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팍스아메리카나는 아수라 리더십인가? 6.1 미대사관 둘레 평화행진에 참여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9. 6. 2. 10:44

 

팍스아메리카나는 아수라 리더십인가? 6.1 미대사관 둘레 평화행진에 참여하고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다. 해자가 있는 성을 보는 것 같다. 산정에 세워진 남한산성을 보는 것 같다. 일본 전국시대 천수각을 보는 것 같다. 중세유럽 돌로 단단하게 만든 성체를 보는 것 같다. 9층 높이의 미국대사관 빌딩은 도저히 들어 갈 수 없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연상케 한다.

 

2019 6 1일 광화문광장에 갔다. 케이티(KT)사옥 앞 광장에서 열리는 평화행진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이름하여 ‘6.1 미대사관 둘레 평화행진이다. 미대사관을 포위하듯이 도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실현하도록 촉구하는 행진이다. 정평불에서는 평화촛불추진위원회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태극기-성조기-십자가 부대

 

행사는 2시에 열렸다. 미리 행사장에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서 광화문광장 이곳저곳 돌아 보았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불과 일년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관련 텐트가 가득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태극기 부대가 광장을 차지 한 것이다.

 




마치 공수가 뒤바뀐 것 같다.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되어서일까 광화문광장도 주인이 바뀌었다. 전에 보지 못하던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낀다. 태극기부대가 아니라 태극기-성조기 부대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십자가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된다면 태극기-성조기-십자가 부대라고 볼 수 있다.

 




태극기를 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개 나이든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여유 있는 계층인 것 같다. 어느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태극기 집회에 가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해서 지킨 나라인데.”라고 했다. 아마 한국전쟁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애국심이 있다. 나라사랑하는데 있어서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관점의 차이는 있다. 미국이 있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다닌다.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다. 독립후에도 미군 기지가 있었다. 필리핀사람들이 자국의 국기와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직까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든지 집회에서 성조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속된 말로 쪽팔리다.”라고 말할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한국인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볼까? 미국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 무시할 것이다. 스스로 미국에 속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들처럼 볼지도 모른다.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볼 수 있다. 속으로 경멸할지 모른다.

 

싱가폴합의가 이행되지 않아서

 

행사는 2시부터 시작되었다. 정평불에서는 대형깃발과 소형깃발을 준비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평화행진이 있었다. 작년에는 4.27 후에 열렸기 때문에 축제분위기였다. 작년 6 9일 열린 평화행진에 대하여 “전쟁을 끝내자! 평화에 살자! 통일로 가자!”6.9평화촛불에 정의평회깃발을 날리고’(2018-06-11)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겼다.

 

 



올해는 작년과 분위기가 다르다. 작년에는 4.27 직후에 열렸기 때문에 곧 평화의시대가 열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구호는 전쟁을 끝내자! 평화에 살자! 통일로 가자!”였다. 그러나 일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착 가라 앉았다. 구호도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이행하라!”라고 바뀌었다.

 

성토대상은 미국이다. 한국원폭피해 사죄, 사드철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재개,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싱가폴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시켰다. 그래서 싱가폴성명 이행해! 싱가폴성명 이행해! 싱가폴성명 이행해!”라며 구호를 세 번 외쳤다.

 




이날 행사에서 미국만 성토한 것은 아니다. 북한에게도 똑같이 외쳤다. 그래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동시 실현,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동시 실현,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동시 실현이라고 세 번 외쳤다.

 

원폭은 국가폭력

 

이날 발언에서 한국 원폭피해 사죄와 배상도 있었다. 한국인들에게도 원폭피해자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전쟁전범이라 했고 미국에 대해서는 원폭투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전범국가 일본과 원폭투하국가 미국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것이다.

 




원폭피해자는 얼마나 될까? 1945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한국인 피해자는 10만명이라고 한다. 사망자 5만명에 생존자가 5만명인 것이다. 그런데 생존자 중에 4 3천명은 귀국하고 7천명은 일본에 남았다고 한다. 한국으로 귀국한 피해자 대부분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피폭자들의 자녀들이다. 2세와 3세 등에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합천에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 준공되어 국고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있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게 국가폭력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죄와 보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역적인 것과 비가역적인 것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에 대하여 관련 상무의 발언이 있었다. 이 두 곳은 유엔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민생분야이기 때문에 유엔제재의 예외가 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기적처럼 일어난 곳이라고 했다. 개성공단이 있음으로 인하여 전쟁없는 평화구조가 마련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상무는 이날 발언에서 비가역적과 가역적이라는 말을 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비가역적이라고 했다. 한번 파괴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잠시 중단된 한미군사훈련은 가역적이라고 했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6 10일 대표단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설득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온몸으로 막을 것

 

사드와 관련하여 소성리와 노근리 주민의 발언도 있었다. 이장은 아닌 밤중에 벼락 맞은 것 같다고 했다. 북핵핑계로 임시배치된 사드에 대하여 이제 북핵과 미사일이 멈추었으니 마땅히 떼어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주민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소성리 부녀회에서는 6월에 공사가 재개 되면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불법사드 철거해! 사드공사 중단해!”라고 함께 외쳤다.

 




관건은 미국이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이 문제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드문제도 그렇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재개 문제도 그렇다. 한반도 평화는 미국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미국에게 외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대사관을 돌면서

 

평화행진이 시작되었다. 미국대사관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센 곳은 미국대사관이다. 청와대가 힘이 세다면 청와대로 행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보다 더 힘이 센 곳이 미국대사관임을 알기에 미국대사관 둘레를 도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은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다. 그러나 들어 갈 수 없다. 경찰이 인의 장벽을 쳐 놓았기 때문이다. 마치 철옹성의 해자처럼 보인다. 깃발과 한반도기, 각종 구호가 적혀 있는 피켓을 든 참여자들은 평화롭게 행진했다. 그리고 미국대사관 앞에 멈추어 섰다.

 




힘 없는 자들의 최대 무기는 입이다. 사람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하여 싱가폴성명 이행해! 싱가폴성명 이행해! 싱가폴성명 이행해!”라고 외쳤다.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가진 것은 오로지 입밖에 없기에 이것 밖에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아수라의 논리인가?

 

마음대로 약속하고 마음대로 약속을 깨버리면 강자의 논리이다. 강자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자는 힘이 없어서 강자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만일 강자 하자는대로 한다면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의 시대가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힘에 의한 평화시대가 있었다. 몽골에 의한 팍스몽골리카, 중국에 의한 팍스시니카, 영국에 의한 팍스브리태니카, 그리고 현시대는 미국에 의한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이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에 맞설 상대가 없다. 중국이 굴기 하고 있지만 군사력으로 보아서는 게임이 안된다. 미국은 강자이다. 그럼에도 힘의 논리로 제어하고자 한다면 아수라와 다름 없다. 초기경전에 이런 게송이 있다.

 

 

제어하는 자가 아무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들은 전보다 더욱 화를 내네.

그러므로 강력한 처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눌러야 하리.”(S11.5)

 

 

상윳따니까야에 따르면 오랜 옛날 신들의 전쟁이 있었다. 하늘사람과 아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아수라 대왕 베빠찟띠는 게송에서 힘에 의한 질서를 강조했다. 아수라에게 있어서는 힘이 곧 정의인 것이다.

 

강자가 인내하는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이다. 세계는 힘이 곧 정의인 시대이다. 약자는 항상 인내할 수밖에 없다. 강자는 항상 인내를 강요한다. 어느 나라이든지 미국이라는 세계질서에 편입되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저항하면 파멸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을 힘으로 처리하고자 한다면 약육강식의 정글이나 다름 없다. 미국은 아수라의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이 아니라 제석천의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신들의 제왕 제석천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S11.5)

 

 

제석천의 리더십은 참는 것이다. 강자가 참는 것이다. 약자는 늘 참을 수밖에 없다. 강자가 참아야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약자에게 인내만 강요한다면 아수라의 리더십이 된다.

 

미국은 세계최강이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힘으로 누르려고 한다면 아수라대왕이나 다름 없다. 힘 있는 자가 인내해야 한다. 미국은 제석천의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2019-06-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