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음식은 모든 세포의 자양분, 차제매식 54 막창집에서 먹은 아구지리탕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8. 15:01

음식은 모든 세포의 자양분, 차제매식 54 막창집에서 먹은 아구지리탕
 
 
오늘 점심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원이나 되는 점심값이 아깝지 않다. 잘 먹은 한끼의 점심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기로 했다. 요즘 오피스텔 구내식당에서 먹고 있는데 매일 먹다 보니 식상한 것이다. 이럴 때는 변화를 주어야 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그날 컨디션에 따라 메뉴선택이 달라진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다. 이럴 때는 면이 좋을 것 같다. 월남사람이 운영하는 월남쌀국수집에 가고자 했다.
 
언제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쌀국수식당에 가는 길에 하나의 입간판을 보았다. 강하게 끌리는 문구가 있었다. 그것은 아구탕이다.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졌다. 매운탕도 쌀국수 못지 않게 매력적인 음식이다. 궤도수정을 했다.
 
막창집에 들어갔다. 상호를 보니 ‘생막창가 명학역점’이다.
 

 
막창집은 저녁장사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낮에 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가 어려워서 그런 것일까? 가게를 풀가동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낮에는 점심식사 위주로 하고 저녁에는 막창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막창집에서 낮장사 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심상권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서 불리한 입지조건도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식당에 들어 갈 때 머뭇거리게 된다. 그것은 실패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에 들어 갈 때 선택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놓기로 했다. 왜 그런가? 명학역 상권에 있는 음식점은 모두 가보기로 했기 때문에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제매식을 하고 있다. 가보지 않은 식당을 가보는 것이다. 차제매식 정신은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메뉴불문, 가격불문, 청결불문이다.
 
차제매식은 차례대로 사먹는 것을 말한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에 들어가서 먹어 주는 것이 차제매식이다. 이런 마음을 가졌을 때 선택에 대한 실패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막창집은 만안로에 있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주상복합빌딩 1층에 있어서 명학역에 갈 때 늘 지나치며 보던 곳이다. 오늘 차제매식하는 날을 맞이하여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그런데 점심 때임도 식당은 썰렁하다. 마치 포장마차집을 연상케 하는 둥그런 식탁이 열 개 이상 되지만 손님은 딱 한 팀 있다.
 

 
식당에는 TV가 켜 있다. 정오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일부러 멀리 앉았다. 다행히 TV소리는 크지 않아 방해 받지 않았다.
 
여러가지 메뉴가 있다. 고르기 힘들 때는 1번 메뉴를 시키라고 했다. 1번을 보니 돼지불백(8,000)이다. 오늘 입맛에 맞지 않는다.
 
2번은 꽃게탕(10,000)이다. 3번은 아구매운탕(10,000)이고, 4번은 아구지리탕(10,000)이다. 모두 오늘 입맛에 맞는 것이다. 아구지리탕으로 주문했다. 매운 것보다는 담백할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않았다. 차례로 팔아주는데 의미를 주었다.
 
아구지리탕이 나왔다. 마치 복지리탕을 연상케 한다. 뚝배기에 탱글탱글한 아구가 있다. 살점은 풍부하다. 무엇보다 반찬으로 나온 생김치와 파김치가 식욕을 자극한다. 잘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패에 대한 염려는 가셨다.
 

 
오늘날 한국에서 소울푸드는 순대국인 것 같다. 어디를 가나 순대국집이다. 순대국을 돼지국이라고도 한다. 또한 돼지국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느끼해서 꺼리게 된다. 이럴 때는 시원한 국물을 특징으로 하는 복어탕이 좋다.
 
명학역 중심상권에 복어집이 있다. 그러나 혼자 가기가 힘들다. 점심 대목에 혼자 가면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이유로 혼자 가지 않는다. 다만 손님이 오면 그때 간다.
 

 
오늘 아구지리탕은 복지리탕 못지 않다. 복지리보다 더 나은 것 같다. 그것은 풍부한 살코기 때문이다. 살코기는 탱글탱글한 것이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 국물은 깔끔하다.
 
아구지리탕을 깨끗이 비웠다.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았다. 생김치와 파김치도 모두 다 먹었다. 반찬도 모두 다 비웠다. 마치 보약 한첩 먹은 것 같다.
 

 
음식은 목구멍을 넘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음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음식이 연쇄반응을 일으킴을 말한다.
 
음식은 위에서 소화된다. 그런데 몸에서는 자양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음식은 여러 단계로 분화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 대하여 “열 번 또는 열두 번 생겨나도록 결합시킨다.”(Vism.20.37)라고 했다.
 
음식을 먹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음식은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드는 원천으로 작용한다. 청정도론에서는 열 번 내지 열두 번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현대 생물학과 맞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음식을 먹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된다는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음식은 몸을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백일이 지나면 대부분 세포가 바뀐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식사가 대사(大事)임에 틀림 없다.
 
음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음식을 먹음으로 인하여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수행자는 도와 과를 성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음식을 즐겨서는 안될 것이다.
 
수행자는 음식을 놀이나 사치로 먹을 수 없다. 수행자는 음식을 미용을 위해서 먹을 수 없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 먹을 수 없다.
 
수행자는 이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더구나 음식이 열 번 내지 열두 번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몸 곳곳에 자영분이 된다고 생각하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대사를 넘어 성스러운 것이 된다.
 
오늘 점심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갔었는데 요즘 말로 대박 난 것이다. 국물 한방울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자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 같았다. 또한 식당 주인에게 당당할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크게 말한다. 이렇게 감사의 말을 하면 주인은 “고맙습니다.”라며 응대한다. 이번에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크게 말했다. 이에 주인은 “배가 고팠나 봐요?”라고 말했다.
 
오늘 나를 위한 공양을 했다. 이제 음식이 이제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열 번이나 열두 번 과정을 거쳐서 모든 세포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2023-12-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