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고래바위계곡으로 도시탈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11. 06:13

고래바위계곡으로 도시탈출

 


잠못 이루는 열대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두 주만 버티면 찬바람 불었다. 요즘은 한달 가는 것 같다.

대로변에 있어서인지 시끄럽다. 밤에 창을 열어 놓고 자면 차소리에 잠을 잘 못이룬다. 더워서 못자고 시끄러워서 못잔다. 그러다 보니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삶의 질도 떨어진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날씨가 불타는 것 같다. 이럴 때 덥다고 에어컨 켜놓고 집에만 있으면 병 날 것 같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산으로 가는 거다.

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관악산 계곡에 간다. 나만 아는 비밀계곡이 있다. 요즘 지도를 보니 관양계곡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고래바위계곡이라 부른다. 돌고래 형상의 바위가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무엇이든지 행복을 맛보려면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고래바위계곡에 가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처음에는 환자 수준이었으나 오를수록 상태가 달라졌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나자 개뿐해졌다. 감기에 걸렸을 때 땀을 내는 원리와 같다.

계곡 물에 발을 담갔다. 이 순간 신선이 되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왔다. 불과 한시간 전의 세상이 아니다. 얼음물을 마셨다. 안팍으로 시원해졌다.

 


나까야 주석를 보면 선정에 대하여 호수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사막을 지나는 나그네가 더위와 갈증으로 기진맥진해 있을 때 오아시스를 보았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기쁨과 희열이 일어날 것이다. 선정에서 세 번째 선정과 같은 것이다. 나그네가 호수의 물을 마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행복할 것이다. 선정에서 네 번째 선정에 해당된다.

무더위에 도시탈출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았다. 물소리가 요란하다. 자동차 소리와 비교되지 않는다. 때로 들리지 않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찻길엽 아기가 잘도 자는 것과 같다.

 


물은 계속 흐른다. 그러나 똑같은 물은 아니다. 매번 매순간 다른 물이다. 이전 물은 저멀리 달아나 버렸다. 어떤 것이 진짜 물인가?

삶도 흐름과 같다. 매순간 흐르고 있다. 몸에 비하여 마음은 17배 빠르다고 한다. 손가락 튕기는 순간에도 수없이 몸과 마음이 생멸한다고 한다. 어느 것이 나의 몸이고 어는 것이 나의 자아인가?

자아는 없다고 말한다.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한다. 지금 여기서 흐르는 물이 같은 물처럼 보이지만 디른 물이다.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오온)도 매번 다른 것이다. 그래서 무아라고 한다. 비아라고도 한다.

산이 높이니 골도 깊다. 해가 넘어 갔다. 이제 하산해야 한다. 계곡 아래 쪽으로 가야 한다. 서울대수목원이 있는 곳이다. 내려가면 안양예술공원과 만난다. 다시 열대의 도시로 가게 될 것이다.

열대의 도시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 비와 바람이다. 급시우도 좋다. 비보다 더 좋은 것은 바람이다. 태풍도 좋다. 열대의 밤에 바람이 기다려 진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기대해 본다.

2022-07-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