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지금 여기서 과보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5. 5. 29. 11:53

 

 

지금 여기서 과보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행위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매일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인 업을 짓지만 모두 즉각적인 과보를 받지 않는다. 화투나 카드놀이처럼 몇 초 안에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행위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어떤 행위는 한참 후에 과보로서 나타난다. 이번 생에 나타나지 않으면 다음 생으로 넘어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행위에 대한 과보는 소멸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지 받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을 뿐이다.

 

숙성(熟成)’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식품 속의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따위가 효소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부패하지 않고 알맞게 분해되어 특유한 맛과 향기를 생성하는 일또는 충분히 발효되다의 의미이다.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과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숙성되는 것이다. 행위에 대한 과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과보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악행을 일삼는다면 매우 어리석은 자이다. 또 지금 여기에서 과보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여 공덕 쌓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자의 몫이다.

 

 

Na hi pāpa kata kamma       나 히 빠빵 까땅 깜망

sajju khīrava muccati           삿주 키랑와 뭇짜띠

ahanta bālamanveti            다한땅 발라만웨띠

bhasmacchannova pāvako           바사맛찬노와 빠와꼬.

 

(Dhp71)

 

 

새로 짠 유유가 굳지 않듯,

악한 행위는 드러나지 않는다.

재속에 숨어 있는 불처럼,

작열하며 어리석은 자를 쫒는다.

(Dhp71, 전재성님역)

 

 

をしても、そのは、

しぼりての牛乳のように、すぐにまることはない。

まってする)そのは、われたのように、

に)えてましながら、愚者につきまとう。
(Dhp71, 中村元)

 

 

못된 짓을 할지라도 새로 짜낸 우유처럼

그 업이 그 자리에서 곧 굳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업은 재에 덮인 불씨처럼

두고두고 타면서 그의 뒤를 따른다.

(Dhp71, 법정스님역)

 

 

惡不卽時 악불즉시

如穀牛乳 여곡우유

罪在陰伺 죄재음사

如灰覆火 여회복화

(Dhp71, 한역)

 

 

악행의 과보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금방 짜낸 우유가 즉시 엉키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은 어리석은 자를 따라온다.

마치 잿속에 묻혀 있었던 숯불처럼.

(Dhp71, 거해스님역)

 

 

An evil deed, when done,

doesn't — like ready milk —

come out right away.

It follows the fool,

          smoldering

like a fire

hidden in ashes.

(Dhp71, Thanissaro Bhikkhu)

 

 

 

 

 

 

악한 행위도 행해지자마자 여물지는 않는다

 

새로 짠 우유는 굳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를 악행에 비유하였다. 악행을 하였어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비유이다. 이에 대하여 주석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sajju khīrava muccati: DhpA.II.67에 따르면, 소의 젖통에서 바로 짜낸 따뜻한 우유는 당분간 굳어버리지는 않고, 변화하지 않고 그 자연적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착유한 후에 받아진 우유그릇에 버터밀크와 같은 시큼한 성분이 첨가되지 않고, 응유그릇처럼 시큼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면, 그 자연적 본성을 잃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악한 행위도 행해지자마자 여물지는 않는다. 만약에 그렇다면 누구도 악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착하고 건전한 행위에 의해 생겨난 존재의 다발[五蘊: pancakhandha]들이 지속하는 한, 악한 행위를 한자를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사라진 뒤에는 악한 행위의 업이 비참한 운명에서 생겨나는 상속적 존재의 다발에 영향을 미친다.

 

(733번 각주, 전재성님)

 

 

요지는 악한 행위도 행해지자마자 여물지는 않는다라는 말이다. 술을 마시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취기가 올라 온다. 만일 술을 마셨는데 일년 후에 취기가 올라온다면 어떻게 될까? 술 마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모든 도박이나 중독성 있는 물질은 즉각적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악한 행위이든 선한행위이든 어떤 행위를 하든 간에 결과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 그 행위에 대한 과보는 무르익지 않은 것이다. 이를 경에서는 우유로 비유하였다.

 

우유의 경우 방금 짠 것은 액체 상태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굳는다. 액체의 우유과 숙성과정을 거쳐 버터로 변한 것이다. 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숙성기간이 있어야만 버터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악행을 저지른 자가 있다. 사기를 쳤다든지 몰래 남의 돈을 빼돌렸을 경우 지금 당장 문제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과보를 받게 된다. 그 과보를 받기 전까지는 잘 살 있을지 몰라도 악행의 과보가 받게 되면 거기까지이다. .

 

원인(hetu)과 조건(paccaya)과 결과(phala)

 

악한 일을 하고서도 지금 잘 사는 자가 있다. 반면 착한게 살지만 못사는 자가 있다. 이를 두고 세상사람들은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라 말하며 심지어 정의는 죽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원인이 있으면 결과는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조건이 들어가면 원인과 조건과 결과가 된다. 이것이 연기법이다.

 

연기법의 특징은 원인(hetu)과 조건(paccaya)과 결과(phala)로 이루어진다. 이를 ()-()-()’라 한다. 이전의 것()을 조건()으로 다음의 것()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기법적으로 본다면 악행에 대한 과보는 조건이 성숙되면 피해 갈 수 없다.

 

그런데 악한 자가 잘사는 것은 아직 악행에 대한 과보가 무르익기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전에 선업을 지은 과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선행을 한 공덕으로 그 과보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착하고 건전한 행위에 의해 생겨난 오온이 지속하는 한, 악한 행위를 한자를 보호할 것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공덕이 다 하면 악행에 대한 비참한 상속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악업이 어리석은 자를 쫓는다

 

법구경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을 보면 재속에 숨어 있는 불처럼, 작열하며 어리석은 자를 쫓는다.’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ahanta bālamanveti bhasmacchannova pāvako: DhpA.II.67에 따르면, 재속에 숨겨진 불꽃 없는 불을 밟아도 즉시 꺼지지는 않는다. 재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재를 뜨겁게 하고 계속 불타며 살갗을 태우고 마침내 머리까지 태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악업은, 어리석은 자가 행한 바대로, 그 어리석은 자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 그가 지옥 등에 태어날 때, 그 악업이 어리석은 자를 쫓는다.

 

(734번 각주, 전재성님)

 

 

숨겨진 불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꺼진 것처럼 보이지만 깊숙한 곳에 있는 단 한톨의 불씨가 있다면 집 전체를 태워 버리고 말 것이다. 이 불씨를 악업으로 비유하였다. 악업이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조건을 만나면 과보로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는 새로운 태어남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이는 업으로서 태어남, 즉 업유(業有)를 말한다. 그런데 이 태어남은 지옥이나 축생등의 악처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악업은 재속의 불씨처럼 그 사람을 끝까지 쫓아가 파멸시키고 말 것이라 하였다.

 

똑똑 떨어지는 물이 물동이에

 

행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몰래 행한 악행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악행을 하였을 때 카드놀이처럼 즉각 승부를 알 수 있다면 함부로 악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악행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어리석은 자들은 계속 악행을 저지르고 말 것이다. 그러나 똥구덩이에 똥이 쌓이듯이 악행은 계속 쌓여만 갈 것이다. 마침내 악행으로 가득 하게 되었을 때 똥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악행의 과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착하고 건전한 행위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누군가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여 공덕을 쌓았을 때 경마하는 것처럼 승부가 곧바로 난 다면 누구나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 짠 우유에서 버터가 되려면 숙성기간이 필요하듯이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여 공덕을 잘 쌓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덕을 계속 쌓는다면 똑똑 떨어지는 물이 물동이에 가득 차는 것처럼 커다란 공덕의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2015-05-2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