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처마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5. 17:37

 

처마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건축사 김정관 선생의 글을 블로그에서 보았다. 블로그친구이기도한 김선생은 안면이 있다. 몇년전 부산에서 만나 보았기 때문이다. 부산에 가면 들러야할 곳은 선생네가 운영하는 에피소드인커피이다. 부민동 동아대 후문에 있는 카페로서 선생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차 전문가로 알려진 선생네에 가면 귀한 차도 얻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생은 건축설계 전문가로서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처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포스팅제목은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빠뜨리면 후회할 가지,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2020-05-04)이다. 건물에 처마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과 땅만큼이나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절집 건축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수백년된 대웅전이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처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처마가 중요할까?

 

김정관선생에 따르면 처마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처마가 없다면 빗물이 벽을 따라 흘러내릴 것이다. 아무리 단단하게 지은 건물도 처마가 없으면 오래지 않아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고건축물은 모두 처마가 있다. 그것도 경사진 지붕에 처마가 있는 것이다.

 




고향에 가면 오래된 집이 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다. 백부내외가 돌아가신 뒤로는 빈집이 되었다. 해마다 6월경 제사때가 되면 전국각지에 사는 사촌들이 모여 합동제사 지낼 때 잠시 사용하는 용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경사진 지붕에 처마가 있어서 일 것이다. 6.25전에 지은 것이라 하니 70년도 넘은 집이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에는 지붕도 없고 처마도 없다. 그래서일까 30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 같다. 아파트 지은지 30년이 지나면 어느 곳이나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연립주택도 그렇고 단독주택도 그렇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단독주택은 거의 대부분 지붕이 없다. 설령 있더라도 시늉만 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처마도 거의 없다. 있긴 있어도 마치 퇴화된 것처럼 흔적만 남아 있다.

 




옛날에 지은 한옥은 50년이 넘었어도 멀쩡하다. 한옥이 많은 동네에 가보면 지붕이 있고 처마는 최소한 1미터 이상 튀어나와 있다. 처마가 있음으로 인하여 비, 바람, 눈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햇볕도 차단하고 습기도 제거시켜 준다. 처마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수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아파트에서만 산지 30년이 넘었다. 유년시절과 학생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고 있다. 나도 언젠가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을까? 단독주택을 가지게 된다면 김정관 선생 말대로 처마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그것도 1미터 이상 되는 긴 처마집이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처마집이다. 멋진 단독주택이 아니어도 좋다. 수행자용 꾸띠도 처마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풍광 좋은 곳에 그림 같은 집을 본다. 지붕에 창문도 있는 멋진 집이다. 그러나 처마가 없다. 보기에는 실용적이고 멋져 보이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이 있듯이, 멋진 외관만 자랑할 수 있으면 그만일까? 이에 대하여 김정관선생은 외모만 보고 배우자를 선택했을 때 한평생 후회하는 것처럼, 외관만 멋진 집을 지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집을 지을 때 첫번째 조건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처마라고 했다. 나도 처마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

 

 

2020-05-0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