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시루떡꽃과 아이스크림꽃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14. 14:08

 

시루떡꽃과 아이스크림꽃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꽃의 계절이다. 일제히 여기저기서 피고 있다. 당연히 좋아하는 꽃이 있다. 키높은 나무위에서 피는 꽃이다. 그런 꽃들 중의 하나가 층층나무꽃이다.

 




층층나무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이다. 청계사 가는 길에 마치 층층이 시루떡을 올려놓은 듯한 흰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꽃이름도 몰랐다. 블로그에 올려 놓고 이 꽃이름은 무엇일까?”라고 했는데 어느 법우님이 댓글에서 꽃이름을 알려 주었다.

 

층층나무꽃은 기품이 있다. 그래서 꽃을 볼 때마다 여름날의 첫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워내듯”(Stn.233)이라는 라따나경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키높은 나무위에 피는 꽃을 부처님의 위없는 묘법(dhammavara)’으로 묘사한 것이다.

 

층층나무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피는 꽃을 찾아 나섰다. 학의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쌍개울에서 서울쪽 방향으로 약 200미터쯤 가면 층층나무가 있다. 작년에 발견한 것이다.

 




누가 하천가에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를 심어 놓았을까? 올해도 기대를 안고 아침 일터로 가는 길에 일부로 가 보았다. 그러나 늦었다. 이미 꽃이 진 상태였다. 그러나 조금은 남아 있었다. 별명을 붙인다면 시루떡꽃이라 할 것이다.

 

이맘때쯤 피는 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칠엽수나무꽃이다. 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도 한다. 이 나무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해마다 꽃이 필 때면 찾기 때문이다.

 




칠엽수는 지금은 안양아트센터라고 이름이 바뀐 안양문예회관 앞에 있다. 역시 늦게 갔다. 꽃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온전한 것이 있어서 카메라에 담았다. 별명을 붙인다면 아이스크림꽃이라 할 것이다. 마치 빵빠레 아이스크림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꽃은 조금만 늦게 가도 끝물이다. 꽃은 벌어지면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꽃이 벌어지기 전에 또는 벌어졌을 때 가는 것이 좋다. 반은 벌어지고 반은 벌어지지 않는 상태가 가장 좋다. 이번에 본 시루떡꽃과 아이스크림꽃은 끝물이었다. 그럼에도 올해도 꽃을 본 것은 행운이다. 올해가 지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2020-05-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