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인테리어인 알라카시아
소유의 끝은 어디일까? 식물사랑이 지칠 줄 모른다. 식물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열망이 미화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이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미화원 아줌마가 "화분 필요하죠?"라며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4층 복도에 화분이 있는데 가져 가라고 했다. 사무실은 3층에 있다.
4층에 있는 화분은 미화원 것이다. 어떻게 화분을 갖게 되었을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누군가 이사 갈 때 놓고 간 것을 키우고 있었던 것 같다.
미화원은 그만 둔다고 했다. 아마 화분이 처치 곤란했던 것 같다. 평소 화분 나오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그만두게 되어서 주고자 했을 것이다.
미화원들과 대체로 친한 편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터로 간다. 청소하는 미화원들과 마주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인사했다. 그리고 선물도 했다.
미화원들에게 선물을 두 번 했다. 한번은 재작년 여름에 찰토마토를 한박스씩 선물했고, 또 한번은 작년 봄에 천혜향을 한박스씩 선물했다. 오피스텔에 미화원은 네 명이다.
미화원들하고 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가장 큰 이점은 화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입주자가 이사 갈 때 화분을 놓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그 결과 몇 개 건졌다.
미화원은 화분 있는 곳으로 데려 갔다. 4층 복도 햇볕 잘 드는 곳에 화분이 세 개 있다. 인도고무나무, 돈나무, 그리고 알로카시아이다.
인도고무나무는 어른 키 만하다. 위로 뻗은 것이 기품 있어 보인다. 화원에서 구입한다면 대형도자기 화분을 포함하여 십만원가량 될 것 같다. 돈나무는 작아서 볼품없다. 알로카시아는 매혹적이다. 세 개 식물증에서 가장 가치 있어 보인다. 마치 토란 잎처럼 생긴 열대식물이다. 검색해 보니 잎파리가 7개 정도 되면 10만원가량 될 것 같다.
미화원은 20만원 상당의 열대식물을 주었다. 평소인간관계를 잘 맺어 놓은 결과인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었다.
원두를 갈아 절구커피를 만들었다. 아침 청소하기에 바쁜 미화원을 사무실로 모셔왔다. 그러나 미화원은 커피 마실 여유가 없었다.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서 주었다. 그리고 이미우이 씨디를 네 장 주었다. 미화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준 것이다.
화분 공수작전이 시작되었다. 세 화분이 너무 무거워서 혼자 힘으로 곤란했다. 대차를 이용했다. 높이가 사람 키 만한 인도고무나무는 싣는 것도 힘들었다. 문제는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허리에 무리가 간 것이다. 허리근육에 통증이 발생했다.
화분 세 개를 확보했다. 그 대신 허리가 고장 났다. 허리근육에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파스를 사다 붙였다. 시간 지나면 나을 것이다.
인도고무나무와는 악연이 있다. 삼사년 전의 일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인도고무나무 화분을 발견했다. 화단에 내 놓은 것으로 보아 버려진 것으로 생각했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사무실로 운반했다. 그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다. 무거운 화분을 살살 다루려고 하다가 허리에 무리가 간 것이다.
오계중에 투도죄가 있다. 흔히 "도둑질하지 말라."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본래 뜻은 "주지 않는 것을 가져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 있는 것을 가져 갔을 때 엄밀히 말하면 도둑질에 해당된다. 주지 않는 것을 가져 갔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단에 있던 화분은 누군가 이사 갈 때 버리고 갔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주인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주인은 팻말을 붙여 놓았다. 식물의 생장을 위해서 일부로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위치 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구를 써 놓았다. 결국 인도고무나무를 원위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도한 식물사랑이 참사를 빚은 것이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주지 않은 것을 가져 갔기 때문에 결국 도둑질한 것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허리까지 다쳤다. 식물에 대한 집착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괴로움과 고통을 맛봐야 했다.
이번에 인도고무나무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또 허리를 다쳤다. 그러나 시간 지나면 나을 것이다. 이런 것은 문제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생, 노, 병, 사와 같은 것이다.
미화원에게 얼마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12년 일했다고 한다. 이에 나는 15년 이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미화원은 그만 두게 된 사연도 말했다. 아저씨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병간호 때문에 그만 두는 것 같다.
미화원들과 아침에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렇게 큰 선물을 줄줄 몰랐다. 특히 알로카시아는 매력적이다. 존재 자체가 인테리어가 되는 것 같다. 이번에 제대로 건진 것 같다.
2022-04-08
담마다사 이병욱
'반려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난(蘭)을 잘 키울 수 있을까? (0) | 2022.07.14 |
---|---|
오늘은 물 주는 날 (0) | 2022.06.13 |
철골소심과 백운을 구입하고 (0) | 2022.04.06 |
반려식물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기운을 (0) | 2022.04.04 |
난 파는 할머니에게 황룡관을 (0)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