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고운 손을 부끄러워 하자
LH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이제 특검에 이르렀다. 뉴스에서는 ‘국민적 분노’라는 말로 분위기를 전한다. 대체 어떤 분노일까? 그것은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분노라고 볼 수 있다. 일부 특권층의 불로소득에 대한 분노이고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이다.
이 분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마치 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한 분노를 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것이다.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덮어질 것이다. 기득권자들은 하루빨리 새로운 이슈로 덮어 지기를 바랄 것이다.
LH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불로소득’에 대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의 전형이다. 적게 투자해서 많이 먹는 것이다. 그것도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겼을 때 이에 동의하거나 인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행위에 해당된다. 그래서일까 투기로 돈을 벌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자랑할 것이 있고 자랑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은 자랑할 수 있다. 근검절약하여 아파트 한채를 샀다면 성공스토리가 된다. 생활력은 어디에 가서든지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투기로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함부로 할 수 없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에 따른 분노를 야기할 수 있다.
불로소득은 아파트 투기에만 있을까? 적게 내고 많이 가져 간다면 이것 또한 불로소득이다. 떳떳하게 자신의 수입을 밝히지 못한다면 불로소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능력에 비해 과도한 연봉도 불로소득이라 볼 수 있다. 범위를 확장한다면 공무원연금도 불로소득이고 건물주의 임대소득도 불로소득이다.
과도하게 가져 가는 것은 불로소득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도둑질’이다. 본래 투도죄는 주지 않는 것을 가져 가는 행위를 말한다. 범위를 확장하면 과도하게 많이 가져 가는 것도 도둑질이다.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만을 도둑질로 볼 수 없다. 이런 측면으로 본다면 우리사회에서 도둑놈 아닌 사람이 없게 된다.
“민나 도로보 데스”라는 말이 있다. 한때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일본말이다. “모두 도둑놈들이다.”라는 뜻이다. 부동산투기는 물론 고액연봉, 공무원연금, 임대소득으로 불로소득을 챙긴 자들도 도둑놈의 범주안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도둑놈 아닌 자가 없다. 누구도 불로소득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떳떳하지 않으면 불로소득이 된다. 결국 “불로소득은 도둑질이다.”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나는 얼마나 떳떳할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떳떳하지 않다.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한 것이 가격이 올랐다면 불로소득이 된다. 물론 팔아서 차익을 남겨야 불로소득이 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견적을 낼 때 고민한다. 과도하게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의도가 들통나게 된다. 적정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때로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잘못되었을 때 두 말 하지 않고 다시 해 준다. 그러나 손해 보고 일을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이윤을 챙기려고 한다. 이런 것도 어쩌면 불로소득에 속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도한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면 자유로울 수 있다. 결국 양심에 달려 있다.
스물 세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차는 999cc짜리 경차이다.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배기량을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말하지 않는다.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만일 그가 사는 집을 공개하고 자동차를 보여준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자꾸 숨기게 된다. 고액연봉 금액도 숨기고, 고액 공무원연금 금액도 숨기고, 고액 임대수입도 숨긴다.
국민들은 LH사태에 분노한다. 이는 다름아닌 불로소득에 대한 분노이다. 불로소득을 챙겨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국민정서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법이 있다. 그것은 ‘국민정서법’이다. 비록 성문법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국민정서법에 위배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불평등하다. 아니 불평등 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불평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불공정한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때 분노한다.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과 과도한 이익을 챙겨 갈 때 분노한다.
모든 것은 합법적이어야 한다. 투기가 비난받는 것은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것에 있다. 그런데 합법적인 것도 국민정서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법을 만들었을 때이다.
공무원연금에 비판적이다.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해당된다. 왜 비판하는가? 한마디로 적게 내고 많이 타 가기 때문이다. 평균 수령액을 보면 자영업자들의 평균 보다 훨씬 높다. 또한 죽을 때까지 타 먹고 놀라운 것은 유산으로 상속되기도 한다. 이건 불공정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불합리가 만들어 졌을까? 그것은 공무원들 자신의 문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보장과 고용보장이 되는 그들은 연금으로 노후까지 보장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법을 만든 사람도 공무원이고, 법을 집행한 사람도 공무원이고, 혜택받는 사람도 공무원이다.
이 땅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그들은 고용보장, 신분보장, 연금보장으로 인하여 완전한 복지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연금이다. 적게 내고 과도하게 타가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국민연금과 비교된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정서법에 위배된다.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국민정서법에 맞지 않으면 불로소득이 된다. 도둑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아니꼬우면 공무원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들도 공무원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야 함을 말한다. 시대에 맞게 공무원 연금은 개혁되어야 한다.
투기와 불로소득이 판치는 세상이다. 잘나고 똑똑한 자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거기에다 막대한 불로소득까지 챙기고 있다. 불로소득 시대에 불자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럴 때 부처님은 무어라고 말씀하셨을까? 가르침에 답이 있다.
“장자여, 향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장자여, 세상의 고귀한 가문의 아들은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 그는 이와 같이 ‘나는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것을 향유의 행복이라 한다.” (A4.62)
소유의 행복이 있다. 그것은 정당하게 형성된 재산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이라고 했다. 이는 다름아닌 노동으로 형성된 재산을 말한다.
작은 임대사무실에서 일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이다. 일감을 주문받으면 수천, 수만번 클릭한다. 이것도 팔의 힘이라 해야 할 것이다. 노동에는 육체적 노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노동이든지 팔의 힘으로 한다. 팔을 사용하면 모두 신성한 노동이 된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근면하게 형성된 재산은 투기와 불로소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돈이라고 해서 같은 돈이 아니다. 구린내 나는 돈이 있는가 하면 소중한 돈이 있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번 돈은 가치 있는 것이다. 정당한 원리로 번 돈은 비난받지 않는다. 투기도 아니고 불로소득도 아니기 때문이다.
투기나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은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도둑놈은 도둑질한 것을 어떻게 사용할까? 거의 대부분 즐기는데 사용할 것이다.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외여행을 들 수 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철마다 해외로 나간다.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합법적인 것이라 해도 국민정서법에 맞지 않으면 떳떳치 않은 것이다. 희고 고운 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가 아무리 많은 재산을 모았어도 다 쓰지 못한다면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과도한 고액의 연봉, 과도한 고액의 연금, 과도한 고액의 임대수입도 잉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꽉 쥐고 소유하려 한다면 도둑놈 소리 듣기 쉽다. 베풀고 나누는 삶이 되지 않으면 도둑놈 소리 듣기 쉽다.
진정한 소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명백하다. 부처님은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A4.62)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당한 원리’는 ‘dhammikā dhammaladdhā’를 번역한 말이다. 이는 “여법하게 올바로 얻어진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담마는 법답고 여법한 것이다. 재산도 법답고 여법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형성된 재산은 여법한 것이다. 그렇다고 소유로 끝나면 즐기는 삶이 된다. 바람직한 것은 베풀고 나누는 삶이다. 이를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라고 했다.
소유(atthi)와 향유(bhoga)는 다른 것이다. 소유는 재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하고, 향유는 재물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소유한 것을 베풀어야 향유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소유의 행복보다 향유의 행복이 더 수승하다. 이를 세간적 무소유라 해야 할 것이다.
2021-03-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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