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꽃과 아이스크림꽃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꽃의 계절이다. 일제히 여기저기서 피고 있다. 당연히 좋아하는 꽃이 있다. 키높은 나무위에서 피는 꽃이다. 그런 꽃들 중의 하나가 ‘층층나무꽃’이다.
층층나무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이다. 청계사 가는 길에 마치 층층이 시루떡을 올려놓은 듯한 흰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꽃이름도 몰랐다. 블로그에 올려 놓고 “이 꽃이름은 무엇일까?”라고 했는데 어느 법우님이 댓글에서 꽃이름을 알려 주었다.
층층나무꽃은 기품이 있다. 그래서 꽃을 볼 때마다 “여름날의 첫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워내듯”(Stn.233)이라는 라따나경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키높은 나무위에 피는 꽃을 부처님의 ‘위없는 묘법(dhammavara)’으로 묘사한 것이다.
층층나무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피는 꽃을 찾아 나섰다. 학의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쌍개울에서 서울쪽 방향으로 약 200미터쯤 가면 층층나무가 있다. 작년에 발견한 것이다.
누가 하천가에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를 심어 놓았을까? 올해도 기대를 안고 아침 일터로 가는 길에 일부로 가 보았다. 그러나 늦었다. 이미 꽃이 진 상태였다. 그러나 조금은 남아 있었다. 별명을 붙인다면 ‘시루떡꽃’이라 할 것이다.
이맘때쯤 피는 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칠엽수나무꽃’이다. 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도 한다. 이 나무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해마다 꽃이 필 때면 찾기 때문이다.
칠엽수는 지금은 안양아트센터라고 이름이 바뀐 안양문예회관 앞에 있다. 역시 늦게 갔다. 꽃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온전한 것이 있어서 카메라에 담았다. 별명을 붙인다면 ‘아이스크림꽃’이라 할 것이다. 마치 빵빠레 아이스크림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꽃은 조금만 늦게 가도 끝물이다. 꽃은 벌어지면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꽃이 벌어지기 전에 또는 벌어졌을 때 가는 것이 좋다. 반은 벌어지고 반은 벌어지지 않는 상태가 가장 좋다. 이번에 본 시루떡꽃과 아이스크림꽃은 끝물이었다. 그럼에도 올해도 꽃을 본 것은 행운이다. 올해가 지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2020-05-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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