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이젠 우리 차례인가?” 동기 부고를 받았다. 불교교양대학 법우님이다. 활동을 안 하시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동기를 기억하는 법우님들은 조의를 표한다. 이제까지 부모세대 부고소식을 들었다. 세월이 흘러서일까 이제는 우리세대가 대상이 된 듯하다.
하나 둘 떠나 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대부분 암에 따른 장기파손이다. 눈을 감는 순간 우주가 파괴될 것이다. 그것이 병에 의한 것이든 급작스런 사고에 따른 것이든 세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테라와다불교 교단의 빤냐완따 스님은 “때가 되면 통째로 사라는 법”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이 무너질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아직 할 일이 많은데.”라고 할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 하지 못하고 그만 두었을 때 아쉬움이 클 것이다. “내가 그때 했어야 했는데.”라며 후회와 회한의 감정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가차없이 흘러간다.
“젊어서 그대는 출가했다.
나의 가르침을 따르시오.
인간의 감각적 쾌락을 즐기시오.
내가 재산을 주겠소.
정말 그대에게 약속하겠소.
아니면, 내가 불을 가져오겠소.” (Thag.461)
기녀가 수행승을 유혹한다. 기녀는 나이 들어서도 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늙어서 둘이서 지팡이에 의지하게 될 때, 둘이서 함께 출가하면, 두 곳에서 행운의 주사위가 던져지는 것입니다.”(Thag.462)라고 말한다. 젊어서는 욕망에 충실하는 삶을 살고, 늙어서 더 이상 힘이 없을 때 함께 수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갖고자 한다. 어떤 이는 꺽어서 혼자만 보고자 한다. 도를 닦는 사람은 유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황진이가 지족선사에게 한 것처럼 기녀도 수행승을 꺽고자 한다. 기녀는 미동도 하지 않는 수행승에게 평생 먹고 살 재산을 주겠다고 한다. 이를 믿지 못하겠거든 불의 신에게 맹세 하겠다고 말한다.
수행승은 기녀에게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재난을 보았다. 한평생 욕망으로 살아온 기녀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행승은 열심히 정진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우주가 무너질 때 “나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라고 말한다면 이미 늦다. 오늘밤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하루를 일생처럼 살 수 있다. 그래서일까 미얀마 선원에서는 본격적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예비수행을 한다. “나의 삶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나의 죽음만큼은 확실하다.”라며 죽음에 대한 명상(死隨念)을 한다.
7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집중수행 들어 간다. 김천 직지사 템플스테이에서 우 에인다까 사야도의 지도를 받는다. 미얀마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8계를 받아 지니며 오후불식한다. 남들이 휴가를 가고 해외여행을 즐길 때 선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새벽 3시대 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때로 이런 삶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2019-06-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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