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여기는 관양계곡이다. 매번 찾는 비밀계곡이다. 매철 찾는다. 작년 늦가을 찾고 이번이 올해 들어 처음이다. 1995년부터 왔으니 26년째이다.
계곡은 변함없다. 이럴 때 "산천은 의구하되"로 시작되는 시조가 떠오른다. 산천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은 변해 있다. 10년전의 사람도 아니고 20년전의 사람도 아니다. 그 아닌 사람이 또다시 계곡에 찾아 왔다.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라는 가사가 있다. 세상은 변하지만 산천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다. 고래바위가 그렇다. 먼 길 여행 갔다 온 나그네가 고향산천 반기듯이 반길만하다.
고래바위 언덕에 앉았다. 솔바람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불지만 부드럽다. 봄 같다. 그러고 보니 봄이 머지 않았다. 앞으로 1주일 후면 3월이다. 이렇게 겨울은 지나가는 것일까?
눈과 귀가 세척되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은 초록의 솔잎이다. 들리는 것은 휘몰아치는 솔바람이다. 가만 앉아 있어도 저절로 청정해지는 것 같다. 고래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2021-02-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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