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내 얼굴인지
그 사람의 특징은 이름과 얼굴입니다.
이름은 기억나는데 얼굴은 모르고,
반대로 얼굴은 생각나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름과 얼굴이 매칭되었을 때
비로서 그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이름이 얼굴이고 얼굴이 이름입니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명함에
사진을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당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무언가 숨기는 것 아니냐’고.
사실 얼굴에 자신 없습니다.
호감(好感)이 아닌 것이 큰 이유입니다.
웃는 얼굴, 근엄한 얼굴,
거만한 얼굴, 탐욕스런 얼굴 등
어떤 얼굴이 나의 진짜 얼굴일까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마음에서
어느 것이 내 마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에서
어느 것이 내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은 붙이기 나름입니다.
집에서는 아빠 또는 엄마라 하고,
회사에서는 직위로 불립니다.
학교에서는 학번으로, 군대에서는 군번으로,
관공서에서는 주민등록번호로 불립니다.
인터넷에서는 필명입니다.
내 세울 것이 얼굴 밖에 없는 자는
얼굴을 자아(自我)와 동일시 합니다.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는
지위와 자아를 동일시 합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아상(我相)도 상승합니다.
태생의 자만, 학력의 자만, 부자의 자만 등,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이 생겨납니다.
아라한이 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명새기”라 합니다.
우파니샤드 철학에서의
명색(名色)은 이름과 형태(얼굴)입니다.
불교에서 명색은 정신과 물질입니다.
오온(五蘊)은 이름과 형태가 아니라
정신과 물질의 작용에 따른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몸과 마음,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이름은 올리지만
얼굴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어느 것이 내 얼굴인지 알 수 없습니다.
2017-12-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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