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30. 07:12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통장의 잔고는 갈수록 줄어 든다. 들어 오는 것은 적고 지출이 많으면 당연한 것이다. 저수지 물을 방류하는 것보다 유입 되는 수량이 줄어들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주거래통장이 마이너스가 된지 오래 되었다. 한도가 차면 한도가 늘리기를 거듭했다. 더 이상 한도를 늘릴 수 없다. 한달에 입금은 한두차례 있지만 츌금은 매일 있다. 사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다보면 하루 평균 만원은 사용하는 것 같다. 교통비도 수천원 들어 간다. 공과금도 내야 한다.

살다 보면 지출해야 할 것들이다. 들어 오는 것은 적고 나가는 것이 많으면 궁핍해지기 마련이다. 최대한 소비를 억제 해야 한다. 식비를 줄이고 교통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줄이지 못하는 것이 있다. 관리비, 임대료, 세금은 줄일 수 없다. 고정지출을 보면 마치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보는 것 같다. 끊임없이 밀고 들어 오는 것에 질려 버린다.

요즘 억, 억하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천만원을 투자하여 억이 아니라 백억을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바라보면 삶이 허탈해진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틱한 시스템을 보면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를 생각하게 된다. 부동산 투기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게 패배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부자일까? 작은 평수이긴 하지만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니 부자나 다름 없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중산층 기준에 한참 미달 된다.

상류층과 중산층, 하류층을 나누는 잣대는 돈이다. 이를 고상하게 화폐, 자본, 재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재산에 따라 층위가 결정되는 사회라면 자존감은 곤두박칠 치게 된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재산이 많은 자를 보면 나의 자존은 낮아 지게 되어 있다. 그가 나보다 너른 평수에 산다면 나의 자존은 낮아 진다. 그가 나보다 큰차를 탄다면 역시 나의 자존은 낮아 진다.

소유개념으로 행복의 척도로 따지는 사회가 되었을 때 삶의 질은 낮아 진다. 이 세상에서 제일의 부자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자존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나의 자존을 회복해야 할 수 있을까?

소유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물질적 소유에서 정신적 소유로 바꾸는 것이다. 물질적 소유로 따지면 나의 자존은 한없이 낮아진다. 그러나 정신적 소유로 따지면 나의 자존은 고양된다. 어떤 것이 있을까?

글쓰기를 하면 나의 자존은 높아 지는 것 같다. 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이지만 몇시간 할애하여 의무적으로 글쓰기를 했을 때 일시적으로 느끼는 성취감과 충만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서 조회수가 카운트 되었을 때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다.

게송외우기하는 것도 자존감을 높여 준다. 애써 힘들게 외운 게송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암송했을 때 마음이 정화 되는 것 같다. 속으로 "사두! 사두! 사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 같다. 자신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다.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자존감을 고양하기에 충분하다.

틈만 나면 앉는다. 고작 십분 앉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마음이 심란할 때도 앉는다. 앉아서 호흡을 지켜 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세상의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는다. 이대로 영원히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잠깐 잠들었을 때도 행복을 맛본다. 오후 졸릴 때 깜박 졸았을 때 행복은 어느 행복과 비할 바가 아니다. 열반도 이런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마치 내가 사라져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는 상태, 그런 행복이야말로 진짜행복 아닐까?

또다시 아침이 시작되었다. 수면의 질은 좋지 않다. 자는건지 마는건지 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럼에도 아침이 되면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직장은 없지만 가는 곳이 직장이다. 일인사업장도 직장인 것이다.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앉아 있어야 한다.

2021-09-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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