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충만해진다. 어제 두 건의 댓글을 받았다. 자료요청 댓글이다. 블로그에 관련자료를 올렸는데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일을 남겨 달라고 했다.
메일로 자료를 발송했다. 꼭 필요해서 요청한 것이라 본다. 지체없이 곧바로 보냈다.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쁘지만 광속도로 보낸 것이다. 답신은 기대하지 않는다. 잘 사용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발송했다. 자료 중에는 음성파일도 있다. 강연 참석하고 난 뒤에 후기를 올렸는데 파일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전현수 선생의 음성파일이 대표적이다. 책소개 강연에서 녹취한 것이다. 거의 백명에게 보낸 것 같다. 다음으로 많이 보낸 것은 '담마의 거울 2009' pdf 파일이다. 2009년에 쓴 담마에 대한 글을 모아 놓은 파일을 말한다.
이번에 보낸 한명은 학생이다. 빠알리사전 사이트를 올려 놓은 포스팅이 있는데 링크를 걸어 놓았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빠알리사전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막혀 있다. 그래서 방법을 묻는 메일을 보내 왔다. 지체 없이 이메일로 140메가 되는 대용량 파일을 보내 주었다.
경전을 근거로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부처님 말씀대로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함부로 쓰지 않는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제목을 쓰고 쓰고 난 다음에는 날자를 기입하고 서명을 한다. 글에 대한 무한책임을 의미한다.
별도로 책을 내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린 글은 책이나 다름없다. 책을 내고자 할 때는 주제별로 묶어서 pdf를 만들고자 한다. 만들어서 인터넷의 바다에 띄우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가져 가십시오. 모두 당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어떤 예술가가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밝혔더니 실망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전업 예술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취미로 한 것을 알렸을 뿐인데 배신감 느꼈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환상이 깨진 것이다.
환상은 깨져야 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그럴듯한 얘기만 올렸을 때 신비화 될 수 있다. 모순 투성이의 인간임에도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 드러냈을 때 실망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단점은 덮고 장점은 드러낸다.
그 사람의 글로만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수 없다. 글은 생각이 걸러진 것이기 때문에 본 바탕을 알 수 없다. 대면해 보아야 알 수 있다. 감정은 숨길 수 없다. 탐욕이나 성냄과 같은 번뇌는 즉각적이다. 그에게 남아 있는 번뇌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면 오래 겪어 보아야 한다. 글로서는 그사람을 알 수 없다. 글에 속아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자랑만 해서는 안된다. 때로 고민도 드러내야 한다. 후회와 아쉬움도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수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때로 비굴해 보일정도로 낮추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낮추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
아라한이 되기 전까지는 학인이다. 늘 공부하는 자세, 배우는 자세여야 한다. 가르치고 훈육하려 한다면 꼰대 소리 듣기 쉽다. 나이는 잊어버려야 한다. 에스엔에스에서 육체적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올려진 콘텐츠가 그 사람의 정신연령에 해당된다. 프로필은 화려한데 내용이 없다면 무뇌와도 같다.
나는 언제까지 써야 할까? 언젠가 쓰는 것을 멈출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본인 사망이거나 그에 준하는 사건이 생겼을 때일 것이다. 블로거가 사망하면 블로그 글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글을 읽은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누군가에 도움을 주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충만한 마음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자료가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특히 학생에게 도움을 준 것이 뿌듯하다.
2021-03-24
담마다사 이병욱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나는 달린다 (0) | 2021.03.27 |
---|---|
직업에 귀천없다 하지만 (0) | 2021.03.26 |
함부로 못질 하지 말자 (0) | 2021.03.22 |
불로소득과 눈물로 얼룩진 보시 (0) | 2021.03.19 |
노년에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자는 데 (0) | 202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