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공유를 요청하는 친구에게
그가 찾아왔다. 거의 3년은 되는 것 같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이다. 2007년에 처음 만났으니 이제 13년 되었다. 처음에 일로 만났다. 그때 당시 오피스공유사무실에 있었는데 어떤 연유로 조립을 맡겼다. 나이는 두 살 더 많지만 학번은 하나 빨랐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은 능력에 따라 7살까지 친구 할 수 있다는데 사실상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그는 글쓰기의 모티브가 되는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지 알 수 있다. 그때 처음 만났을 때 힘이 하나도 없이 보였다. 얼굴은 달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산 사람이지만 죽은 자처럼 보였다. 벤처를 하다 부도를 맞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벤처회사 사장이었다. 김대중정부시절 신지식인 100명 중에 들어가서 청와대 초청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도가 남으로 인하여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여러 번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산사람처럼 보이지만 죽은 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부도가 난 이후 이곳저곳 취업을 해 보았지만 결국 혼자가 되었다. 그는 늘 혼자가 되었을 때 찾아왔다. 저녁시간에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풀려도 너무 안풀리는 인생같다. 그렇다고 노숙자가 안된 것은 다행일 것이다. 그것은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와 두 자녀가 있어서 비록 사대보험 혜택도 못받는 처지이지만 이제까지 가족의 힘으로 힘으로 버텨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금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코로니19시대를 맞이하여 대면접촉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렵게 이야기했다. 사무실 귀퉁이 책상만 하나 놓게 해달라고 말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속으로 당황했다.
친구란 무엇일까?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친구라고 했다. 이는 경전에도 나오는 말이다. 경에 따르면 좋은 친구(善友)의 조건은 “도움을 주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친구, 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친구, 연민할 줄 아는 친구”(D31.16)가 좋은 친구라고 했다. 이런 점이 지인과 친구와의 차이점일 것이다.
그가 사무실 공용사용을 요청했을 때 수락하지 않았다. 작은 사무실은 마치 아지트처럼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만일 책상을 하나 더 놓게 된다면 명상공간이 사라진다. 물론 책상 하나 차지하는 것에 대한 비용은 매달 소액이나마 지불하겠다고 했다. 이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새로운 일을 해 보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장소가 절실히 필요할지 모르지만 나만의 공간이 파괴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 든다는 것이다.
그와 사무실을 공용했을 때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함께 점심먹으로 가야 할 것이다. 때로 저녁에 식사시간도 가져야 한다. 이제까지 혼자만 살다가 아는 사람과 함께 있었을 때 불편이 따를 것 같았다. 어쩌면 이기적 생각일지 모른다.
사무실은 일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기계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최근에는 의무적 수행을 하고자 한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다. 그의 요청에 미안하지만 거절했다.
그에게 사무실공유하는 곳을 찾아 보라고 했다. 요즘은 새로 사업을 구상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을 위하여 책상 하나만 제공하는 오피스공유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지인이 아니라 친구로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야 한다. 돈거래를 하는 순간 친구관계가 깨질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친구들과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친구회사 사람들과 거래도 하지 않는다. 잘못되면 친구를 잃을 수 있다. 사무실 공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가 오랜만에 찾아왔으니 점심대접을 했다. 그래보았자 자주 가는 복집이다. 복지리 9천원짜리를 말한다. 혼자 일하기 때문에 5천원 이상 식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손님 접대할 때는 예외이다.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혹시라도 사무실을 공유하여 마음이 틀어진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몇 달 지난 후 전화 걸어서 안부를 물어보아야겠다.
2020-05-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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