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로 구입한 노트북, 이제 마음 놓고 해외여행을
생애 최초로 노트북컴퓨터를 샀습니다. 인터넷에서 중고로 산 것입니다. 가급적 가벼운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사실 노트북이 하나 있습니다. 친구가 준 것입니다. 무게가 3키로나 되는 오래 된 것입니다. 해외여행 갈 때 가져가기는 무리라고 보았습니다. 오로지 여행용으로 이번에 경량 노트북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노트북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기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노트북을 구입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한달 후 인도성지순례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홀로 일을 하다 보니 이삼일도 비우기도 어렵습니다. 보통 십일 가량 되는 집중수행을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실행하지 못한 것은 장기간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고객들이 주문을 했을 때 즉각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집니다. 오로지 전화 한대를 바라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인사업자입니다. 언제든지 전화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십일 가량 자리를 비웠을 때 손실도 크지만 더 큰 것은 기회가 날아 가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한번 떠난 고객은 다시는 오지 않습니다.
9일간의 인도성지순례를 앞두고
12월 31일부터 시작되는 9일간의 인도성지순례를 앞두고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일종의 현장대응용입니다. 패키지여행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숙박합니다. 요즘 호텔은 인터넷 네트웍이 깔려 있다 하니 여차 하면 호텔에서 작업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성지순례는 ‘진주선원’ 불자들과 함께 합니다. 원담스님이 이끄는 인도성지순례단입니다. 원담스님과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번 순례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스님의 글을 읽고 공감 했는데 지난 여름 하안거때 봉선사로 한번 찾아 간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는 오래 전부터 염원하던 것이었습니다. 매년 일년에 한번씩 해외성지계획을 세웠는데 그 중에 당연히 인도성지순례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함께 할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중국실크로드성지순례를 마지막으로 4년 째 해외로 나가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기회가 된 것입니다.
일생에 한번쯤 순례해야 할 곳은?
불자라면 부처님의 발자취를 당연히 밟아야 할 것입니다. 마치 무슬림들이 메카 성지순례 하듯이, 불자들도 부처님이 태어나고 깨닫고 첫 설법을 하고 열반에 든 곳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성지순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가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경(D16)’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열반에 들기 전에 아난다에게 “아난다여, 믿음이 있는 고귀한 가문의아들이 보아야 하고 경건해야 할 이와 같은 네 가지 장소가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D16)라며 다음과 같이 말씀 했습니다.
“아난다여, ‘여기서 여래가 태어났다.’라고 믿음 있는 고귀한 가문의 아들이 보고,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하는 장소가 있다.
아난다여, ‘여기서 여래가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았다.’라고 믿음 있는 고귀한 가문의 아들이 보고,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하는 장소가 있다.
아난다여, ‘여기서 여래가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라고 믿음 있는 고귀한 가문의 아들이 보고,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하는 장소가 있다.
아난다여, ‘여기서 여래가 잔여가 없는 세계로 완전한 열반에 드셨다.’라고 믿음 있는 고귀한 가문의 아들이 보고,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하는 장소가 있다.”(D16)
부처님은 열반에 들기 전에 사대성지에 대하여 말씀했습니다. 부처님이 탄생한 룸비니(Lumbini), 부처님이 위 없는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Bodhgaya),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사르나트(Sarnath), 부처님이 열반에 든 꾸시나라(Kusinara) 이렇게 네 곳의 성지를 말합니다. 이런 성지는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야 할 곳입니다. 무슬림들이 메카순례하듯이, 불자라면 사대성지를 일생에 한번쯤은 순례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때가 온 것입니다.
중고 노트북을 구매하고
노트북은 순전히 성지순례 때문에 산 것입니다. 노트북 쓸 일이 없지만 인도현지에서 고객대응용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여차하면 밤에 작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새 것으로 사려고 했습니다. 무게가 최대한 가벼운 것이 대상이었습니다.
고객중에 컴퓨터 전문가가 있습니다. 고객은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교육학 박사입니다. 아이티관련 업체에서 컨설턴트도 하고 기업체에서 강연도 합니다. 늘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는 스타일로 요즘 보기 드문 성실한 자의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고객에 따르면 컴퓨터를 굳이 새것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하드웨어 기술이 보편화 되어서 어느 것을 사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으로 중고품을 구매해도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가격은 갈수록 떨어져서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고사이트 주소까지 알려 주었습니다.
고객의 말을 듣고 중고로 노트북을 구매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입니다.구입한 것은 무게가 1.6Kg입니다. 이 정도면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 없습니다. 다음으로 성능입니다. 중고품이지만 가급적 고급을 선택했습니다. 중고품 가격은 39만 9천원입니다.
택배로 전달 받은 노트북은 그야말로 중고품이었습니다. 액세서리라고는 파워코드 하나가 고작입니다. 고객의 조언대로 무선 마우스를 구입하고 노트북 보호용 파우치도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노트북은 겉으로 보기에는 새것과 다름 없습니다. 업체 사이트에 따르면 전시용으로 사용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누가 사용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가 사용했건 이제 새 주인을 만난 것입니다.
구입한 노트북은 기본 기능만 있습니다. 인터넷만 되는 것입니다. 하드웨어는 갖추어져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따진다면 약(弱)인공지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도움 주는 멘토(Mentor)
현지에서 작업하려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깔아야 합니다. 먼저 수 년간 알고 지내는 컴퓨터 수리 업체 대표를 불러서 MS워드 등 문서작업 관련 프로그램을 깔았습니다. 비용은 약 사만원 가량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설계관련 프로그램입니다.
설계프로그램 까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갈수록 버전이 높아 져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멘토(Mentor)라 볼 수 있습니다. 나이는 열살 아래이지만 일하다 막히면 물어 봅니다. 그때 마다 해결해 줍니다. 인쇄회로기판(PCB)설계 분야에서는 전문가라 볼 수 있습니다.
설계관련 캐드프로그램을 깔기 위하여 B의 집을 찾았습니다. B는 성남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비탈길을 특징으로 하는 성남의 단독주택에서 세 들어 삽니다. 그런 B와 인연 맺은 것은 1999년입니다. 강남에 있는 벤처회사 다닐 때 입니다. 이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하다 막히면 언제든지 물어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이는 열살 아래이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나의 멘토’라 볼 수 있습니다.
B는 아직도 총각입니다. 1999년 당시 그는 20대 후반이었습니다.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이제 40대 중반이 넘어 갑니다. 같은 분야의 길을 가는 입장에서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릅니다.
노트북에 캐드프로그램 까는 작업은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B에게 늘 고맙게 생각했기 때문에 부근 대형마트에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준비했습니다. 토요일 B의 집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관련 프로그램 두 개를 깔았습니다. 깔고 나니 노트북이 갑자기 똑똑해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하드웨어에 불과 했으나 프로그램이 작동되자 마치 약인공지능에서 강(强)인공지능으로 바뀐 듯 합니다.
이제 마음 놓고 해외여행을
노트북 그 자체는 하나의 하드웨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깔면 깔수록 점점 똑똑해집니다. 마침내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탑재 했을 때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언제 어느 때나 대응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제 마음 놓고 해외여행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일주일 이상 자리 비우면 불안 했는데 현지에서 대응가능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출격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2017-11-3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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