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까까(Kaka)의 지혜? 악한 수행승으로 묘사된 까마귀

담마다사 이병욱 2017. 7. 4. 19:46

 

까까(Kaka)의 지혜? 악한 수행승으로 묘사된 까마귀

  

 

까까(kaka)에 대하여

 

초기경전에는 각종 식물과 각종동물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는 조류도 있습니다. 조류 중에서도 까마귀와 관련된 경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악한 수행을 까마귀에 비유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까마귀의 경이 그것입니다. 까마귀에 대한 것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asahi bhikkhave asaddhammehi samannāgato kāko. Katamehi dasahi: dhasī ca pagabbho ca tintino ca mahagghaso ca luddo ca akāruiko ca dubbalo ca oravitā ca muṭṭhassatī ca necayiko1ca. Imehi kho bhikkhave dasahi asaddhammehi samannāgato kāko.

 

수행승들이여, 까마귀는 열 가지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오만하고, 무모하고,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고, 잔혹하고, 무자비하고, 겁약하고, 울부짖고, 새김이 없고, 많이 모아둔다. 수행승들이여, 까마귀는 이와 같이 나쁜 성격을 갖고 있다.”(A10.77, 전재성님역)

 

 

 

 

 

까마귀가 정말 이렇게 나쁜 성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악한 수행승을 빗대어 설명하다보니 열 가지가 나열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 까마귀가 이처럼 나쁜 성격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연다큐를 보면 뻐꾸기가 탁란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동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경악할 정도입니다. 새끼 뻐꾸기는 알에서 나오자 마자 생존본능이 발동합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배의 알을 둥지로 밀어내거나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다른 배의 새끼새를 등지기로 해서 밀어 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둥지를 독차지합니다. 이런 본능은 프로그램된 것처럼 작동됩니다. 새끼 뻐꾸기는 오로지 본능에 충실할 뿐입니다.

 

새 중에서 가장 파렴치한 것이 뻐꾸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경에 따르면 뻐꾸기 못지 않게 빠렴치한 새가 있습니다. 까마귀입니다. 무려 열 가지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런 까마귀를 빠알리어로 까까(kāka)라 합니다. 아마 까악까악울어서 의성어가 새의 이름이 된 듯 합니다.

 

악마 빠삐만 처럼

 

까마귀를 뜻하는 까까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습니다. 빠알리사전에 따르면 수 많은 경에서 발견 됩니다. 그중에 숫따니빠따 정진의 경(Sn2.2)’에 까마귀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름 빛깔을 한 바위를 까마귀가 맴돌며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부드러운 것을 찾을 수 있겠지. 아마도 맛 좋은 먹이가 있을 것이다.” (stn447)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없어 까마귀는 거기서 날아 가버렸다. 바위에 가까이 가 본 까마귀처럼, 우리는 실망하여 고따마곁을 떠난다.”(stn448)

 

 

악마 빠삐만을 까마귀로 비유하여 말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여 목숨을 건 정진을 했는데 악마 빠삐만은 방해했습니다. 무려 칠년 동안 방해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칠년 동안이나 세존의 발자국마다 따라 다녔다.”(stn449)라 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악마의 세 딸이 유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가게 됩니다. 마치 까마귀가 먹을 것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위에 가까이 가 본 까마귀처럼, 우리는 실망하여 고따마곁을 떠난다.”라 한 것입니다.

 

남몰래 낚아채는

 

빠알리 사전에 따르면 “Its thievish ways are described at DhA.III,352”라 되어 있습니다. 법구경 주석서에 따르면 까마귀는 남몰래하는버릇이 있음을 말합니다. 찾아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까마귀가 가정집에서 죽 등의 음식을 낚아 채고자 하면, 담벼락에 앉아서 기회를 염탐하면서 쳐다보지 않고 있는 것처럼,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졸고 있는 것처럼 하다가 주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을 알아채고 음식에 날아들어 뒤늦게 발견한 주인이 서리쳐도 그릇에서 음식을 한입에 낚아채간다.”(DhpA.III.352, 전재성님역)

 

 

법구경 244(Dhp.244) 게송에 대한 각주입니다. 법구경 244번 게송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까마귀처럼 교활하고 무례하고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오염된 삶을 사는 것은 쉽다.”(Dhp.244)라 되어 있습니다. 까마귀의 특징을 들어 악한 수행승에 대하여 설명한 것입니다.

 

법구경에서 까마귀는 파렴하고 뻔뻔스럽고 더구나 주지 않는 것을 채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정도 되면 까마귀는 악의 대명사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의 새 까까

 

까마귀는 종종 죽음의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빠알리사전에 따르면 “As bird (of the dead) frequenting places of interment and cremation, often with other carcass-eating animals”라 소개 되어 있습니다. 화장장에서 볼 수 있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 먹는 새라는 것입니다. 참고 경은 ‘Sn.201’입니다. 숫따니빠따 승리의 경(Sn1.11)’에 실려 있습니다. 관련 게송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또 죽어서 몸이 쓰러졌을 때에는 부어서 검푸르게 되고, 무덤에 버려져 친척도 그것을 돌보지 않는다.” (stn200)

 

개들이나 여우들, 늑대들, 벌레들이 파먹고, 까마귀나 독수리나 다른 생물이 있어 삼킨다.”(stn201)

 

 

숫따니빠따 승리의 경에는 부정관에 대한 가르침이 실려 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 하신 승리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승리입니다. 우리 몸에는 부정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음습니다. 경에 따르면 아홉 구멍에는 항상 더러운 것이 나온다.”(stn197)라 했습니다. 죽어서는 공동묘지 등에 내 버려 지게 되는데 날 짐승들의 먹이가 됨을 말합니다. 거기에 까마귀도 있습니다

 

까마귀의 지혜?

 

동서양을 막론하고 까마귀는 부정적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 烏飛梨落 )”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인데 다른 일과 같이 일어나서 오해 받을 때 쓰는 말입니다. 또 까마귀의 지혜라 하여 ‘kāka paññā(crow-wisdom)’라 하는데 이는 “foolishness which leads to ruin through greed J.V,255”라 빠알리 사전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교활한 까마귀의 지혜는 파멸로 이끈다는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까마귀는 대개 불길한 징조입니다. 시체를 먹는 새라는 이미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또한 우는 소리가 좋지 않아 흉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음습하고 불길한 징조의 새입니다. 그런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까마귀의 지능은 매우 높다고 합니다. 대단히 적응력이 빠르고 영리한 새라 합니다. 그러나 욕망에 바탕을 둔 까마귀의 지혜는 파멸로 인도하는 어리석은 지혜에 지나지 않습니다.

 

악한 수행승의 대명사

 

초기경전에서 까마귀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입니다. 특히 악한 수행승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까마귀와 같은 악한 수행승에 대하여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악한 수행승도 열 가지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오만하고, 무모하고,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고, 잔혹하고, 무자비하고, 겁약하고, 울부짖고, 새김이 없고, 많이 모아둔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악한 수행승도 열 가지 나쁜 성격을 갖고 있다.”(A10.77, 전재성님역)

 

 

2017-07-0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