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한사람의 도인이 출현하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18. 10:59

 

한사람의 도인이 출현하면

 

 

삼막사에 오르다가 때죽나무꽃을 발견했다. 지금이 제철이다. 지난주 일요일 산가에서는 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일주일 후에 만개할 줄 알았다. 오늘이 그날이다.

 

 

때죽나무꽃을 보자 지나칠 수 없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었다. 때죽나무꽃은 특이하다. 꽃이 아래로 피기 때문이다. 꽃이 나무잎 위에서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아래에서 피는 꽃도 있는데 때죽나무꽃이 그렇다.

 

 

작은 나무 아래에서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순백의 흰꽃은 사랑스럽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요리조리 카메라를 대었다. 카메라의 '포커스' 기능을 활용하면 보다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

 

 

여러자세로 포즈를 취할 때 향내가 확 풍겼다. 때죽나무꽃 향기이다. 상큼한 내음인데 진하다. 코를 가까이 대지 않는 한 맡기 힘들다. 꽃모양에 열중하다 보니 향기가 있는 줄 몰랐다.

 

 

꽃은 늘 보이지만 향기는 순간적이다. 그 빠르기가 전광석화 같다. 한번 내음이 나고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향내음을 계속 맡으려면 꽃 가까이 코를 계속 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꽃내음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이를 아는 마음도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좋았던 기억은 남아 있다. 다음에 때죽나무꽃 향내를 맡을 때는 그 기억을 소환할 것이다.

 

꽃향기는 멀리 가지 않는다. 한줄기 바람에 실려와 코에 닿았을 때 비로소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후각이 둔감한 사람에게는 예쁜 꽃을 봐도 향기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장미원에서 장미꽃을 감상하지만 향내를 취하지 않는 것과 같다.

 

꽃은 코를 가까이 대야만 향내를 맡을 수 있다. 아무리 강력한 향이라도 역풍에서는 있는 줄 조차 모른다.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천리, 만리를 간다. 그런데 더 멀리 더 높게 가는 향기가 있다. 계행의 향기이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리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간다.”(Dhp.54)

 

“전단향, 따가리향, 웁빠라향

또는 밧씨키향이 있지만,

이러한 향기의 종류 가운데

계행의 향기야말로 최상이다.”( Dhp.55)

 

“전단향과 따가라향과 같은

그 향기는 보잘 것 없지만,

계행을 지닌 님의 높은 향기는

실로 천상계에 이른다.” ( Dhp.56)

 

 

꽃은 코를 가까이 대야만 향내를 맡을 수 있다. 아무리 강력한 향이라도 역풍에서는 있는 줄조차 모른다.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천리, 만리를 간다. 바람을 거슬러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멀리 더 높게 가는 향기가 있다. 계행의 향기이다.

 

꽃향기중의 최상을 재스민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향(戒香)만한 것이 없다. 바람도 거스를 뿐만 아니라, 사방팔방 천리만리를 넘어 천상에도 이르기 때문이다. 향기의 종류 가운데 최상은 계의 향기이다.

 

산중에서 도 닦는 사람이 있다. 해탈한 사람의 향기는 산 아래까지 퍼져 갈 것이다. 참사람의 향기는 걸림이 없다. 산중에서 홀로 살아도 그 계향은 저 산아래 세상 사람들에게 까지 퍼져 나간다. 한 사람의 도인이 출현하면 세상이 맑고 향기로워진다.

 

 

2020-05-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