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조계사 일주문앞 피켓팅 참가기
힘을 실어 주고자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된 듯 합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의 아스팔트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냉방이 되어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별천지가 됩니다. 밖에 날씨가 아무리 타들어가도 냉방장치가 잘 되어 있는 건물에서는 더운 줄 모르고 오히려 살갗에 닿는 공기가 차갑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대지가 뜨거운 열기로 타 들어 가는 날, 7월 22일 토요일에 조계사 일주문 앞으로 향했습니다. 바쁜 일도 끝나고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없어서 일주문 앞에서 피켓팅하고 있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자 1호선 전철을 탔습니다.
점심 전에 일주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뜨거운 열기로 후끈했습니다. 냉방이 잘 된 건물에서만 보내다 이렇게 아스팔트 현장에 와 보니 한증막 같다는 느낌이 들어갑니다. 습도는 높아 끈적거리는 것이 불쾌지수를 높여 줍니다. 그럼에도 오늘도 자발적 참여자들은 어제 그랬던 것처럼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촛불민심 받들어
벌써 두 달째 입니다. 지난 5월 22일 문영숙법우님이 처음 피켓을 든 이래 꾸준히 자발적 참여자가 증가하여 이제 매일 10명 안팍의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총무원 측에서는 맞대응 하고 있지만 거의 포기단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힘으로 밀어 붙여 해산하려 했지만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나오는 자발적 참여자를 당해 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귓속말로 ‘밤길 조심하라’는 등의 무서운 협박을 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확실히 세상이 바뀐 것을 실감합니다.
새정부에서는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5년동안 ‘촛불민심을 받들어’ 사회곳곳에 만연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입니다. 적폐청산에 종교라고 예외 일 수 없습니다. 불교에도 적폐가 쌓여 있습니다. 피켓을 든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 자승종권은 ‘적폐세력’입니다. 이전에는 정권으로부터 보호 받는 종권이었으나 이제 ‘끈 떨어진 갓’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전 정권이 몰락하고 더구나 대통령은 수갑을 차고 있는 마당에 자승종권은 기댈대가 없어졌습니다.
매일 일주문 앞에서는 피켓팅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저녁에도 촛불이 켜집니다. 이렇게 조계사 일주문 앞을 점령하여 내집처럼 활개를 쳐도 자승종권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가장 큰 대응이 조계사 신도를 동원하여 길거리 통행을 방해 한다는 명목으로 기자 회견 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자승종권이 무력해진 것은 적폐세력으로 내몰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신사가 건네준 초코파이 한박스
뜨거운 여름 한증막과 같은 날씨에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 있게 피켓을 들여다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 보기도 합니다. 자발적 참여자는 피켓에 써진 내용을 설명해 줍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번 매일 반복되는 피켓팅에 이제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제 익숙한 것 같습니다. 어떤 노신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자주 지나 다니며 보다 보니 수긍이 갔다고 합니다. 이 노신사는 잠시 후에 나타나더니 초코파이 한박스를 주고 떠났습니다. 초코파이 박스에는 ‘새로운 시작 情’이라고 크게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건네 주고 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합니다.
피켓팅 참가자에 따르면 별도로 음료수를 사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 음료수를 사오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런 일은 하루도 여러 차례 있기 때문에 간식이나 음료수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세상이 바뀐 것은 대선 영향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5.9대선 이전에는 불교적폐청산을 외쳐도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탄력을 받게 된 것입니다.
대선 전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여 ‘관망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새정부가 임기내내 촛불민심을 받들어 적폐청산하겠다고 했을 때 불교적폐청산도 탄력을 받은 듯합니다. 반면 이전 두 정권에 기대어 종권을 유지했던 세력은 이제 마땅히 기댈대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조계사 일주문앞 피켓팅은 이제 당당해졌습니다.
일주문 앞에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예전 같지 않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집회가 예고 되어 있습니다. 7월 27일(목) 저녁 7시에 열리는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입니다. 그동안 은인자중해왔던 실천승가회 등 스님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향후 적폐청산 분수령이 될 듯합니다. 이제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후원이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점심 때는 한 두 사람만 남기고 모두 인근 식당에 가서 식사합니다. 모두 자리를 비우면 피켓을 분실할 수 있고 피켓이 파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보초를 서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보초 서듯이 서 있고, 하루 종일 피켓을 두 손 높이 들고 있는 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합니다. 더구나 찜통처럼 더운 날씨에 뜨거운 햇살과 아스팔트 열기에 서 있는 것은 ‘고행(苦行)’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단 한시간도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마치 고행자가 정진하는 것처럼 피켓팅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점심시간은 매우 즐거운 시간입니다. 마치 고된 노동후에 보상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식사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하는데 비용은 매우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처음에는 각자 가지고 있는 돈에서 갹출했으나 곧바로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요즘에는 후원계좌로 입금된 것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피켓팅에 언제 고갈될지 알 수 없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피켓팅에 참여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후원이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입니다. (후원계좌: 직선실현 종단적폐청산 통장, 국민은행 023502-04-136126, 대표예금주 전준호)
폭염휴식시간
종종 폭염특보 문자를 받습니다. 국민안전처에서 받는 ‘긴급재난문자’입니다. 낮 동안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일주문앞 피켓팅도 잠시 휴식기간이 있습니다.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그늘에서 쉬는 것입니다. 오전과 오후, 그리고 저녁 세 번 있는 피켓팅에서 두 번의 식사시간과 한번의 폭염휴식시간이 있는 것입니다.
여법한 수행자의 자세를
피켓팅에 참여 하고 있는 D스님은 ‘정진’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오전에 피켓팅하는 것을 오전정진이라 하고, 오후피켓팅은 오후정진, 저녁촛불은 저녁정진이 될 것입니다. 정진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일회성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으로 목표 하는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법한 수행자의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현재 정진하고 있는 두 분의 스님은 가사를 수하고 있습니다. 대개 가사는 예불 등 특별한 날에만 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길거리 피켓팅에서 가사를 수하고 있다는 것은 정진하는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부처님 법대로’ 살겠다는 다짐으로 보여집니다.
“당신들이나 잘 하시오!”
피켓팅할 때 스님들은 가사를 걸치고 있고 재가불자들은 자세를 바르게 하고 서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 긍정적 시선입니다. 그러나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노인은 반감이 있는지 “당신들이나 잘 하시오!”라 합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남에게 잘못을 지적하려거든 그 사람 보다 더 청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꾸짖는 수행승이 다른 사람을 꾸짖으려 하면 이와 같이 ‘나는 청정한 신체적 행위를 하고 하는가? 맑고 흠없고 허물없는 신체적 행위를 갖추었는가? 나는 이러한 원리를 갖추고 있는가 아닌가?’라고 성찰해야 한다.”(A10.44)라고 말씀했습니다.
불교적폐청산을 외치면서 피켓팅을 하고 있습니다. 적폐세력 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야 공감할 것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스님들은 피켓팅에 임할 때 가사를 수합니다. 재가불자들은 늘 단정하게 자세를 흩트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 ‘꾸씨나라의 경(A10.44)’에서도 확인 됩니다.
부처님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거든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에 따르면, 1)신체적 행위가 청정한 자, 2)언어적 행위가 청정한 자, 3)폭력을 여읜 자애의 마음을 가진 자, 4)가르침에 실천하는 자, 5)계율을 잘 지키는 자 이렇게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춘 자가 남의 잘못을 나무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단지의 여왕
피켓팅한다고 하여 항상 가만 서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피켓문구가 이해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것은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전단지에는 앞뒤로 가득 총무원장직선제와 불교적폐청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전단지를 수 천장 만들었습니다. 피켓팅과 함께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누어 주는 것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무나 붙잡고 무뚝뚝하게 주려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노련한 사람은 미소와 함께 접근하여 부드러운 말로 건넵니다. 이런 일에 일인시위를 처음 시작한 문영숙법우님만한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문영숙법우님은 전단지 나누어주기의 귀재, 전단지의 여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유의 상냥함으로 접근 하여 전단지를 건냈을 때 거의 대부분 손에 쥐게 만듭니다. 전단지를 거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전에 받은 사람들입니다. 성공확률이 거의 80%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전단지를 건넸을 때 받는 다는 것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음을 말합니다. 심지어 조계사 신도들도 전단지를 챙겨갑니다. 전단지를 읽어 보면 왜 피켓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베트남관광객들
폭염을 피해 오후 3시부터 다시 피켓을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시간인 6시까지는 서 있어야 합니다. 마치 보초 서듯이 서 있다 보면 갖가지 모양의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아마 조계사가 관광코스 중의 하나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조계사관광은 잠시 시간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깃발을 든 가이드에게 물어 보니 베트남관광객들이라 합니다.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관광지로만 알고 있었으나 역으로 베트남에서도 한국으로 관광 오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죄 없는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
길 건너편 템플 스테이 앞에는 일단의 시위대열이 지나갑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입니다. 보신각 광장에서 모여 집회를 한 후에 조계사길로 행진하는 것입니다. 차량 마이크에서는 “죄 없는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등의 구호가 터져 나옵니다.
“핵발전소 이제 그만”
한무리의 시위대가 인도를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탈핵에 대한 것입니다. 수십명의 무리 중에는 수녀님들이 많습니다. 조용히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피켓과 몸자보에 쓰여 있는 구호로 어떤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피켓에는 “핵발전소 이제그만” “핵발전소 잘가그라” 등의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수녀님들이 많아 눈에 띄지만 불교와 원불교 등 각 종교단체가 총망라된 듯합니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로
피켓을 드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전단지를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많이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시공을 초월하여 많이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일주문앞 피켓팅 현장에는 매일 10명 가량의 자발적 참여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나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간 될 때 마다 나와서 피켓을 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얼굴이 바뀝니다.
늦은 오후가 되자 색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화적인 거리이자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 문화의 거리’로 진출해 보자는 의견입니다. 이전에 한번 진출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가보자고 한 것입니다.
인사동팀을 꾸렸습니다. 다섯 명의 지원자와 한명의 촬영자로 구성된 육인조가 즉석에서 결성되었습니다. 큰 피켓보다는 두 손으로 머리 위로 치켜 들 수 있는 작고 가벼운 피켓이 필요했습니다. 지리산 산장지기 출신 김병관님의 주도 하에 인사동 문화의 거리로 향했습니다.
조계사에서 인사동까지는 십분이내의 가까운 거리입니다. 이동할 때는 피켓을 들지 않았습니다. 쌈지 앞에서 김병관님의 간단한 피켓요령을 들었습니다. 모두 다섯 명이 피켓을 하늘 높이 치켜 드는데 앞뒤 간격을 3미터 가량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3미터 유지하며 일렬로 가면 보기에 좋고 효과도 매우 좋다고 했습니다.
구렛나룻이 가득하고 도인처럼 보이는 김병관님이 앞장섰습니다. 그 뒤를 3미터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남인사마당쪽으로 향했습니다. 김병관님은 특유의 포스로 불교적폐청산을 계속 외쳤습니다.
남인사마당에서 회향하여 북인사마당으로 향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종로쪽으로 가 보자 하여 종각 방향으로 행진했습니다. 이런 모습에 일부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한듯 합니다. 범위를 벗어난 것이긴 하지만 한번 스쳐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서 있기만 하다가 움직이니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회향은 여법하게
오후 6시가 가까워 오자 회향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전 일찍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아스팔트 앞에서 보내야 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에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시간입니다. 회향할 때는 불자답게 여법하게 마무리합니다. 모두 모여 대웅전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며 사홍서원합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 빛나는 촛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사동 한정식으로 향했습니다. 매일 점심과 저녁을 먹으니 이곳 저곳에 먹을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정된 장소가 있어서 대개 거기에서 먹습니다. 이날 저녁은 복날이라 특별한 것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정식 주인은 열성적 지지자라는 사실입니다. 기자회견을 하면 배석하기도 하고 피켓팅에도 참여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이날 저녁은 반값에 먹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저녁식사후에 다시 조계사 일주문 앞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촛불입니다. 보명거사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은 시행 된지 일이주 되었습니다. 낮에는 피켓팅으로 알리고 밤에는 촛불을 켜서 밝히고자 한 것입니다. 저녁 먹기 위하여 철수 했던 피켓을 다시 챙겨 조계사 일주문 앞마당으로 갔습니다.
토요일 저녁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일주문 앞에는 어둠이 찾아 왔습니다. 준비한 촛불은 LED입니다. 촛불도 진화하여 이제 LED가 대세인 듯합니다. 어둠이 찾아 온 조계사일주문 앞은 평온합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오가는 사람들로 인한 혼잡함과는 대조적입니다. 자리를 펴고 앉아 가만이 앉아 있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낍니다.
LED가 대세라 하지만 그래도 진짜 불이 최고입니다. 등잔을 연상케 하는 작은 촛불에서 나오는 불빛이 주변에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 더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저녁 적막한 조계사 일주문에 촛불이 켜졌습니다. 변덕 스런 날씨이어서인지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원래 아홉시까지 있어야 하나 비가 점차 세차지지 서둘러 철수 했습니다.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난 것입니다.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거의 하루 종일 조계사 일주문앞에서 보냈습니다. 이런 행위에 대하여 이해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합니다. 오욕락을 즐기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미친 짓’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시간과 돈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켓팅은 미친 짓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하고 있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성스런 일이 됩니다.
이른 아침 청소부가 거리를 빗자루질 하고 있습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비참한 인생입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하여 이 세상을 깨끗이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서 최고로 보람 있는 일이 됩니다.
여기 남부러울 것이 없는 최고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이름으로나 연봉으로나 이만한 직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있는 일에 불만을 가진다면 비참한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에 갇힌 사자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 갇힌 사자는 주인이 주는 고기만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부족으로 살만 쪄 있습니다. 우리에 갇힌 사자는 더 이상 사자가 아닙니다. 야성을 잃어 버린 사자는 우리에 갇힌 돼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우리에 갇힌 사자나 다름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남들에게는 천하게 보일지라도 거기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피켓팅은 계속된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는 매일 자발적 참여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달째입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비올 때까지 기우제 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조계종 적폐청산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계속 될 듯 합니다. 그렇다면 오전과 오후, 더구나 저녁촛불, 그것도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매일 피켓팅하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안락을 추구하는 자들의 입장에서는 불가사의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고 있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어떤 일이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피켓팅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것도 ‘밤낮없이’ ‘주말없이’ 계속됩니다. 총무원측에서는 한두번 하다 말겠지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처음 피켓팅 했을 때 총무원측 사람들이 완력으로 밀어 내려 했습니다. 이것이 통하지 않자 귀속말로 ‘밤길조심하라’는 등 무서운 말로 협박 했습니다. 그리고 조계사 간부신도들을 동원하여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수 저런 수를 다 써 본 것입니다. 그러나 자발적 참여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제 적폐세력으로 내몰렸습니다. 예전처럼 뒤를 돌보아 주는 정권도 없습니다. 촛불민심을 수용하여 적폐청산을 국정제일의 과제로 삼고 있는 새정부 앞에서는 현재 자승종권은 적폐세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폐세력으로 내몰린 그들은 이제 피켓팅하나 막을 힘조차 없는 듯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조계사 일주문 앞 피켓팅은 계속 됩니다.
2017-07-2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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