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 새해 새벽이다. 지금 시각은 4시 14분, 글치기 좋은 시간이다. 오로지 엄지 하나로 친다. 스마트폰 메모앱의 하얀 여백을 채워 나간다. 세상이 고요하다. 대로변 고층 아파트에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나만 홀로 깨어 있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편안하다. 등은 따습다. 전기장판 위에 등을 대면 세상이 포근하다. 이런 때 떠 오르는 생각이 있고 흘러가는 생각이 있다. 붙잡아야 한다.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했다. 청정도론에서 본 것이다. 순수한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 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법인가? 오온, 십이처, 십팔계에서 일어나는 법들이다. 법을 담마라고 한다. 담마를 사실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사실들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