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중앙시장 노점에서 호랭이콩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6. 24. 15:16

중앙시장 노점에서 호랭이콩을

 

 

비가 와서 좋은 날이다. 이제 하지도 지났으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 되었다. 찌는 무더위보다는 때로 비오는 날이 좋다. 날씨도 선선해서 걷기에도 좋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일 때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일터에서 안양중앙시장까지는 4-5정거장 거리이다. 걷기에는 먼 거리이지만 일을 끝내고 난 다음 보상심리가 발동되면 걷는다. 건강에도 좋다. 중앙시장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산에 가면 절로 향하듯이 도시에서는 시장으로 향한다.

 

중앙시장에 가까이 왔다. 한블럭만 더 가면 된다. 점심시간이다. 오전 11시부터 밥을 먹을 수 있다. 마침 장수왕갈비집이 생각났다. 2001아웃렛 골목에 있다. 약재가 들어간 한방보양식이기 때문에 먹고 나면 보약 한첩 먹는 것 같다.

 

가격표를 보았다. 소자 갈비 한대에 9,000원이다. 중자 갈비 두 대면 13,000원이고, 대자 갈비가 세 대이면 17,000원이다. 너무 비싸다. 주로 소자를 먹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자는 8천원이었다. 9천원에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천원 때문에 먹는 것을 포기 했다.

 

안양 중앙시장 입구 장수왕갈비집은 줄 서서 먹는 곳이다. 대기표를 받아 기다려야 자신의 차례가 온다. 영업은 오전 11시에 시작되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개 오후 2시 이전에 끝난다. 점심 때만 영업하고 주말에는 장사하지 않는다.

 

가격은 슬금슬금 올랐다. 소자가 7천원 할 때부터 먹었었다. 이제 9천원이 되었다. 대자는 무려 17,000원이다. 그럼에도 식당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다려야 먹는 곳이다.

 

오랜만에 몸보신 하려 했다. 그러나 천원 때문에 그만 두었다. 그 대신 노점에서 먹거리를 사기로 했다. 점심값 아껴서 노점상 물건 팔아 주자는 것이다. 마침 콩이 눈에 띄었다.

 

 

요즘 콩철인가 보다. 콩껍질을 까서 콩을 팔고 있는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콩도 제철음식일 것이다. 무늬가 있는 콩을 발견했다. 노점 할머니에게 이 콩 무슨 콩이에요?”라고 물어 보았다. 할머니는 호랭이콩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제철에는 제철음식을 먹어야 한다. 노점에서 제철먹거리를 종종 산다. 상추, 호박, 호박순 같은 것이다. 콩도 여러 종류가 있다. 주로 푸른 색의 강낭콩이다. 호랭이콩은 어떤 맛일까?

 

호랭이콩을 5천원에 샀다. 이정도면 마트에서 만원에 해당될 것이다. 품질을 믿어도 될까? 노점에서는 제철 먹거리만 팔기 때문에 믿어도 될 것 같다. 식재료가 상하지 말라고 방부제 처리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호랭이콩 5천원어치 사서 돌아 왔다.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4-5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 왔다. 버스를 타고 가면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점심을 먹어야 했다. 점심값 9천원에서 호랭이콩으로 5천원을 썼으니 4천원 남았다.

 

요즘 5천원짜리 점심은 없다. 최하 6천원이다. 그렇다면 4천원짜리 점심은 있을까? 잘 찾으면 있다. 롯데리아에 가면 점심특가 햄버거 세트가 있다. 데리버거 세트가 4천원이다. 오늘 점심은 롯데리아 점심특가 데리버거 세트로 때웠다.

 

 

장수왕갈비 먹으려고 했으나 그 돈을 아껴서 노점 호랭이콩을 팔아 주었다. 비록 영양보충은 하지 못했으나 노점상 것을 팔아 준 것에 대하여 마음이 뿌듯했다.

 

예전에는 노점상 먹거리를 쳐다 보지도 않았다. 모두 불량식품인줄 알았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노점상들은 서민들을 보고 살아 간다. 서민이 팔아주지 않으면 누가 사줄까?

 

 

잘 먹은 점심 한끼는 힘을 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일을 할 때 그렇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9천원 내고 장수왕갈비 소자를 먹었어야 했다. 그러나 내 한몸 위하고자 9천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에게 점심값으로 9천원은 너무 크다.

 

 

점심값을 아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점심값을 모아서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다. 밥은 저녁에 집에 가서 양껏 먹으면 된다. 대부분 6천원짜리 구내식당을 이용하지만 만원에 달하는 점심은 나에게는 사치에 해당된다.

 

천원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포기 했다. 그 대신 점심값을 아껴서 노점상 호랭이콩을 팔아 주었다. 오늘 저녁에는 호랭이콩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

 

 

2022-06-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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