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귀차니즘과 피고니즘

담마다사 이병욱 2019. 5. 14. 08:57


귀차니즘과 피고니즘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 있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옆도 보지 않는다. 전진만 있을 뿐이다. 목표를 향해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했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았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70대가 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남자는 아내를 위해 선상파티를 계획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뉴욕한인 사회에 초대장을 200장 보냈다. 그러나 당일 온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

 

부부는 열심히 일했다.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꿈은 이루어졌다. 고급주택을 소유하고 럭셔리하게 치장했다. 그러나 부지런한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 부부는 지금도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까지 일한다. 그는 부자동네에 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알아 보지 못한다. 그 대신 남미출신 가정부가 주인인줄 알고 있다.

 

부부는 한인사회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바쁘기 때문이었다. 초대장이 와도 간 적이 없다. 그렇게 10, 20, 30년이 흘러갔다. 부는 축적 되었지만 인간관계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임이나 단체는 고사하고 종교활동도 없었다. 이제 살만해지니 부를 과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초대에 응한 사람은 없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살아라.”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돈이 있어야 대우받고 돈이 있어야 노후가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자를 경멸한다. 게으르기 때문이라 한다. 부자가 목표인 사람에게 있어서 모임이나 단체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모임에 참석하면 여러모로 손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후회하는 말이 있다. 오로지 앞만 보고 산 것을 말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지나고 보니 다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봉사하는 삶을 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에 인생 헛살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에스엔에스(SNS)시대이다. 실시간 소통수단으로 카톡만한 것이 없다. 단체카톡방에는 인연있는 사람들이 초대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침묵모드이다. 모임을 알려도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움직임이 없으니 존재감이 없다. 연락두절 되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서면 허물이 될 수도 있다. 행위를 한다는 것은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쿵저러쿵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다.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침묵모드인 것 같다. 그래서 모임에 나오지 않는지 모른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럴 때 모임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곤하다. 삶도 피곤한데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피곤한 것이다. 무엇보다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임에 나가 보았자 얻을 것이 없다. 시간낭비, 돈낭비, 정력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돈도 되지 않는 모임은 피곤하고 귀찮은 것이다.

 

이런저런 모임이 끊이지 않는다. 경조사는 반드시 챙긴다. 혼례식과 같은 경사는 즐거운 것이다. 참석하면 서로 좋은 것이다. 장례식장은 분위기가 칙칙하다. 그래서일까 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장례식장이야말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특히 썰렁한 곳이 그렇다.

 

초대를 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설령 머릿수 채우는 모임일지라도 가급적 가려고 노력한다. 물에 빠진 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듯이, 초대에 응하는 것이다. 시간낭비 돈낭비에 지나지 않지만 밥한끼 함께 먹는 것이다. 소원 했던 사람이라면 오해가 풀린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일단 나가면 좋은 것이다. 싸우려고 나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할 얘기가 없으면 침묵해도 된다. 침묵도 대화이다. 끊임없이 떠들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륜은 끊임없이 떠들고 확인 하지만 연인은 눈빛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바쁜 세상이다. 이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한량없이 남은 시간부자도 나름대로 바쁘게 보낸다. 즐기는데 있어서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봉사하는 삶을 사는 자가 있다.

 

극과 극이다. 모임 참석은커녕 소통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묵묵이 낮은 자세로 해야 할 바를 다하는 사람도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길에 이는 잔잔한 행복은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다.

 

 

2019-05-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