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살다 보면 남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16. 08:49
살다 보면 남는 것은

"남는 것은 수행밖에 없는 것 같아요." K선생에게 들은 말이다. 2001년 부터 수행하기 시작했으니 수행경력 20년이다. 미얀마에도 여섯 번 가량 다녀 왔다고 한다. 한번 가면 3개월 머물렀다고 한다. 카풀하면서 들은 것이다.

5월 15일 토요일 스승의 날이다. 오늘 전재성 선생을 고양에서 만나기로 했다. 2주일전 백련선원 개원법회 때 K선생과 B선생을 만났는데 찾아 뵙기로 한 것이다.

약속날자를 잡다보니 스승의 날이 되었다. 두 선생은 모두 금요니까야강독모임 멤버이다. 참여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신입회원이나 다름없다. 인사도 할겸 궁금한 것도 물어 볼 겸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재성 선생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고양 스타필드 네팔음식점 에베레스트에서 점심모임을 갖게 되었다.

모임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단순히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양청 형식을 빈 것이다. 스님에게 공양청하듯이 준비하자고 B선생에게 제안했다. 이에 B선생도 흔쾌히 동의 했다.

어떻게 공양청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 식사비용은 퇴계원에 사는 K선생이 내겠다고 했다. 공양청 형식이므로 선물을 준비하자고 했다. 그리고 각자 능력껏 보시금을 준비하자고 했다. 고마움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출발하는 당일까지 선물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양농수산물시장에서 과일박스를 사는 것이다. 그것도 세 개를 준비하는 것이다. 참석자 모두 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3키로에 3만원하는 귤 세 박스를 샀다. 하우스귤이기긴 하지만 당도가 좋다. 지난번 구매했던 가게이다. 보자기로 포장해 주었다.

K선생을 퇴계원역에서 만났다. 카풀을 제안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초행길에 헤맬 것 같아서 함께 가자고 한 것이다.

퇴계원역에서 고양 스타필드까지는 40분 가량 걸렸다. 그 시간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미얀마 수행에 대한것이다.

K선생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공이 깊다. 위빠사나 16단계 지혜중에서 중간단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20년 동안 쉬지 않고 수행했으니 당연히 것이라 생각한다. 가보지 않은 정신세계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흥미진진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지난 1월달에도 와 본 곳이다. 오후 1시가 되자 전재성 선생이 도착하고 몇분후에 B선생도 도착했다. B선생은 공양하기를 즐겨 한다. 학번도 같아서 동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B선생은 꽃바구니를 준비했다. K선생은 세 송이 장미꽃을 준비했다. 귤박스와 꽃바구니와 꽃다발로 테이블이 화사해 졌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보시금 봉투를 전달했다. 이런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인도음식을 주문했다. 란과 닭고기에 대한 것이다. 란은 빵과 같은 것으로 마치 쟁반처럼 둥그런 모양이다. 소스에 찍어 먹으면 씹는 맛이 난다. 인도와 네팔 사람들 주식이라고 본다. 닭다리 부위가 있는 닭고기는 향신료가 첨가된 독특한 맛이다. 같은 재료라도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계율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불교에서 보름에 한번 포살법회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마침 KPTS에서는 포켓용 사분율을 만들었다. 이른바 손안의 계목이라 볼 수 있다.

이번에 포켓용이 출간됨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보름에 한번 포살법회에서 낭송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한국불교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수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K선생의 미얀마 수행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흘러 갔다. K선생은 절박한 마음에서 수행을 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생에서 윤회를 끊어 버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절 어렸웠던 때를 생각해 보니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한다. 그결과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 같다.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 짜이를 마시면서 모임을 마무리 했다. 오후 3시 반경에 해산했다.

K선생을 다시 퇴계원역까지 바래다 주었다. 차에서도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멸에 대한 이야기, 염오에 대한 이야기 등 체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경험한 자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는 "심오하고 고요하고 승묘하고 사유의 영역을 뛰어넘고 미묘하여 오직 슬기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말을 표현" (A4.192)을 말한다. K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그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절박함에 있다고 본다. 이런 말에 자극받는다.

무엇이든지 때가 있는 것 같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는다. 언젠가 발심 했을 때 성과를 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글쓰기 하듯이 수행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생업이 있기는 하지만 잠시 짬을 내서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해보고자 한다. 주말에 호두마을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K선생을 만나 자극되었다. "남는 것은 수행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사무쳤다.

2021-05-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