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오늘도 나는 달린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3. 27. 07:07

오늘도 나는 달린다

 


늘 혼밥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들은 것이 있다. 옆테이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옆테이블에서는 근사하게 한상을 차렸다. 설렁탕집이지만 수육 등으로 푸짐하다. 물론 소주도 있다. 옆테이블 사람 중에 한명은 소주 마개를 따며 "오늘도 달려 봅시다."라며 말했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제도 마셨다고 한다. 컨디션이 좋았는지 물처럼 들어 갔다고 한다.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리는 것이다.

생맥주집 간판은 이색적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늘 보았던 그 간판에는 "오빠! 달려!"라고 크게 써 있었다. 거품이 넘쳐나는 맥주 그림과 함께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을 달린다는 것일까? 혹시 음탕한 속어는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옆테이블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술 마시는 행위를 달린다고 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달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리나케 사무실로 달려 간다. 저녁까지 정신없이 달리는 것 같다. 사무실에 좌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지만 앉을 시간이 없다. 혼자 일하다 보니 바쁘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 당연히 일도 혼자해야 한다. 견적도 내야 하고, 계산서도 발행해야 하고, 매입품 결재도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홀로 해결해야 한다. 식물에 물 주는 것도 혼자 해야 하고, 청소도 혼자 해야 한다. 챙겨 먹는 것도 혼자 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글도 써야 한다. 모임이나 강연 후기도 남겨야 하고, 책을 읽은 것에 대한 후기도 써야 한다. 이렇게 달리다 보니 좌선할 시간이 없다. 잠시 경행대에서 행선하는 것이 고작이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봄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봄은 꽃소식과 함께 온다. 도시에도 봄이 왔다. 아파트 화단에도 목련이 핀 것이다. 어제 목련이 핀 것을 알았다. 매일 아파트 출입문을 드나들지만 하얀 목련이 보이는 것이었다. 없던 것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이사 와서 처음 맞는 봄이기 때문일 것이다.

목련이 아름답다. 거리에 널려 있는 것이 목련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목련이 왜 눈길을 끌까? 그것은 한송이가 연꽃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대지 않을 수 없었다.

 


고층아파트를 배경으로 목련이 피었다. 늘 보는 목련이지만 아파트에 핀 목련은 특별한 것 같다.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급히 달리다가 브레이클 잡은 것처럼 이리저리 쳐다보고 카메라에 담았다.

목련은 작년에도 피고 재작년에도 피었을 것이다. 꽃나무는 매년 때가 되면 핀다. 그때마다 존재를 과시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때문이다. 바쁜 사람들은 잠시 멈추어서 이 순간을 영원히 가져 가고자 한다. 올 봄까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몇번 봄을 맞는지 모른다. 수십번 맞았다. 봄을 맞을 때마다 감흥이 일어난다. 그것은 환희이다. 봄에 피는 꽃을 보았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지난 겨울에 죽었던 자들이 고대했던 봄이다. 살아 있는 한 또다시 환희할 것이다.

 


오늘도 달린다. 아침인가 싶으면 저녁이고, 월요일인가 싶으면 금요일이다. 새해가 어제 같은데 벌써 꽃피는 3월이 되었다. 그러나 때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옆도 보아야 하고 뒤도 돌아 보아야 한다. 멈춤과 통찰이다. 좌복에 앉을 여유는 없지만 짬을 내서 스마트폰을 똑똑 쳐 보는 것도 돌아 보는 것이다. 이것도 달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압빠마데나 삼빠데타, 부처님이 최후로 하신 말씀이다. 한자어로 "불방일정진"이다. 게으르지 말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더 심오한 의미가 있다. 늘 깨어 있어서 바라는 것을 성취하라는 말이다. 압빠마다는 불방일을 뜻하지만 이는 사띠의 뜻이 있다. 그래서 늘 알아차림을 유지 하여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

불방일정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향사과와 열반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야 한다. 성자의 흐름에 들기 위해서는 열반을 성취해야 된다. 그러나 열반을 성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후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분별만 멈추면 된다고 말한다. 좌선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인위적 조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본성에 따라 살라고 말한다. 부처님 가르침과 정빈대로 말하는 것이다.

불교인으로 살면서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고자 한다. 그러나 세상은 부처님 가르침과 정반대로 말하는 자들로 넘쳐난다. 모르면 넘어가기 쉽다. 늘 가르침과 함께 해야 한다. 전승되어 온 경전만한 것이 없다. 스승이 없을 때는 경전에 의지하라고 했다. 불방일정진, 오늘도 나는 달린다.

 


2021-03-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