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허물은 아무리 작아도
어제 검찰에서는 정경심교수를 또한번 기소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두 개의 권능을 가진 검찰은 두 개의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발톱으로 낚아챈 다음 어금니로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초원에서 최상위포식자가 사냥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는 누구일까? 최근 조국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 검찰임에 틀림없다. 임기가 제한이 없어서 정년 때까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검사만한 권력자가 없는 것 같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보다 더 센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과 더불어 임기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임기가 없는 북한의 최고권력자를 보는 것과 같고 또한 임기가 없는 재벌총수를 보는 것 같다. 검찰은 인간생태계에 있어서 최상위포식자임에 틀림없다.
블로그에 정치관련 글을 썼더니
조국관련 뉴스는 더 이상 기성언론에 의지하지 않는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식을 접한다. 검찰에서 발표하는 것은 한쪽만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편의 이야기도 들어 보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종국적으로는 재판을 해 보아야 알 수 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검찰의 이야기만 믿는 사람들이 있다. 또 기성언론에서 보도한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현정부와 반대편에 서 있는 보수언론에서 말한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주로 불교관련 글을 쓰기 때문에 ‘불교블로그’라고 볼 수 있다. 초기경전을 근거로 하여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생활을 10여년 하다 보니 즐겨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조국과 관련한 글을 쓰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불교블로그에서 불교에 대한 글만 쓰면 되었지 왜 정치이야기를 쓰느냐는 것이다. 아마 현정부와 반대편에 있는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
글을 쓰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블로그독자는 ‘단골손님’같고, 페이스북독자는 ‘일반손님’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두 매체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단일품목만 파는 전문점과 같고, 페이스북은 시장에 있는 가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 조국과 관련하여 검찰의 행태에 대한 글과 관련하여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청정을 추구하는 자의 허물은
조국은 언젠가 소위 ‘강남좌파’라고 스스로 말한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상류층이면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계층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것이다. 경제적 측면으로만 본다면 보수를 대변해야 하지만 좌파라고 한 것으로 보아 진보진영과 함께 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류의 사람에 대하여 비호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보도된 정보만을 믿은 사람들은 ‘조로남불’을 이야기하며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누구나 허물이 없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청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허물은 매우 크게 보인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다.
“때묻지 않은 사람,
언제나 청정함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머리털만큼의 죄악이라도
구름처럼 크게 보이는 것이네.”(S9.14)
상윳따니까야 ‘향기도둑의 경’에 실려 있는 게송중의 하나이다. 때묻지 않은 사람이나 청정함을 구하는 사람은 출가수행자를 말한다. 오계를 준수하며 사는 수행자가 어느 날 연꽃향기에 취했다. 유행가 중에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보고 싶네~”라는 가사가 있듯이, 수행자는 탁발이 끝난 후에 매일 연꽃향기를 맡곤 했다. 이를 본 하늘사람은 수행자에게 “그대가 이 연꽃의 향기를 맡을 때 그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네. 이것은 도둑질의 한 가지이니, 벗이여, 그대는 향기도둑이네.”(S9.14)라고 말했다.
수행자는 졸지에 도둑이 되었다. 연꽃향기가 아무리 좋아도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를 대는 것에 대하여 향기도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한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코를 대었을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보이는 하늘사람이 충고해 준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청정함을 추구하는 수행자에게는 작은 허물도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머리털만큼의 허물이 구름처럼 크게 보인다고 했다.
내 가족이 당하는 것처럼
강남좌파도 허물이 없지 않을 수 없다. 탈탈 털면 나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큰 것일수도 있고 작은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진보단체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언론의 비난강도가 센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수층 사람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허물도 크게 보이는 법이다. 조국도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작은 허물을 구름처럼 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과 언론이 구름처럼 크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작은 허물이 감옥에 들어갈 정도로 죄가 되는 것일까? 재판결과가 나오기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죄인취급을 하며 분개한다면 구업(口業)을 짓게 될 것이다.
강남좌파의 허물은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감옥에 쳐 넣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기에 더욱더 그렇다는 것이다. 인간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가 기득권을 지켜 내기 위하여 기획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강남좌파의 허물을 옹호하지 않는다. 최상위포식자의 행태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이다. ‘가족인질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분개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당하는 것처럼, 내 가족이 당하는 것처럼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다.
독자가 반은 떠나도
조국관련 검란사태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다. 또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이념적으로 보수적 스펙트럼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블로그이기 때문에 부처님 말씀만 바라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을 떠나 살 수 없다.
부처님도 현실을 떠나지 않았다. 부처님은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S22.95)라고 말했다. 또 부처님은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S22.95)고 말했다. 부처님은 세상속에서 세상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세상사람들과 살다보니 세상사람들과 싸우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부처님이 진리를 설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말씀한 진리는 세상사람들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탐욕으로 분노로 어리석음으로 살지만, 부처님은 이와 반대로 무탐(無貪), 무진(無瞋), 무치(無痴)로 살라고 했다. 이렇게 거꾸로 살라고 하는 것이 다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세상과 다투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는다. 조국의 허물이 아무리 많아도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인권유린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마치 초원에서 약육강식의 최상위포식자를 보는 것 같다. 인간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라고 볼 수 있는 검찰개혁을 하고 공수처를 설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조국관련 검란사태에 대하여 침묵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족들이 당하는 것을 보면 한마디 언급할 듯한데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보수층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야수와 같은 검찰과 언론의 행태에 대하여 언급하면 보수층 독자가 떨어져 나갈 것임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이념스펙트럼을 보면 반은 보수적이고 반은 진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간층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국관련 검란사태에 대한 글이나 촛불관련 글을 쓰면 반은 떨어져 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글 쓰는 것이 이득이나 명예나 칭송을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독자가 반은 떠나도 크게 게으치 않는다. 인간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가 가족인질극을 벌이는 행태는 참을 수 없다.
2019-11-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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