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501

일상에서 일탈을 즐기며

일상에서 일탈을 즐기며 연두빛 세상이다. 어제 내린 비로 세상이 환해졌다. 안양천에는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은 생명의 계절을 만끽하는 것 같다. 오늘 오후 근무지를 이탈했다. 점심식사 후에 일터로 복귀하지 않은 것이다. 안양천변을 걸었다. 비산대교에서 양명고등학교 부근 까지 걸었다. 오늘은 화요일 오후, 한참 일하는 시간대이다. 직장인이라면 꼼짝없이 퇴근할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인사업자에게는 자유가 있다. 오늘처럼 일감이 없는 날에는 농땡이 피워도 되는 날이다. 생태하천에 사람들이 많다. 뭐하는 사람들일까? 늘 평일에 일터에 있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마치 평일날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량과 사람으로 넘쳐 나는 것과 같다.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일하는 사람은 일하면 된다. 일이 ..

꽃피는 호시절에

꽃피는 호시절에 계절이 바뀌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다. 이런 호시절에 걸어서 일터로 갔다. 전에 걸었을 때는 학의천길을 따라 갔으나 두 정거장 서쪽으로 이사 간 후에는 안양천길 따라 걸었다. 학의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곳에 쌍개울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안양 센터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른 벚꽃이 새하얗게 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름모를 야생화가 좋다. 보라색 야생화가 하천 양안에 지천으로 피었다. 이른 아침 날씨는 청명하다. 꽃피는 호시절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춥거나 더울 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시절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젊은 시절, 청춘시절은 우리를 버렸다. 이제 꽃의 릴레이가 시작 되고 있다. 벚꽃은 10일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도시에서 벚..

고래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고래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여기는 관양계곡이다. 매번 찾는 비밀계곡이다. 매철 찾는다. 작년 늦가을 찾고 이번이 올해 들어 처음이다. 1995년부터 왔으니 26년째이다. 계곡은 변함없다. 이럴 때 "산천은 의구하되"로 시작되는 시조가 떠오른다. 산천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은 변해 있다. 10년전의 사람도 아니고 20년전의 사람도 아니다. 그 아닌 사람이 또다시 계곡에 찾아 왔다.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라는 가사가 있다. 세상은 변하지만 산천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다. 고래바위가 그렇다. 먼 길 여행 갔다 온 나그네가 고향산천 반기듯이 반길만하다. 고래바위 언덕에 앉았다. 솔바람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불지만 부드럽다. 봄 같다. 그러고 보니 봄이 머지 않았다. 앞으로 1주일 후면 3월이다. 이렇게 ..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또 뼈가 되고 장기가 된다. 먹은 음식은 아비담마에 따르면 열 번 변환과정을 거친다. 영양분이 흡수되면 여러 가지로 분화된다. 마치 연쇄폭발이 일어나듯이, 한물질은 다른 물질을 만들고, 또 그 물질은 또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낸다. 최소한 열 번의 변환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몸의 형태가 유지된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노동의 산물이다. 수천, 수만 번 클릭해서 번 돈으로 먹는 것이다. 일감이 들어오면 견적서부터 작성한다. 견적서를 낼 때는 적정하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이 부르면 달아나 버리고, 너무 적게 하면 이익이 별로 없다. 서로 만족하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일을 했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세금계산서를 발..

11월 20일이 오면

11월 20일이 오면 오늘은 11월 20일이다.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다. 그러나 누구에겐가는 의미 있는 날이 될지 모른다. 왜 11월 20일가? 그것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순전히 개인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여년 글쓰기 하면서 관찰한 것이 있다. 대개 11월 20일을 전후하여 낙엽이 진다. 특히 은행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11월은 무색무취의 계절이다. 명절도 없고 국경일도 없다. 각달마다 특징이 있지만 11월은 아무리 발견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국적불명의 서양명절은 예외일 것이다. 추풍낙엽의 계절이다. 생명이 다한 잎파리가 간신히 매달려 있다. 바람 한번 불면 맥없이 떨어진다. 비바람을 동반하면 우수수 떨어진다. 대개 11월 20일을 전후하여 나목..

아름다운 포기

아름다운 포기 흔히 내려 놓으라고 말한다. 방하착이라고도 한다. 이를 ‘포기’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포기했을 때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이다. 이를 포기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포기는 내려 놓는 것보다 더 강도가 센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과 같다. 내려 놓는 것이 소극적 행위라면 포기는 적극적 행위에 해당된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집착은 갈애가 강화된 것이다. 갈애의 단계를 넘어서 집착단계가 되면 빼도 박도 못한다. 착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오로지 그 길로 가야 한다. 느낌단계에서 알아차려야 한다. 느낌단계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면,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을 대상으로 하여 갈애가 일어난다. 갈애단계가 되면 돌이..

홀로 피는 꽃

홀로 피는 꽃 홀로 핀 꽃을 보았다. 고래바위 계곡 한켠에 핀 나리꽃을 보았다. 꽃은 매혹적이다. 주황색 꽃이다. 지나가다 눈에 걸린 것이다. 일요일 점심 때 계곡에 갔다. 올해 들어서 너댓번 된 것 같다. 지난 주에도 왔었다. 먹을 것을 싸와서 너럭바위에서 먹었다. 오늘이 하지라고 한다. 해가 가장 긴 날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내일 부터는 음기운이 힘을 받을 것이다. 양의 기운은 약해지고 음의 기운이 점차 강해질 때 인생의 후반부를 보는 것 같다. 양의 기운이 강할 때 생명 있는 것들은 부지런하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새들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어미새는 알을 낳고 새끼를 친다. 새끼새는 어미새가 부지런히 날라다 준 먹이로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을 한다. 비상하려면 때를 놓치지 않아야 ..

봄은 4.15와 함께

봄은 4.15와 함께 고개를 들어 보니 봄이 왔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20일 전후해서 낙엽이 졌으므로 5개월 만이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호시절이다. 햇볕은 따사롭고 세상은 밝게 빛난다. 하루 만에 천지가 바뀐 것 같다. 봄은 4.15와 함께 왔다. 봄날은 길지 않다. 꽃피고 새가 우짖는 봄날도 한철이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가 버릴 것이다. 찌는 듯한 열대의 밤이 되었을 때 호시절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지 때가 있다. 공부도 해야 할 때 하는 것이다. 수행도 늙어지면 못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은 호시절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꽃내음을 맡아보자. 2020-04-16 담마다사 이병욱

살아남은 자들은 이 봄을

살아남은 자들은 이 봄을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다. 어느새 봄이 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봄이 온 것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봄이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속에서 따뜻한 봄날을 그리워했다. 지난 겨울 죽은 자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봄이 왔다. 세월에 장사없다 하더라. 누가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으랴. 작년에 보았던 개나리, 목련, 벚꽃이 동시에 피었다. 3월 끝자락에 학의천 봄길을 걸었다. 이 봄도 지나가고 말 것이다. 누가 가는 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쉬워 말자. 이제 봄이 시작이니까. 지금부터 꽃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 봄을 만끽하라. 2020-03-3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