯤이면 해가 넘어 갈 것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잡았다 하면 한시간이다. 산 정상 바위에 앉아 이렇게 글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불과 30여분 되는 산행이다. 산행 중에 빠알리 경을 외웠다. 현재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외우고 있다. 십이연기 고리 중에서 자라마라나 분석을 외우고 있는 중이다. 산행하면서 아침에 외운 것을 되새겨 보았다. 막히는 ..

자기세계에 갇혀 살다보면

자기세계에 갇혀 살다보면 위쉬풀 씬킹(wishful thinking),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말한다. 그결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바라는 것만 생각했을 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판을 혐오하는 사람도 관심 갖게 만드는 대선정국이다. 상당수는 이미 마음의 결심이 되어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하여 추문이 있어도 바꾸지 않는다. 자신의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한발 물러서 보면 잘 보인다. 좀더 물러서면 더 잘보인다. 주식에서는 매수한 것만 보인다. 시야가 한..

시인이 되기 보다는

시인이 되기 보다는 나는 매일 전쟁하고 있다. 삶과의 전쟁이다. 나 자신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번 패한다. 매일 죽는 사람이다. 통제 되지 않는 욕망, 끓어 오르는 적개심은 나의 최대 적이다. 쉽게 싫증 내는 것도 내부의 적이다. 무엇보다 권태와의 싸움이다. 하품 했을 때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대의 첫 번째 군대는 욕망, 두 번째 군대는 혐오라 불리고, 그대의 세 번째 군대는 기갈, 네 번째 군대는 갈애라 불린다.”(Stn.436)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라 불리고,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불린다.” (Stn.437) 일곱 악마의 군대가 있다. 악마라고 하여 무시무시한 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번뇌가 악마이다. 탐욕이라는 ..

비봉산 의자바위에서

비봉산 의자바위에서 관악산에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가 있다. 악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에서 누군가 이름 붙이면 굳어진다. 회자 되는 것도 있지만 홀로 아는 것도 있다. 관양계곡에 있는 고래바위도 그런것 중의 하나이다. 비봉산 산행중에 발견한 바위가 있다. 비봉산 중턱에 위치한 의자바위가 그것이다. 올해 봄에 처음 보았다. 첫눈에 알아 보았다. 틀림없는 의자모양이다. 동그란 공모양의 형상에 가운데가 움푹파진 안락의자를 말한다. 이 바위는 정말 의자바위일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다음에서 검색해 보았다. 비봉산과 의자바위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있었다. 올해 6월달에 포스팅한 어느 화백이 사진과 함께 의자바위라고 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이름은 자주 사..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통장의 잔고는 갈수록 줄어 든다. 들어 오는 것은 적고 지출이 많으면 당연한 것이다. 저수지 물을 방류하는 것보다 유입 되는 수량이 줄어들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주거래통장이 마이너스가 된지 오래 되었다. 한도가 차면 한도가 늘리기를 거듭했다. 더 이상 한도를 늘릴 수 없다. 한달에 입금은 한두차례 있지만 츌금은 매일 있다. 사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다보면 하루 평균 만원은 사용하는 것 같다. 교통비도 수천원 들어 간다. 공과금도 내야 한다. 살다 보면 지출해야 할 것들이다. 들어 오는 것은 적고 나가는 것이 많으면 궁핍해지기 마련이다. 최대한 소비를 억제 해야 한다. 식비를 줄이고 교통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줄이지 못하는 것이 있다. 관리..

해 뜨면 늦다

해 뜨면 늦다 지금시각 아침 6시 12분,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부리나케 오피스텔 18층 꼭대기로 올라가서 도시를 촬영했다. 동남쪽에서 부터, 동쪽, 북동쪽, 그리고 북쪽과 서쪽을 찍었다. 이른 아침 하늘은 맑고 도시는 조용하다. 새벽을 사랑한다. 이른 아침도 사랑한다. 특히 해뜨기 전을 좋아 한다. 해가 뜨면 이미 늦다. 날 샌다는 말이 있다. 날 새기 전을 좋아한다. 왜 그런가? 해뜨기 전 여명은 부지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 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S45.54) 방일하지 않는 것을 불방일이라 하며 이는 압빠마다를 말한다. ..

숭고한 도시의 여명

숭고한 도시의 여명 지금시각 5시 43분, 오피스텔 꼭대기층에 있다. 새벽 동쪽 하늘이 터진 듯하다. 약간 불그스레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갑자기 도시의 새벽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 보아야 할 곳이 있다.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을 말한다. 18층 꼭대기에서면 장엄한 여명을 볼 수 있다. 날이 새면 급격히 밝아진다. 조금도 지체함이 없다. 해가 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시시각각 변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급했다. 차를 몰아 장소에 도착하여 도시의 여명을 촬영했다. 도시의 여명을 보면 도시도 충분히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에서만 장엄암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여명은 장엄을 넘어서 숭고함일 것이다. 도시에서도 여명을 보면 태..

저녁 노을에서 숭고(崇高)를

저녁 노을에서 숭고(崇高)를 오늘 일몰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본 서녁하늘은 벌겋게 달구어져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구름이 잔뜩 낀 상태에서 본 일몰은 장엄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아파트 동과 동 사이 틈에서 본 것은 반의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일몰은 대단했었던 것 같다. 카톡방에 일몰사진이 올라왔다. 법우님이 사는 동네는 용산이다. 사진을 보니 하늘 전체가 벌겋게 달구어져 있다. 마치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진 상태에서 저녁노을은 금방 스러지고 만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유년시절 저녁노을을 보고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이는 왜 울었을까?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