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람의 특징이 연상되는 불두화
살 맛나는 계절이다. 연중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연두색 신록은 싱그럽고 눈부시게 빛난다. 온도와 습도는 적당하여 쾌적하다. 그래서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월은 꽃의 계절이다. 그것도 좋아하는 꽃이 필 때이다.
삼사월의 꽃은 찬바람에 꽃이 먼저 나온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이다. 매화가 그렇고 벚꽃이 그렇다. 일제히 핀 매화와 벚꽃은 마치 구름을 이루듯이 장관이다. 동지석달 꽃구경 못한 사람들이 꽃구경하기에 충분하다.
오월에 피는 꽃이 있다. 꽃들이 마치 릴레이 하듯이 피는가 하면 동시에 피기도 한다. 그 중에 나무에 피는 꽃이 있다. 키가 큰 나무에 피는 꽃 중에서 흰색이 있다. 오월에 피는 꽃중에서 나무에서 피는 흰색꽃을 가장 사랑하다.
오월에 피는 흰색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유심히 관찰한 꽃이 있다. 해마다 오월 중순경에 피는 흰꽃은 쪽동백, 때죽나무꽃, 층층나무꽃, 이팝나무꽃, 불두화이다. 이렇게 순백색의 나무꽃을 좋아하는 것은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하여 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월은 불교의 계절이다. 불교인들의 최대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처님오신날에 앞다투어 꽃이 핀다는 것이다. 마치 부처님이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것 같다.
부처님오신날과 관련하여 가장 인연이 깊은 꽃이라면 단연 불두화를 들 수 있다. 생긴 모습이 마치 부처님 두상을 닮았다고 해서 불두화라고 한다. 마치 주먹만한한 공모양의 다발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두화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서양에도 있을까? 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만주 등 불두화는 동아시아서 볼 수 있다. 순백으로 핀 풍성한 꽃을 보면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화병에 꽂아 들여 놓으면 집안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 난다.
불두화는 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하여 피기 때문에 불교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꽃이다. 그런 불두화는 부처님 육계를 닮았다.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즉 꽃이 다 벌어지기 전에 관찰하면 불두가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부처님의 육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디가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에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디가니까야 ‘위대한 사람의 특징의 경’(D30)을 보면 육계와 관련하여 “수행승들이여, 위대한 사람은 머리 위에 육계를 갖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위대한 사람은 머리 위에 육계를 갖고 있다면, 수행승들이여, 그것이 위대한 사람이 지닌 특징이다.”(D30.2라고 했다.
위대한 사람은 특징이 있다. 경에 따르면 서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두 가지 운명 중의 하나라고 했다.
서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사람이 재가에 있으면 전륜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큰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대륙을 다스리되 몽둥이를 사용하지 않고 칼을 사용하지 않고 정법을 사용한다.”(D30.2)라고 했다.
전륜왕은 칼과 몽둥이로 대륙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법을 이용하여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으로 통치하는 정의로운 왕을 전륜왕이라고 한다.
불교역사에서 전륜왕으로 칭송받았던 왕이 있다. 고대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까왕이다. 아소까왕은 칼과 몽둥이로 인도대부분을 통일한 정복왕이었다. 그러나 남인도 정복과정에서 깔링가 전투의 참상을 보고서 무력에 의한 정복을 그만 두었다.
아소까왕은 부처님 가르침에 따른 정법으로 정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제3차 결집의 후원자가 되었다. 결집이 끝났을 때는 세계 각지에 담마사절단(dhammadūta)을 파견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까지 사절단을 파견했다고 한다.
전륜왕으로서 아소까왕의 활동상황은 인도각지에 흩어져 있는 아소까 비문이나 바위칙령 등으로 알 수 있다. 그 중에 하나를 보면 “담마에 의한 정복만이 이 세상과 저 세상의 행복을 가져온다.”(바위칙령13)라고 했다.
아소까왕은 전쟁에 의한 정복을 포기하고 담마의 의한 세계정복을 이루고자 했다. 세상의 평화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름 아닌 정법으로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정법으로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것을 ‘담마위자야(Dhammavijaya)’라고 한다.
또 한가지 운명이 있다. 서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사람이 출가하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 출가하면, 세상에서 모든 덮개를 제거하는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이 된다.”(D30.2)라고 했다. 경에 따르면 서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사람은 전륭왕이 되거나 부처가 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래서 “외에 다른 것은 없다.”라고 했다.
서른 두 가지 특징 중의 하나가 육계(肉髻: uṇhīsa)이다. 머리 위에 살이 상투모양이나 터번모양으로 융기된 것을 말한다. 경에 따르면 육계를 얻은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여래는 어떠한 예전의 삶, 예전의 존재, 예전의 처소에서든지 예전에 인간의 존재로 있으면서 많은 사람 가운데 선구자로서 착하고 건전한 것들 곧, 신체적으로 선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선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선행을 하고, 보시를 나누어 주고, 계행을 실천하고, 포살일을 지키고, 어머니를 공경하고, 아버지를 공경하고, 수행자를 공경하고, 성직자를 공경하고, 가문의 연장자를 공경하는 것과, 다른 높은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실천하는데 많은 사람들 가운데 최상자였다. 그는 그러한 업을 행하고 쌓고 증대시키고 확대시켰기 때문에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의 세계에 태어났다. 그는 거기서 다른 신들 보다 열 가지 곧, 천상의 수명, 천상의 용모, 천상의 행복, 천상의 명성, 천상의 권세, 천상의 형상, 천상의 소리, 천상의 향기, 천상의 맛, 천상의 감촉에서 우월했다. 그는 거기서 죽어서 이곳으로 와서 이러한 위대한 사람의 특징 곧, 머리 위에 육계를 얻었다.”(D30.31)
부처님은 서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사람이 육계를 얻은 이유에 대하여 보시공덕, 지계공덕 등 수많은 선업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이러한 업을 지었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을 획득했다.”(D30.2)라고 했다. 전륜왕이나 부처가 될만한 업을 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교도들에게도 서른 두 가지 특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이 전륜왕이 되지 못하고 부처가 되지 못한 것은 과거 전생에 전륜왕이나 부처가 될 만한 선업공덕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꽃이 있다. 도시 정원이나 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울긋불긋 영산홍이 아니라 순백색의 탐스런 불두화이다. 불두화를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마음을 풍성하게 해 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불두화가 피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에 해서 피는 불두화는 불교의 꽃이다. 불두화를 몇송이 따서 집에 갖다 놓는다면 집이 훤해질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꽃향기를 맞는 것도 향기도둑이라고 한다. 주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교인이 꽃가지를 꺽어서 자신만 보고자 한다면 불투도계를 어기는 것이 된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진으로 담아 오면 오래오래 볼 수 있다. 또 인터넷에 공유하면 모두가 볼 수 있다. 향기는 없지만 그 풍성함에 마음도 또한 풍성해질 것이다.
2020-05-1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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