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과 눈물로 얼룩진 보시
대체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 될까? 행복을 돈으로 보는 시대에 있어서 21억은 있어야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점심 때 뉴스채널에서 LH 부동산투기 사태에 대한 보도를 보았다. 연일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투기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미 사 놓은 땅을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 보상을 해 주어야 함을 말한다. 이럴 경우 두 배, 세 배의 차익을 남기기 때문에 설령 쫓아 낸다고 하더라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개발예정지역을 미리 알아 땅을 사 놓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탈법에 해당된다. 이로 인하여 시세차익을 남겼다면 이는 도둑질에 해당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불로소득이다.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 땅을 사 두었더라도 땅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가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배, 세 배로 올라 불로소득을 챙겼다면 국민정서법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기성세대는 성장의 시대를 살았다. 이른바 베이붐세대는 성장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한해 태어난 숫자가 많아서 경쟁도 치열했지만 70-80년대는 성장의 시대였다. 이런 성장은 90년대까지 연장되었다.
성장의 시대 때는 완전고용의 시대이기도 하다. 학교를 졸업하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또한 성장의 시대 때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대출받아 살 수 있었다. 완전고용 시대였기 때문에 대출금과 대출이자를 갚는 것은 용이했다.
성장의 시대 때를 산 사람들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재테크에 밝은 사람들은 한채 가지고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채를 더 사서, 그것으로 늘리고 늘려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성장의 시대는 한편으로 투기의 시대이기도 했다.
지금은 성장이 멈춘 시대이다. 한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던 경제가 언젠가 저성장으로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일자리도 줄어 들었다. 성장이 멈추니 기회도 줄어 들었다. 부동산 투기로 백만장자가 되는 시대는 간 것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기에 대한 환상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부동산으로 한몫 잡아 보려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발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이번 LH 사태가 잘 말해준다.
대한민국에서 정직하게 살아서는 큰 돈을 벌 수 없다. 불법,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투기를 해야 일확천금을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동산으로 돈을 번 백만장자들은 모두 투기꾼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월급생활자가 월급을 모아서 백만장자가 될 수 없다.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도 있지만 장사를 해서 번 사람들도 있고 사업을 해서 번 사람들도 있고 해외비즈니스를 해서 번 사람들도 있다. 정당한 원리로 돈을 번 사람들은 칭찬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불법과 편법, 탈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을 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무리 잘 할려고 노력해도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다. 아직도 직원없이 혼자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업이 체질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돈 버는 재주가 없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있다. 특히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의 재산을 보면 천문학적이다. 회사를 상장하면 돈방석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은 과연 그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루어 낸 것일까?
며칠전 어느 인터넷 기업가가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천문학적 재산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카톡방에는 그의 선행을 칭송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보기 드물다. 설령 그것이 불법, 편법, 탈법으로 이룬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가는 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회에 재산을 기부하는 부자들 상당수는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이 일군 재산을 자신의 능력보다는 운으로 돌린 것이다. 빌 게이츠도 이와 똑같은 말을 했다.
그가 이룬 재산은 그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것이기도 하다. 왜 그런가? 사회가 없었으면 그의 재산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시대가 요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아이템을 선정하여 사업했기 때문에 거부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기부자들은 공통적으로 “운이 좋았을 뿐이죠.”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이것도 운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집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 투기를 했다면 운과는 무관한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간 것이기 때문에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이런 사실에 분노한다.
여기 불로소득의 성을 쌓은 사람이 있다.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재산을 형성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떳떳이 밝힐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재산이 많다는 사실 그 하나로 대접받는다. 가난한 자들에게는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 될지 모르지만 그로부터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통 큰 보시자가 환영받는다. 그가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로 형성된 것인지,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 불로소득으로 거부가 되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가 내놓는 금액만 크면 되는 것이다. 불법과 편법, 탈법으로 형성된 재산일지라도 나에게만 도움이 된다면 과거의 행위는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가 만일 절에 큰 시주를 했다면 공덕비를 세워줄 것이다.
불법, 편법, 탈법에 따른 불로소득은 계행이 엉망인자가 형성한 재산과 같다. 과도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면 도둑질한 것과 같다. 이런 돈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공덕비까지 세워준다. 이처럼 청정하지 못한 보시에 대해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부정하게 살면서 보시하니
상처내고 죽이고 또한 괴롭히네.
그 보시는 눈물과 상처로 얼룩진 것이니
올바른 보시로서 가치가 없고
천사람이 바치는 십만의 재물조차도
바른 보시에 비해 십육분의 일의 가치도 없다.”(S1.32)
여기 인색한 자가 있다. 불법, 편법, 탈법으로 불로소득의 성을 쌓은 그가 어쩌다가 보시를 했는데 금액은 매우 클 수가 있다. 이런 보시에 대하여 부정한 보시라고 한다. 또 눈물과 상처로 얼룩진 보시라고 했다. 왜 그런가? 재산형성 과정에서 타인을 상처 내고 죽이고 괴롭혀서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보시는 금액이 아무리 많아도 보시로서 가치가 없다고 했다.
승가에서는 큰 보시를 바랄지 모른다. 이른바 대보살이 나타나서 큰 금액을 시주하기 바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재산이 불법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청정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보시 받는 자가 청정하지 못하다면 아무런 공덕이 없다. 그럼에도 보시 받는자가 청정하다면 그보시는 청정한 보시가 될 수 있다.
보시공덕은 금액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부정하게 번 돈을 보시했을 때 설령 그 보시액이 막대하더라도 작은 금액을 보시하는 자의 공덕에 비해 작을 수 있다. 왜 그런가 보시는 능력껏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만원을 번 자가 10%에 해당되는 10만원 보시한 것과 1억을 번 사람이 1%에 해당되는 백만원 보시하는 것은 공덕이 다르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다.
“어떤 사람은 조금 있어도 베풀고
어떤 사람은 많아도 베풀지 않으니
조금 있어도 주는 보시는
천 배의 보시와 동일하게 헤아려지네.”(S1.32)
보시는 능력껏 하는 것이다. 부자가 큰 금액을 보시하는 것 같지만 가진 재산의 1%도 되지 않는다면 아주 작은 금액을 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자가 신심으로 재산의 10%에 해당되는 보시를 했다면 금액이 작더라도 큰 보시가 되어서 큰 보시공덕을 짓게 된다.
절에서는 시주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 큰 금액을 보시한다고 하여 차를 대접하는 등 특별대우를 한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작은 금액이라도 청정한 보시라면 그 공덕은 매우 크다. 그래서 차별없이 대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느 불자는 “여기 스님은 모두 밍크코트 입은 사람만 상대하는 데 난 능력이 없고 보시도 못하니 조용히 법당에 앉았다 그냥 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2021-03-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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