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다할 때까지
이 엔진은 언제까지 구동될 수 있을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자동차에 엔진이 있어서 구를 수 있듯이, 인간도 엔진이 있어서 삶을 사는 것으로 본다. 자동차를 오래 타서 엔진이 마모되면 폐차되듯이, 사람도 생명이 다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나 엔진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생명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파워를 가진 엔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엔진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각자 타고난 엔진을 가지고 있다. 나의 엔진은 어떤 것일까?
나에 대해서 여러모로 불만이다. 신체적 불만이 가장 크다. 태어나면서부터 약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팔도 가늘고 다리도 가늘고 모든 것이 가늘어서 몸이 가는 것이 불만이다. 강골인 사람과 비교하면 불만이다.
용모도 불만이다. "좀 더 남자답게 멋지게 생겼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소년시절 부터 생각해 왔다. 이목구비도 뚜렷하지 않고 피부도 거칠다. 얼굴에는 검버섯도 있어서 흉터진 것 같다. 요즘 TV에서 흠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과 비교된다.
정신능력도 불만이다. 확실히 머리가 다른 사람 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이모양 이꼴인 것은 전적으로 정신능력이 떨어진 것에 있다고 본다. 꿈을 좀더 크게 꾸었더라면 명예와 지위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안주가 오늘날 평범한 일인사업자가 된 것 같다.
가장 큰 불만은 나의 운명이다. 이런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본다. 그렇다고 점이나 사주, 관상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음력으로 태어난 날자는 알고 있지만 시는 모른다. 작고한 어머니가 알려 주었지만 새벽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운명이 궁금해서 점이나 사주, 관상 볼 일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된 것을 보니 이렇게 살라고 세팅 된 것처럼 보인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신체적 조건이나 정신적 조건에 대하여 남과 비교했을 때 열등감을 느낀다. 어렸을 때 부터 그래 왔다. 이런 열등감은 뭉치고 뭉쳐서 응어리로 남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마음의 그림자로 남아 있는 것이다.
때로 마음의 그림자에 지배될 때가 있다. 비교에 따른 열등의식이 생겨 났을 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는데 마음의 그림자에 압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한번 형성된 조건은 이 생을 다하지 않는 한 안고 살아 가야 한다.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에 대한 긍정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남과 비교에 따른 열등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태도는 현실 긍정에도 적용된다.
나에 대해서도 불만이고 현실도 불만족이다. 그 기준은 늘 상대에게 있다. 여기 경사진 길이 있다. 아래에서 보면 오르막이다. 반대로 위에서 보면 내리막이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와 같은 “아래서 보면 오르막, 위에서 보면 내리막”이라는 말을 그제 이학종 선생에게 들었다. 아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에게 당부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매우 심오한 말이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과 비교해서 내가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해 보이는 것이다. 인생길에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열등감을 느껴 분발한다면 콤플렉스가 극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비교로 그치고 만다.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람의 성공에 시기하고 질투하면 패배자이다. 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하고 기뻐해한다면 그는 승리자이다.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이 있다면 그는 이미 이룬 자이다. 신체적 엔진과 정신적 엔진이 타고난 것이긴 하지만 이 엔진으로 우주 끝까지 갈 수 있다. 달려서는 우주 끝에 이를 수 없지만 이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 세계의 끝에 이를 수 있다. 엔진이 다할 때까지 달리는 거다.
“그러나 벗이여, 세계의 끝에 이르지 않고서는 괴로움의 끝에 도달할 수 없다고 나는 말합니다. 벗이여, 지각하고 사유하는 육척단신의 몸 안에 세계와 세계의 발생과 세계의 소멸과 세계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 있음을 나는 가르칩니다.”(S2.26)
2021-02-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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