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데 눈이 팔려 실수를 했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집중하지 않아서 손해를 볼 때가 많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 갔다가 손실 나기도 합니다. 메일을 좀 더 세심히 살펴 보아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도 타격을 받습니다.
글 쓰는데 신경 쓰는 바람에
전화를 하나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자 순식간에 평온이 깨졌습니다.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무덤덤한 느낌에서 즉각 괴로움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고객은 물건이 잘못 되었다고 합니다. 순간적으로 ‘또 손실났구나!’라 생각했습니다. 도면 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메일에 특기사항을 써 놓았다고 했습니다.
메일을 확인해 보니 정말 특기사항이 써 있었습니다. 이전에 했던 것에서 수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글 쓰는데 온갖 신경을 쓰는 바람에 놓쳤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이런 일로 큰 손실이 난 적도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낳은 참사라 볼 수 있습니다.
일과 글쓰기를 양립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 중에 반은 글쓰기로 보냅니다. 그런 글쓰기는 돈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일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주로 오전에 쓰는데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일이 밀렸을 때 실수합니다.
일하다 실수하면 곧바로 손실로 연결됩니다. 대개 거래가 중단되고 고객은 떠나 버립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찾아 주는 고객이 있습니다. 실수를 여러 번 했음에도 잊지 않고 찾아 주었을 때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수입으로 연결 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잘못을 지적 했을 때 일단 수용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잘잘못을 따지려 한다거나 책임을 전가하려 하면 손해입니다. 선택권은 고객에게 있기 때문에 설령 고객을 이겨먹더라도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서 손해입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주문이 나옵니다.
일하지 않는 즐거움
똑 같은 일을 십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그저 현상 유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한다거나 직원수를 늘린다거나 매출을 늘려 키우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글 쓰는데 방해되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본업과 부업이 바뀐 것입니다. 돈이 되는 본업에는 등한시 하고, 돈도 안되는 부업인 글쓰기에 더 신경 쓰는 것입니다.
늘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 드는 것도 없이 늘 현상유지합니다. 사실 이런 삶을 바랬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합니다. 가급적 일은 적게 하고 글쓰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식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에 어니 젤린스키의 ‘일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부터입니다. 그 책은 북미에서 베스트셀러였는데 책의 첫 페이지 서문에 “이 책을 읽고 어떤 결정을 하시든 그것은 오로지 독자의 책임입니다. 저자와 출판사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직장을 그만 둔다고 했을 때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하루 일과 중에 반만 일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을 위해 살아가라고 했습니다. 직장인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신의 일을 하는 자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책에서는 너무 일에 매달려 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소위 ‘워커홀릭(workerholic)’이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하루 일과 중의 반은 개인의 취미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2005년 직장을 그만 두고 일인사업자로 살고 있습니다. 책 대로 실현되었습니다. 하루 일과 중에 일은 반만 하고 나머지 반은 글쓰기로 보내는 것입니다. 책에서 글쓰기를 소개 했을 때 글이라는 것은 기자는 작가 등 글 쓰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인터넷 블로그 시대가 열리면서 누구나 글이라는 것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상유지하면서 글이나 쓰며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최근 주문이 뚝 끊어졌습니다.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잦은 실수인 것 같습니다. 한번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가 자꾸 쌓이다 보니 연락이 뜸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사업에 대한 가르침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겪고 나면 뼈가 저리도록 가슴에 남기 때문에 똑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 산전수전 다 겪다 보면 살아 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일종의 삶의 지혜 내지는 생존의 지혜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초기경전에도 사업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Idha pana sāriputta ekacco samaṇaṃ vā brāhmaṇaṃ vā upasaṅkamitvā pavāreti: vada bhante paccayenāti. So yena pavāreti, taṃ parādhippāyaṃ deti. So ce tato cuto itthattaṃ āgacchati. So yaññadeva vaṇijjaṃ payojeti, sāssa hoti parādhippāyā.
“싸리뿟따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을 찾아가서 ‘존자여,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 보시한다. 만약 그가 거기서 죽어서 이 세상에 왔다고 한다면, 그가 어떠한 사업을 하든 열심히 노력하면 의도한 것 이상으로 성공한다.”(A4.79)
경의 제목은 ‘사업의 경(Vaṇijjāsutta)’입니다. 사업을 뜻하는 빠알리어 ‘vaṇijjā’는 ‘trade; trading’의 뜻으로 교역의 의미입니다. 거래를 통하여 영리를 추구 하는 행위입니다. 사업을 ‘비즈니스’ 또는 ‘장사’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사업은 서로 ‘주고 받는 것(Give & Take)’이라는 것입니다.
사업이 주고받기 식이라면 자신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상대방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사업을 오래 지속되려면 약간 손해 보는 듯한 느낌으로 대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경에서는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 보시한다.”라 했습니다.
사업을 잘하는 방법은 ‘의도한 것 이상 보시한다(parādhippāyaṃ deti)’입니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 이상 더 준다는 것입니다. 청과물가게에서 사과를 샀는데 한 개 더 주는 것과 같습니다. 받은 자의 입장에서는 공짜로 생긴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다음 번에 다시 찾게 될지 모릅니다.
누구나 공짜를 좋아합니다. 선물을 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주었을 때 호감을 갖게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자애수행 마지막 단계에서는 보시하기 입니다. 우리속담에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듯이, 원한 맺힌 자라도 선물을 받았을 때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운 사람일수록 더 관심을 갖고 정성으로 대했을 때 감동받을 수 있음을 말합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하는 사람
모든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은 경에 써 있는 것처럼 ‘의도한 것 이상 준다’입니다. 상대방에게 만족과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반면 상대방을 실망시키면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싸리뿟따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을 찾아가서 ‘존자여,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가 약속한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거기서 죽어서 이 세상에 왔다고 한다면, 그가 어떠한 사업을 하든 열심히 노력을 하더라도 실패한다.”(A4.79)
사업에 실패하는 요인에 대하여 ‘약속한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라 했습니다. 한마디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것입니다. 사실 모든 비즈니스는 약속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약속 장소에 늦지 않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점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믿을 수 없게 됩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닌 여러 번 어겼을 때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거래가 뚝 끊기는 것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 갑니다. 산속에서 홀로 사는 자연인이 아닌 한 누군가와는 싫건 좋건 관계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서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깨지면 더 이상 관계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신뢰는 약속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니
오전 전화 한통 받고 평온하던 마음에 격랑이 일었습니다. 그것은 꼼꼼히 첵크하지 못한 자책감입니다.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진 것입니다. 현명하게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떠나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는 것입니다.
고객과 약속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물건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설령 납기를 지켰다고 하더라도 물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약속이 깨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고객의 불만을 최대한 누그러뜨려 주어야 합니다. 사후조치를 신속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요즘 말로 ‘애프터서비스(AS)’를 해 주는 것입니다. 물건을 팔아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까지 져야 함을 말합니다.
손실 난 것을 생각하면 속이 쓰립니다. 들어 오는 것은 적고 나가는 것은 많은 현실에서 쓸데 없이 또 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입니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람처럼, 한건해서 먹고 사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고객은 그야말로 신보다도 부처보다도 더 상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글 쓰는데 눈이 팔려 실수 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니 다시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2017-12-1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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