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큰스님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원리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28. 12:22

 

큰스님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원리

 

 

그제 존경하는 스님한테 전화 한통 받았다. 스님은 글을 하나 써 달라고 했다. 현재 조계종 사태에 대한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좋지 않은 소식에 대한 것이다. 이런 일은 가능하면 널리 알려야 한다.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악화된다.

 

최근 갖가지 좋지 않은 뉴스를 접한다. 나눔의 집 횡령사건이 대표적이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도 관여되어 있어서 사회적으로 비난이 거세다. 이에 대하여 재가불교단체에서는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스님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사회를 해체하고 새출발 해야 함을 말한다.

 

혜민스님과 현각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더 심각한 것은 서의현 전총무원장의 복귀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계종 원로회의로부터 대종사타이틀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명진스님은 94년 개혁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 갔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에서 94년과 98년에 큰 사건이 있었다. 세상사람들은 내막을 잘 모른다. 다만 스님들이 각목들고 싸운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는 총무원청사를 점령하려는 측과 지키려는 측의 일진일퇴 공방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CNN에 생중계되어서 전세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 불자는 아니었다. 정서적으로 불자였다. 그럼에도 TV보기가 민망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이후 총무원청사 공방장면이 나오면 의도적으로 채널을 돌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두 번 각목사태로 인하여 불자들이 많이 떠났다고 들었다. 특히 98년 사태는 최악이라고 했다.

 

총무원청사만 점거하면 성공한 쿠데타가 되는 것일까? 94년과 98년 사태 때는 분명히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치열한 공성전과 수성전을 보는 것 같았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했다. 이런 장면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아마 세상사람들에게는 불교의 이미지가 폭력적으로 비추어졌을지 모른다. 이처럼 막대한 희생을 치루고 개혁종단이 출범했으나 26년이 지난 현재 서의현 전총무원장의 복귀로 인하여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불교에서는 상식밖의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최근 교계신문에 따르면 해인사 선원장 스님이 쫓겨났다고 한다. 이유는 해인사 가풍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가풍을 말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원칙을 말하면 쫓겨난다는 사실이다. 그 중의 하나를 보면 일대일 점검인 독참이 있다. 이를 수행점검이라 해야 할 것이다.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수행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제자는 수행결과를 보고 하고 스승은 수행점검을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서는 거의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쫓겨난 스님은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독참이 힘들다면 독참을 대신한 조사어록 강독시간이라도 갖자고 했다. 이 마저도 거절 되었다. 쫓겨난 선원장 스님은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출가시켜서는 안될 사람 유형 12가지

 

한국불교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이상한 불교가 되었다. 부처님 가르침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비법이 득세하는 세상이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스님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스님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 스님이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율장대품을 보면 출가해서는 안될 사람 유형 12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 다섯 가지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

2) 왕의 신하

3) 강도

4) 감옥문을 부순 도적

5) 방부에 적혀 있는 도적

6) 태형을 당한 자

7) 낙인형을 당한 자

8) 빚 진 도둑

9) 노예

10) 삭발자

11) 생계형아동

12) 열다섯미만의 소년

 

 

1번항 다섯 가지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나병, 종기, 습진, 폐병, 간질을 말한다. 병의 치유를 목적으로 출가한 사람들을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그러나 그 사람은 질병이 낫자 환속했다.”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를 보고 병을 고쳐준 의사 지바까는 어찌 존자들이 다섯 가지 질병에 감염된 자들을 출가시킬 수 있단 말인가?”라며 혐책하고 분개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가서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다섯 가지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출가시켜서는 안된다. 출가시키면 악작죄가 된다.”(Vin.I.74)라고 했다.

 

생계형 출가를 보면

 

12가지 유형을 보면 크게 도피형출가와 생계형출가로 나눌 수 있다. 부처님당시 승가는 일종의 치외법권지역이나 다름 없었는데 범죄자들이 들어와 도피생활을 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부모가 생계를 위해 아동을 출가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사원이 일종의 고아원 역할을 하여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수행환경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라자가하 시에 17명의 소년들이 있었다. 소년들의 부모는 자신들이 죽었을 때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부처님의 교단으로 출가시키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교단에 출가시키면 밥은 굶지 않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들의 우두머리가 우빨리에게 찾아와서 출가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빨리는 소년들을 출가시키고 구족계까지 주었다.

 

다음날 아침 배고픈 아이들은 죽을 주시오, 밥을 주시오, 단단한 음식을 주시오.”(Vin.I.78)라며 떠들었다. 이는 탁발에 의지하는 수행승들에게 있어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밥 달라고 떠들 때 수행승들은 벗들이여,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만약에 죽이 있으면, 드십시오. 만약에 밥이 있으면 드십시오. 만약에 단단한 음식이 있으면 드십시오. 그러나 죽이나 밥이나 단단한 음식이 없다면, 탁발을 해서 듭시다.”(Vin.I.78)라고 말했다.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스무 살 미만인 자인 것을 알고도 구족계를 주서어는 안된다. 구족계를 주는 자는 원칙에 따라 조치되어야 한다.”(Vin.I.78)고 말했다.

 

스님은 왜 출가하셨나요?

 

요즘 BTN에서 스님들의 출가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마 재가불자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스님은 왜 출가하셨나요?”라고 당돌하게 물어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실례에 속한다. 일종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아무에게나 털어 놓는 것이 아니다. 절친이 아니면 털어 놓기 힘들다. 왜 그런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절친의 조건에 대하여 “1)비밀을 털어놓고, 2)비밀을 지켜고, 3)불행에 처했을 때에 버리지 않고, 4)목숨도 그를 위해 버립니다.”(D31.16)라고 했다. 이런 친구가 절친이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좋은 친구를 말한다. 그럼에도 스님에게 왜 출가했나요?”라며 털어 놓기를 바란다면 이는 실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스님들이 있다. 잊을 만하면 종종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문제스님을 말한다. 아마 대부분 도피형출가자나 생계형출가자로 본다. 출가이유가 불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율장대품에 언급된 12가지 항목 중에 하나 이상은 해당될 것이다.

 

스님이라 하여 모두 다 수행자라고 볼 수 없다. 도피형도 있고 생계형도 있다. 특히 생계형 스님은 출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가자도 아닌 반승반속이라고 볼 수 있다. 계행이 엉망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사유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깍고 회색승복을 입어서 겉으로는 스님처럼 보일지모르지만 세속에서 탐, , 치로 살아 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님, 스님, 우리스님, 우리 큰스님이라고 말한다.

 

머리가 희다고 해서

 

세상사람들은 서열을 정할 때 나이 순서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한살이라도 말하면 형님이 되고, 한살이라고 많으면 언니가 된다. 그래일까 TV에서는 보통사람을 소개할 때 나이를 알려 준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머리가 희다고 해서

그가 장로는 아니다.

단지 나이가 들었으나

헛되이 늙은이라 불린다.”(Dhp.260)

 

 

언젠가 유튜브에서 조폭채널을 본 적이 있다. 조폭의 세계에서는 서열이 중시되는데 철저하게 나이로 따진다고 했다. 나이가 한살이라도 많으면 형님이 되고, 한살이라도 적으면 동생이 되는 것이다. 그가 지혜가 있든 없든 육체적 연령으로 위계질서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반드시 나이가 우선순위는 아니다. 장로라 하여 반드시 나이 든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이는 법구경 인연담에서도 발견된다.

 

장로 라꾼다까 밧디야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수행승들에게 “한 장로가 이곳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는가?”라고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들은 보지 못했다고?” “세존이시여. 한 사미를 보았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그는 사미가 아니라 장로이다.”“세존이시여, 지나치게 작았습니다.”이에 부처님은“수행승들이여, 나는 나이가 들었다고 장로라 부르지 않고 장로의 자리에 앉았다고 장로라 부르지 않는다. 진리를 꿰뚫고 많은 사람에 대하여 불살생을 확립하면, 그를 장로라 한다.(DhpA.III.387-388)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머리만 희다고 하여 장로가 아니라고 했다. 이는 육체적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장로가 될 수 있는 성품이 결여되어 있다면 장로로 볼 수 없음을 말한다. 그래서 앙굿따라니까야 우루벨라의 경2’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비록 나이가 들어 여든 살이나 아흔 살이나 백 세가 되었더라도 때 맞춰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기억에 남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알맞은 말을 하지 못하고, 이유가 분명한 말을 하지 못하고, 한계가 있는 말을 하지 않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를 두고 ‘어리석은 장로’라고 한다.(A4.22)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장로는 아니다. 스님이라 해야 모두 스승은 아니다. 나이가 80살을 먹고 100살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헛되이 나이만 먹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음을 말한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나이가 어려도 장로가 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를 꿰뚫고 있다면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수행승들이여, 비록 젊고 머리카락이 아주 검고 행복한 청춘을 부여 받은 인생의초년생일지라도 때 맞춰 말하고, 진실을 말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고, 기억에 남는 말을 하고, 알맞은 말을 하고, 이유가 분명한 말을 하고, 한계가 있는 말을 하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한다면, 그를 두고 ‘슬기로운 장로’라고 한다.(A4.22)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나이가 어려도 이치에 맞게 말을 하면 장로와 같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사미일지라도 성품을 꿰뚫고 있다면 진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로로서 자격이 있다고 했다.

 

큰스님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원리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대체로 지혜로워진다. 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유도 크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갖가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한번도 겪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게 충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하여 모두 지혜롭다고 볼 수 없다. 머리가 희다고 하여 모두 장로가 아닌 것과 같다. 그렇다면 장로의 조건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원리로 설명했다.

 

 

첫째, 계행을 갖추고, 의무계율을 실천하고, 의무계율을 통한 제어를 수호하고, 행실과 행경을 원만히 하여, 작은 잘못에서 두려움을 보고 학습계율을 수용하여, 배운다.

 

둘째, 그는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기억하고 배운 것을 모아서,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내용을 갖추고 형성이 완성된 가르침을 설하고 지극히 원만하고 오로지 청정한 거룩한 삶을 실현시키는 그 가르침을 자주 듣고, 기억하고, 언어로써 외우고, 정신으로 성찰하고, 바른 견해로 꿰뚫는다.

 

셋째, 그는 보다 높은 마음과 관계되고, 현세의 삶에 유익한 네 가지 선정을 원하는대로 성취하고 힘들이지 않고 성취하고 어렵지 않게 성취한다.

 

넷째, 그는 번뇌를 부수고 번뇌 없이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에 의한 해탈을 현세에서 곧바로 알고 깨달아 성취한다.”(A4.22)

 

 

장로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보면 결국 계, , 혜 삼학과 배움에 대한 것이다. 특히 두 번째 항목인 배움과 관련하여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기억하고 배운 것을 모아서,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내용을 갖추고 형성이 완성된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부처님 제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Dhamma)을 배우고 기억하고 실천해야 함을 말한다. 이를 큰스님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 해야 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불교에서 스님의 위상은 부처님과 동급이다. 이는 한글삼귀의문에서 승보에 대하여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많은 스님에 대하여 큰스님이라고 부른다. 종단 권력승에게는 대종사라는 타이틀을 붙여 준다. 과연 장로로서 조건은 갖춘 것일까?

 

큰스님이나 대종사가 되려면 먼저 장로가 되어야 한다. 때 맞추어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만약에 스님이 경전에 근거한 말을 하지 못하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하지 못하면 장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큰스님이나 대종사라는 말을 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머리가 희다고 하여 장로가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 큰스님이 아니다. 권력이 있다고 하여 대종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로가 될 성품이 결여되어 있다면 더 이상 큰스님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이 든 스님만 보면 스님, 우리스님, 큰스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신심 있는 불자들은 스님들을 스승으로 모신다. 이는 스님을 인천(人天)의 스승이라고 한 동아시아불교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스님이 인천의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장로가 되어야 한다. 장로가 되는 데는 나이와 크게 관련이 없다. , , 혜 삼학을 닦고 배움을 성취하면 누구나 장로가 될 수 있다. 장로가 되는 데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2020-11-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