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불멸의 일곱 가지 재산

담마다사 이병욱 2017. 6. 20. 19:12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불멸의 일곱 가지 재산

 

 

세상에는 고맙고 감사해야 할 사람이 많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 우러러 고맙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것은 나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주인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을

 

점심식사는 하루 일과 중에 큰 행사에 속합니다. 사람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매일 세 끼 찾아 먹습니다. 그 중에서도 점심식사를 제대로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잘 먹은 한끼 점심식사는 몸을 충전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요즘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같은 건물 지하에 셀프식당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벌써 반년이 넘어 갑니다. 이전에는 점심식사를 위하여 거리를 헤매이었으나 이제는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지하로 갑니다. 그것은 식사가 입맛에 맞기 때문입니다.

 

셀프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집에서 먹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물과 야채가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테이블이 10개 가량 되는 작은 식당임에도 부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먹을 만큼 가져 가면 됩니다. 가급적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셀프식당에서 한끼는 보약과도 같습니다. 점심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맛에 대한 갈애를 느낍니다. 불과 5천원으로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 이런 식단을 마련해 준 주인에게 감사드립니다. 내 돈 내고 밥을 먹지만 매번 감사의 마음으로 식단을 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하루에 점심식사 이외에는 돈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걸어 다닙니다. 이십여분을 매일 걷다 보니 건강에도 좋고 무엇 보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종종 버스를 타지만 이제 걸어 다니는데 익숙합니다.

 

한때 돈에 대한 집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알 수 없는 미래, 특히 노후를 대비하여 일정금액을 모아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돈 벌 궁리만 했습니다. 그러나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더욱 더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마음만 급할 뿐 무리수를 저지를 뿐입니다.

 

더 이상 돈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습니다. 현재 조건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특히 초기불교를 접하고 나서 부자가 되는 꿈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아방궁 같은 집을 방문하고 육중한 차에 타 보았어도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입니다.

 

매일매일 글을 쓸 때 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재산이 늘어 나는 것 보다 더즐거운 일입니다. 재산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말 것이지만 한번 써 놓은 글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돈 보다 글이 더 가치 있는 이유입니다.

 

재산을 늘리는 방법

 

한때 TV광고에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황금만능주의 세상에서 돈이 곧 힘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라 봅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 주식투기 등 불법과 탈법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면 도둑질과 다름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로소득은 사실상 도둑질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정당한 재산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초기경전에서는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앙굿따라니까야 비야가빳자의 경(A8.54)’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방법입니다.

 

 

디가자누여, 커다란 호수에 네 입수구가 있고 네 배수구가 있는데, 사람이 배수구를 닫고 입수구를 열어 놓았고, 하늘이 소나기를 내린다면, 디가자누여, 그 커다란 호수는 반드시 높아지고 낮아지지 않습니다. 디가자누여, 이와 같이 갖춘 재산에 네 가지 증가의 입구가 있습니다.”(A8.54, 전재성님역)

 

 

커다란 호수는 요즘 저수지와 같습니다. 저수지에는 입구와 출구가 있는데, 출구를 막아 놓으면 물이 점점 찰 것입니다. 이를 재산축적으로 비유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물이라도 막아 놓으면 수위가 점점 높아 지듯이, 아무리 작은 수입이라도 쓰지 않으면 재산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재산을 모으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소비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입니다. 수입이 지출을 넘어섰을 때 재산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요즘 가뭄이 한창입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모습을 TV에서 보여줍니다. 유입되는 물은 적고 유출 되는 물이 더 많다면 머지 않아 저수지는 고갈되고 말 것입니다. 재산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부처님은 재산의 손실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디가자누여, 이와 같이 갖춘 재산에 네 가지 손실의 출구가 있습니다. 여자에 탐닉하는 것, 술에 취하는 것, 도박에 빠지는 것, 악한 벗을 사귀고 악한 친구를 사귀고 악한 동료를 사귀는 것입니다. 디가자누여, 커다란 호수에 네 입수구가 있고 네 배수구가 있는데, 사람이 입수구를 닫고 배수구를 열어 놓았고, 하늘이 소나기를 내린다면, 디가자누여, 그 커다란 호수는 반드시 낮아지고 높아지지 않습니다. 디가자누여, 이와 같이 갖춘 재산에 네 가지 손실의 출구가 입구가 있습니다.”(A8.54, 전재성님역)

 

 

흔히 하는 말 중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입 보다 지출이 많을 때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축적되지 않음을 말합니다. 수입은 고정되어 있고 지출 또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것 저것 명품을 사고 맛집을 순례하고 여행을 다닌다면 저수지에 배수구를 열어 놓은 것처럼 자금은 고갈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것이 있습니다. 경에서는 네 가지 배수구라 하여 여자, , 도박, 악한친구를 들고 있습니다.

 

여자, , 도박, 악한친구

 

우리 속담에 부자 삼대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창업자와 달리 이세와 삼세는 돈을 쓰는 사람이라 합니다. 창업자는 자수성가 했기 때문에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지만 이세와 삼세는 물려 받았기 때문에 돈을 물쓰듯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재벌 이세 또는 삼세는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쓸 줄 밖에 모릅니다. 마치 저수지 배수구를 열어 놓은 것처럼 돈을 쓰기만 했을 때 바닥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래서 부자 삼대 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돈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려 받은 자는 물쓰듯 합니다. 경에서는 네 가지 배수구라 하여 여자에 탐닉하는 것, 술에 취하는 것, 도박에 빠지는 것, 악한 벗을 사귀는 것이라 합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자 합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에서와 같이 수입이 지출을 넘어서는 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재산이 늘어납니다. 저수지의 배수구를 틀어 막고 입수구를 활짝 열어 놓으면 물이 차오르듯이,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 재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네 가지 입수구는 네 가지 배수구와는 정반대입니다. 네 가지 입수구는 여자에 탐닉하지 않는 것, 술에 취하지 않는 것, 도박에 빠지지 않는 것, 악한 벗을 사귀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은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Sn1.6)’에서 여색에 미치고 술에 중독되고 도박에 빠져 있어 버는 것마다 없애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입니다.”(stn106)라는 구절과 세 가지 사항이 일치 합니다.

 

여자에 탐닉하면

 

여자에 탐닉하면 재산이 늘어 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자에 빠지면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Sn1.6)’에 따르면 두 가지 가르침으로 나타납니다.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입니다.”(stn108)

 

 젊은 시절을 지난 남자가

띰바루 열매 같은 가슴의 젊은 여인을 유인하여

그녀를 질투하는 일로 잠 못 이룬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입니다.”(stn110)

 

 

두 번째 게송에서 젊은 시절을 지난 남자가 젊은 여인을 질투하는 일로 잠 못 이룬다고 했습니다. 이 구절에 대한 각주가 보이지 않습니다. 영문을 보니 Being past one's youth, to take a young wife and to be unable to sleep for jealousy of her” (Narada Thera) 라 되어 있습니다. 나이 든 자가 젊은 여자의 육체에 미쳐서 아내로 삼았을 때 육체적 능력이 따라 주지 못한다면 잠을 못 이룰 것입니다. 젊은 아내가 혹시라도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염려하는 듯 합니다.

 

여자에 탐닉하는 자, 술에 취한 자, 도박에 빠진 자, 악한 친구는 늘 한묶음입니다. 이 네 가지에 대하여 호수의 네 가지 배수구와 같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네 개의 배수구가 열려 있으면 금방 고갈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요트를 타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이야

 

하루에 점심식사하는 것 외 특별히 돈 쓸 일이 없습니다. 수입이 작아도 지출이 크지 않으면 돈은 축적됩니다. 들어 오는 것만 있고 나가는 것이 없다면 통장의 잔고는 쌓여 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큰 부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큰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야 합니다. 소위 든 사람들이나 난 사람들 대부분이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이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언젠가 외국영화에서 본 대사가 기억납니다. 영화에서 “요트를 타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이야. 그들이 착한 일을 해서 그 많은 돈을 벌었을 것 같아?”라 했습니다. 정직하게 살아서는 큰 돈을 벌 수 없음을 말합니다.

 

오적(五賊)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떳떳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디가자누여, 수호를 갖춤이란 무엇입니까? 디가자누여, 세상에 훌륭한 가문의 아들이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두 팔의 힘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이고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지니고, ‘이 재물은 왕도 빼앗을 수 없고, 도둑도 빼앗을 수 없고, 불도 태울 수 없고, 물도 휩쓸 수 없고, 악의적인 상속자가 빼앗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여 그것들을 수호하고 그것들을 보존합니다. 디가자누여, 수호를 갖춤이란 이와 같습니다.”(A8.54)

 

 

쉽게 번 재산은 쉽게 사라집니다. 부자들은 늘 감각적 쾌락의 유혹에 노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경에서는 다섯 가지 도적, 오적(五賊)이 가져 간다고 했습니다. 즉 왕, 도둑, , , 상속자입니다.

 

재산이 많으면 왕이 노리고 도둑이 옵니다. 불이 나면 잿더미가 되고 홍수가 나면 모든 것을 휩쓸어 갑니다. 악한 마음을 품은 상속자는 늘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재산을 많이 가졌어도 결국 오적에게 모두 빼앗기고 맙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재산 형성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은 악행만 잔뜩 짊어지고 갑니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피땀 흘려 형성된 재산은 함부로 가져 갈 수 없습니다. 경에서는 팔의 힘과 이마의 땀이라 했습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노동을 해서 번 재산은 가치 있습니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형성된 재산은 정당합니다. 따라서 다섯 가지 오적 즉, , 도둑, , , 상속자가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형의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불멸의 일곱 가지 재산

 

절대 빼앗아 갈 수도 없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일곱 가지 재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재물(saddhādhana), 계행의 재물(sīladhana),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hiri ottappiya dhana), 배움의 재물(sutadhana), 보시의 재물(cāgadhana), 지혜의 재물(paññādhana) 입니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재물에 대하여 부처님은 “불이나 물이나 왕이나 도둑이나 원하지 않는 상속자에 의해 약탈될 수 없는 것입니다.(A7.7) 라 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은 부자들을 부러워 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안락한 노후를 위하여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기 등으로 형성된 불로소득을 자신의 실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과 사라지고 말 것들입니다. 그 이전에 오적 즉, , 도둑, , , 상속자가 빼앗아 가버릴 것입니다.

 

오적이 가져 가지 못하는 재산이 있습니다. 믿음, 계행, 부끄러움과 믿음, 배움, 보시, 지혜라는 불멸의 재산입니다. 이와 같은 재산에 대하여 현세에서의 이익으로 이끌고 내세에서 행복으로 이끕니다.”(A8.54)라 했습니다.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형의 재산입니다.

 

매일 걸어 다니며 하루 5천원짜리 점심에 감사합니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정당하게 살아 갑니다. 아방궁 같은 거처나 육중한 무게의 차를 가진 자가 부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가르침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오적이 절대로 가져 갈 수 없는 무형의 재산을 축적하며 살고자 합니다.

 

 

 

2017-06-2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