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아름다운 포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3. 11:07

아름다운 포기

 

 

흔히 내려 놓으라고 말한다. 방하착이라고도 한다. 이를 포기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포기했을 때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이다. 이를 포기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포기는 내려 놓는 것보다 더 강도가 센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과 같다. 내려 놓는 것이 소극적 행위라면 포기는 적극적 행위에 해당된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집착은 갈애가 강화된 것이다. 갈애의 단계를 넘어서 집착단계가 되면 빼도 박도 못한다. 착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오로지 그 길로 가야 한다.

 

느낌단계에서 알아차려야 한다. 느낌단계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면,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을 대상으로 하여 갈애가 일어난다. 갈애단계가 되면 돌이키기 힘들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하물며 집착단계라면 어떨까?

 

 

늦어도 한참 늦었다. 돌아가서 건너왔던 그 강을 다시 건너 갈 수 없다. 다리를 불사른 것과 같기 때문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집착에서 느낌단계로 거꾸로 갈 수 없는 것이다.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다.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일은 벌어졌다.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집착단계가 그것이다. 이럴 때는 포기해야 한다. 포기하는 것만이 폭주를 멈출 수 있다. 인내를 필요로 한다. 포기에는 인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업을 짓지 않는다.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여 갈애의 강을 건넜다. 돌아오지 않은 강을 건넜으니 오로지 앞으로만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너무 멀리 왔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포기이다.

 

 

2020-11-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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