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수행자를 대하는 태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

담마다사 이병욱 2017. 6. 30. 11:04

 

수행자를 대하는 태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

 

 

앙굿따라니까야는 윤리적인 가르침으로 가득합니다. 경전에 남겨져 있는 흔적을 통하여 부처님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경전에 남겨진 흔적은 오늘날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아무리 편리한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때 당시나 지금이나 마음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는 듯 합니다.

 

차제걸식(次第乞食)

 

앙굿따라니까야에 가정방문의 경(A9.17)’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 탁발 나갔을 때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아홉 가지 고리를 갖춘 가정은 방문하지 않았다면, 방문해서는 안 되고, 이미 방문했다면, 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 (A9.17)라 했습니다. 이런 말은 13가지 두타행에서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윳따니까야 브라흐마데바의 경(S6.3)에 따르면, 출가한 아들이 어머니의 집 앞에 서는 장면이 있습니다. 내용은 “싸밧티 시에서 집집마다 탁발을 하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사는 집에 이르렀다.”(S6.3)”라고 표현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집집마다’라는 말은 ‘sapadāna을 번역한 것입니다. 한자어로 차제걸식(次第乞食)’입니다. 차례대로 탁발한다는 뜻입니디. 부자집 등을 골라 가며 탁발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탁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출가한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살던 집으로 탁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차제걸식의 대표적 예라 볼 수 있습니다.

 

탁발자는 차례로 탁발하면서 집 앞에 서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 가지도 않고 왔다고 신호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빅쿠에 대하여 빠알리사전에 따르면 빅쿠는 문자적으로 ‘구걸하는 자’를 의미하지만 실제로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조용히 자선을 바라며 문 바깥에 서 있다. 그들은 보시자가 자발적으로 주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 간다. 그는 신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니다. 그는 생계를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다만 자신이 준수하는 계율안에서 살아간다. 그는 자발적 빈곤과 금욕적 생활을 한다. 만일 그가 성스런 삶을 살 자신이 없다면, 그는 언제든지 가사를 버릴 수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

 

탁발자는 차례로 집을 방문하여 걸식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앙굿따라니까야 가정방문의 경(A9.17)’에 따르면 방문해서는 안되는 곳을 말씀 했습니다. 13가지 두타행 중에서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과 모순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청정도론 두타행에 따르면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석 해 놓은 것을 보면 모순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차례대로 탁발하는 이는 마을 입구에 서서 위험이 없는지 주시해야 한다.

거리나 마을에 어떤 위험이 있으면 그곳에서 나와 다른 곳에 탁발가도 된다.”(Vism.4.31)

 

 

주석에 따르면 차례로 탁발하는 수행이라 하여 곧이 곧대로 차례로 집집마다 서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부처님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한 듯 보입니다.

 

사람들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강도도 있을 수 있고 도둑도 있을 수 있고 사기꾼도 있을 수 있고 미친 자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르기 때문에 문 앞에서 말 없이 서 있을 수 있으나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탁발하는 자는 가장 먼저 탁발에 대하여 위험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자의 집을 지나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부자나 가난한 자에도 골고루 공덕 짓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문해서는 안되는 집

 

부처님은 걸식수행자가 방문해서는 안되는 아홉 가지 가정을 말씀 했습니다.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기쁘게 일어서서 맞지 않고, 기쁘게 인사하지 않고, 기쁘게 자리를 내 주지 않고, 가진 것을 숨기고, 많이 있으면서 적게 주고, 훌륭한 것이 있음에도 거친 것을 주고, 섬김 없이 공경 없이 주고, 가르침을 경청하기 위하여 앉지 않고, 말한 것을 음미할 줄 모르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아홉 가지 고리를 갖춘 가정은 방문하지 않았다면, 방문해서는 안되고, 이미 방문했다면, 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9.17, 전재성님역)

 

 

부처님이 설한 아홉 가지 사항을 보면 재보시와 법보시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재가자는 먹을 것 등을 재보시하고, 출가자는 가르침을 알려 주는 법보시에 대한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경에 따르면 재가자는 걸식수행자에게 기쁨으로 보시하고 또한 가르침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출가자자는 재가자에게 가르침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출가자자 단지 음식을 얻어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출가자는 재가자에 보시공덕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법보시합니다. 출재가 쌍방 간에 보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

 

재가자가 출가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요즘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든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고객이 왔는데도 기쁘게 일어서서 맞지 않고, 기쁘게 인사하지 않고, 기쁘게 자리를 내 주지 않고라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는 찾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전화응대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고객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데도 기쁘게 응대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전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인사업자로서 삶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2006년에 처음으로 개인사업자등록을 했으니 올해로 12째 입니다. 그 동안 수 많은 고객을 만났습니다. 주로 기업고객입니다. 일의 특성상 주로 전자회사의 고객과 상대합니다. 신제품개발하는데 있어서 일부를 담당하여 설계해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사업초창기에 수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그것은 의 입장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을의 입장임에도 처럼 행동한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 오랫동안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을의 입장이라는 것을 안 것은 크게 깨져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그것은 고객과 싸웠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갑이기 때문에 절대 싸워서는 안됩니다. 설령 부당한 것이 있더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게 대응하는 것이 예의 입니다. 그럼에도 갑질을 하려는 고객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감정이 폭발하여 퉁명스럽게 대한다든가하여 기분풀이를 하게 됩니다. 그래 보았자 자신만 손해입니다.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서 전화가 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대합니다. 주문을 주는 고객이야말로 가장 반갑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응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이 잘못되었을 때 불만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심지어 싸우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절대로 고객과 싸우지 않습니다. 나를 찾아 준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대했을 때 다시 찾아 옵니다.

 

탁발수행자를 대하는 재가자의 태도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이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경에서는 탁발자를 기쁜 마음으로 대하라고 했습니다. 고객을 대할 때 기쁜 마음으로 대할 때 감동할 것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탁발자를 대했을 때 다시 찾듯이, 기쁜 마음으로 고객을 대했을 때 다시 연락이 올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수행자를 대하는 태도

 

부처님 가르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은 아홉 가지 고리를 갖춘 가정은 방문하지 않았다면, 방문해야 되고, 이미 방문했다면, 자리에 앉아야 한다.”라 했습니다. 오늘날 수행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아홉 가지 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기쁘게 일어서서 맞고, 기쁘게 인사하고, 기쁘게 자리를 내 주고, 가진 것을 숨기지 않고, 많이 있으면서 많이 주고, 훌륭한 것이 있으면 훌륭한 것을 주고, 섬기고 공경 하며 주고, 가르침을 경청하기 위하여 앉고, 말한 것을 음미할 줄 아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아홉 가지 고리를 갖춘 가정은 방문하지 않았다면, 방문해야 하고, 이미 방문했다면, 자리에 앉아야 한다.”(9.17, 전재성님역)

 

 

2017-06-3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