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면 늦다
지금시각 아침 6시 12분,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부리나케 오피스텔 18층 꼭대기로 올라가서 도시를 촬영했다. 동남쪽에서 부터, 동쪽, 북동쪽, 그리고 북쪽과 서쪽을 찍었다. 이른 아침 하늘은 맑고 도시는 조용하다.
새벽을 사랑한다. 이른 아침도 사랑한다. 특히 해뜨기 전을 좋아 한다. 해가 뜨면 이미 늦다. 날 샌다는 말이 있다. 날 새기 전을 좋아한다. 왜 그런가? 해뜨기 전 여명은 부지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 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S45.54)
방일하지 않는 것을 불방일이라 하며 이는 압빠마다를 말한다. 그런데 압빠마다에 대하여 새벽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해뜨기 직전의 여명을 불방일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해는 성공의 상징이다. 성공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성공의 조건은 불방일이다.
얼리버드(early bird)라는 말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할인점 가판대에서는 먼저 온 사람이 가장 좋은 물건을 산다. 음식장사하는 사람은 새벽에 시장을 본다.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 날 새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날 새면, 해가 뜨면 이미 늦다. 일이 글러 버리거나 잘못되게 끝나면 날 샌다고 말한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스마트폰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철철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어제 못다 외운 게송을 외우기로 했다. 담마빠다 찟따왁가 9개 게송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1번 게송부터 기억을 되살려 차례로 9번째 게송까지 외웠다. 도중에 막히면 스마트폰을 보고 확인했다. 잘 생각나지 않은 것은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일어나서 방안을 어슬렁거리면서 외웠다.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마치 사진을 본 것처럼 튀어나올 수 있다. 막히면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다시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했다. 이쯤 했으면 됐을까?
아침 6시 이전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사무실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거리는 고요하다. 모두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홀로 걸으면 마치 얼리버드가 된 것 같다. 그냥 걸을 수 없다. 20여분 되는 거리를 걸을 때 또다시 1번부터 9번까지 게송을 암송했다.
암송에 왕도는 없다. 절대시간에 비례한다. 시간투자를 한만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짓처럼 보이지만 내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누구도 가져 갈 수 없는 재산이 된다.
무엇이든지 조짐이 있다. 이를 전조라고도 말할 수 있다. 태양이 떠오를 때 전조현상은 새벽이다. 동쪽 하늘이 터져서 여명이 비칠 때 해가 떠오를 전조이다. 깨달음에도 전조가 있을 것이다. 깨달음은 팔정도의 완성으로 실현된다. 깨달음의 조건은 불방일이다.
팔정도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방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압빠마다를 말한다. 그런데 압빠마다는 사띠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이다. 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도 사띠에 해당된다.
마침내 해가 떴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하루일과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해가 뜨면 날샌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밤새도록 술 마신 자가 술집 문을 나섰을 때 찬란한 해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 해 뜨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해 뜨면 늦다.
2021-09-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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