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 의자바위에서
관악산에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가 있다. 악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에서 누군가 이름 붙이면 굳어진다. 회자 되는 것도 있지만 홀로 아는 것도 있다. 관양계곡에 있는 고래바위도 그런것 중의 하나이다.
비봉산 산행중에 발견한 바위가 있다. 비봉산 중턱에 위치한 의자바위가 그것이다. 올해 봄에 처음 보았다. 첫눈에 알아 보았다. 틀림없는 의자모양이다. 동그란 공모양의 형상에 가운데가 움푹파진 안락의자를 말한다. 이 바위는 정말 의자바위일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다음에서 검색해 보았다. 비봉산과 의자바위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있었다. 올해 6월달에 포스팅한 어느 화백이 사진과 함께 의자바위라고 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이름은 자주 사용하면 굳어진다. 검색해서 걸리면 더 잘 알려진다. 마치 길이 나는 것 같다. 자주 다니면 길이 나듯이, 많이 불리면 명칭으로 굳어 지는 것이다. 비봉산 의자바위도 그러지 않을까?
움직여야 산다. 가만 있으면 죽는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가만 있을 수 없다. 등산가방과 스틱을 챙겨 들고 나왔다. 관악대로만 건너면 된다. 레미안 아파트를 가로 지르면 관악산으로 연결되는 둘레길이 나온다. 집 가까이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관악산은 멀리 있다. 가까운 비봉산을 목적지로 잡았다. 걸어서 40분 가량 걸린다. 이 정도만 걸어도 최상의 운동이 된다. 이번에는 게송외우기를 하지 않았다. 걷는데만 집중했다. 오늘 의자바위를 목표로 했다.
의자바위에 앉아 보았다. 마치 안락의자에 앉은 것처럼 편안한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 가서 안온해 보이기도 한다. 대체 이 바위는 언제 형성되었을까?
의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유한한 수명을 가진 인간의 눈에 포착되어서 의자바위라고 이름 붙여졌다. 수많은 바위가 있지만 이렇게 이름 가진 바위는 드물 것이다.
비봉산 의자바위, 바위는 한번도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적이 없다. 그럼에도 의자바위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과연 얼마나 갈까? 널리 회자 되지 않아도 좋다. 언젠가 어느 때 어떤 사람이 의자바위라고 이름 붙일지 모른다. 바위는 천년만년 가니까.
2021-10-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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