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왜 잡담하는가? 고귀한 침묵과 법담

담마다사 이병욱 2017. 6. 25. 09:30

 

 

왜 잡담하는가? 고귀한 침묵과 법담

 

 

종종 서울대공원을 찾습니다. 가까이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사시사철 서울대공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서울대공원도 점차 노령화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무는 아름드리로 바뀌어 갑니다. 동시에 노인입장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무리지어 다니는 실버층을 볼 수 있는데 평일에는 시니어들의 천국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니어 천국 서울대공원

 

토요일 서울대공원 외곽순환길에 노인들이 무리지어 갑니다. 분지로 되어 있는 서울대공원에는 마치 둘레길처럼 대공원을 감싸는 외곽도로가 있습니다. 일반관람객들은 거의 없고 흰머리 날리는 노년층들만 보입니다. 이렇게 노인들이 많은 이유는 경로우대라 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공원 외곽순환도로는 길이 평탄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도로 양옆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있어서 숲으로 터널을 이루기도 합니다. 도로에서 일단의 은발들과 마주칩니다. 왁자지껄 하는 소리에 귀기울여 봅니다. 대부분 시국에 대한 것입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입니다. 나라 걱정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인들이 정치와 정치인, 시국에 대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너무나 풍족한 나머지 나라 걱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정치 이야기가 주류입니다.

    

잡담에 대하여

 

대부분 사람들은 잡담을 합니다. 정치인이야기. 연예인이야기 등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술좌석에서 상사가 안주로 등장할 지 모릅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부처님당시에도 사람들은 잡담을 즐겼습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잡담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무렵 유행자 뽓따빠다는 많은 유행자의 무리와 함께 앉아서 시끄럽게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들면서 여러 가지 잡담, 예를 들어 왕에 대한 이야기, 도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 군사에 대한 이야기,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음료에 대한 이야기, 의복에 대한 이야기, 침대에 대한 이야기,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 향료에 대한 이야기, 친척에 대한 이야기, 수레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부락에 대한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 영웅에 대한 이야기, 도로에 대한 이야기, 목욕장에서의 이야기, 망령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D9)

 

 

경에 따르면 왕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신들의 이야기, 여자이야기 등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 까지 모두 25가지의 잡담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잡담정형문입니다. 이런 잡담은 오늘날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앉으면 남의 이야기에 열을 올립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무익한 것입니다. 팔정도의 정어에 어긋난 것입니다.

 

팔정도 정어는 “1) 거짓말을 하지 않고, 2) 이간질을 하지 않고, 3) 욕지거리를 하지 않고, 4)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으면,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올바른 언어라고 한다.”(S45.8)이라 했습니다. 여기서 꾸며대는 말이 잡담에 해당됩니다. 모여서 남말 하는 것 역시 꾸며대는 말에 속합니다.

 

왜 잡담하지 말라고 했을까?

 

부처님은 팔정도에서 잡담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잡담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상윳따니까야 여러 잡담의 경(S56.10)’에서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그러한 논의는 이치에 맞지 않고, 청정한 삶을 시작하는데 맞지 않고, 싫어하여 떠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라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적멸에 도움이 되지 않고, 곧바른 앎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올바른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열반에 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S56.10)

 

 

잡담은 청정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정치이야기, 정치인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등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고 공허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모였다하면 남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것 역시 공허합니다. 그렇다면 수행승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것은 법(: Dhamma)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담마토크(Dhamma talk), 즉 법담(法談)을 말합니다.

 

법담과 고귀한 침묵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라면 밤을 세워 토론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는 맛지마니까야와 율장대품 등에서 그리고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닷새마다 밤을 새며 법담을 나눕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M31)라 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수행승들은 잡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잡담은 일반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고 이교도들이 공개토론장에서 시끌벅적하게 세속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처님 제자들은 늘 가르침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사유하고, 가르침을 사유하는 것 외에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를 고귀한 침묵이라 합니다.

 

고귀한 침묵이란?

 

부처님은 수행승들에게 잡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잡담하려거든 고귀한 침묵을지키라고 했습니다. 말을 하려거근 법담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행승들이여, 믿음으로써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그대들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 법담을 위하여 모였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수행승들이여, 모임은 두 종류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고귀한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M26)라 했습니다. 고귀한 침묵이라 하여 입다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윳따니까야 꼴리따의 경에서 고귀한 침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해 놓았습니다.

 

 

 수행승이 사유와 숙고를 멈춘 뒤 내적인 평온과 정신의 통일과 무사유와 무숙고와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 번째 선정에 들면 그것을 고귀한 침묵이라고 부른다.(S21.1)

 

 

두 번째 선정에 드는 것이 고귀한 침묵이라 합니다. 이는 사유와 숙고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선정의 특징은 사유와 숙고가 멈춘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사유와 숙고는 언어적 행위에 속합니다. 더 이상 언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고귀한 침묵이라 합니다. 사유와 숙고는 언어적 형성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선정과 고귀한 침묵

 

사유와 숙고가 언어적 형성에 속한다는 것은 상윳따니까야 까마부의 경에서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장자여,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신체적인 것이고 이것들은 몸에 묶여 있습니다.그러므로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신체적 형성입니다. 장자여, 먼저 사유하고 숙고한 뒤에 언어로 표현됩니다. 그러므로 사유와 숙고는 언어적 형성입니다. 지각과 느낌은 정신적인 것이고 이것들은 마음에 묶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각과 느낌은 정신적 형성입니다. (S41.6)

 

 

까마부의 설명에 따르면 사유(vitakka)와 숙고(vicāra)가 언어적 형성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먼저 사유하고 숙고한 뒤에 언어로 표현됩니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습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먼저 생각이 일어나야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자가 언어적 행위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귀한 침묵이고, 또하나는 법담입니다. 잡담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낫습니다. 언어적 사유와 숙고를 멈추는 것입니다. 두 번째 선정에 드는 것이 고귀한 침묵에 해당됩니다. 수행자가 말을 하려거든 법담해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것입니다.

 

말을 하려거든

 

사람들은 만나면 무언가 이야기를 합니다. 대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치인, 연예인 등이 단골소재입니다. 대게 주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흉보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재가자들은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남이야기를 하면 스트레스는 해소될지 몰라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야기 하다 보면 험담하기 일쑤이어서 구업짓기 쉽습니다.

 

부처님은 잡담하는 것에 대하여 바른 이치에 맞지 않고 청정한 삶에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말할려거든 법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 외는 고귀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고귀한 침묵을 유지하려면 언어적 형성이 여읜 두 번째 선정에 들거나 명상주제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말을 하려거든 법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논의할 때에

1)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논의하고

2)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이다.’라고 논의하고

3)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논의하고

4)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논의해야 한다. (S56.10)

 

 

사성제에 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바른 이치에 맞고 청정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말을 할 때 이것이 괴로움이다.” 등을 말하면 법담이 되지만, 가르침과 관련 없는 가십은 모두 구업 짓는 것이 됩니다.

 

 

 

2017-06-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