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평전’에서 결사항전(決死抗戰)의 의미를 되새기며
최근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세상 많이 변한 것 같다. 야당 정치인이나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5.18묘역을 방문하거나 5.18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야당 정치인들은 광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전 택배를 하나 받았다. 이계표 선생이 ‘윤상원 평전’을 보내왔다. 페이스북에서 윤상원평전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날 출간기념식에 참석하고 난 다음 그 책을 보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선생과 인연 맺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윤상원평전은 강렬하다. 책의 표지에 윤상원열사의 실루엣이 청색으로 그려져 있다. 눈빛이 강렬하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함부로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뒤집어 놓는다.
그동안 간간히 글로만 접하던 윤성원열사의 일대기를 접하게 되었다. 김상집선생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김상집선생은 녹두서점 김상윤선생의 동생이다. 군복무를 마치자 마자 5.18이 터졌는데 시민군으로 활약했다.
윤상원평전 서문과 프롤로그를 읽어 보았다. 생각하던대로 문체가 강렬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결사항전’이라는 말이 그렇다.
올해 들어 5.18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하여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정찬주 작가의 ‘광주 아리랑’ 1권과 2권을 정독했고, 김상윤선생의 ‘녹두서점의 오월’을 읽었다. 이 세 권의 책을 통하여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독후기를 작성한다. 독후기를 작성하면서 ‘결사항전(決死抗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윤상원평전에서 김상집선생은 서문 첫머리에서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윤상원과 결사항전의 주역들의 이야기다.”(5쪽)라고 했다. 이 결사항전이라는 말을 보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 매스컴에서 보도된 것 이상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폭동이나 폭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성향은 다양하다. 출신지도 다양하고 살아온 배경도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가 대세인 이 시대에 있어서 유튜브로 잘못된 정보를 알려 주는 사람들도 있음을 말한다. 심지어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5.18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폭도’의 이미지일 것이다.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을 들어 폭도라고 본 것이다. 어떻게 국군에게 총을 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군에게 총을 겨누고, 국군에게 총을 쏘는 행위에 대하여 폭도로 보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시민들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위적 차원이라 볼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방어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다. 이런 사실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최근 5.18과 관련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5.18당시 계엄군은 쿠데타세력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유튜브에서 황현필선생이 말한 것에서 알게 되었다.
요즘 황현필선생의 역사이야기를 종종 유튜브에서 접한다. 수험생들에게 역사를 강의하는 역사전문강사이다. 젊은 강사로 목소리가 박력있다. 구독자도 50만명에 달하는 명강사라고 볼 수 있다.
황현필선생에 따르면 광주시민들은 쿠데타세력에게 대항해서 무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지만 확인시켜 주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5.18당시 계엄군에 대하여 정부군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정부군에 대항하여 총을 들었다면 반군이 되고 폭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당시 계엄군은 정부군이 아니라 쿠데타군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1979년 12월 12일에 쿠데타가 일어났기 때문에 쿠데타군으로 보는 것이다.
5.18당시 계엄군이 쿠데타군이었다는 사실은 최근 KBS방송에서도 확인시켜 주었다. 2021년 5월 21일 방영된 ‘시사직격’에서 본 것이다. 이는 ‘K공작계획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KBS ‘시사직격’에 따르면, 전두환의 신군부는 1979년 12월 12일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런데 쿠데타가 완료되기까지 무려 264일 걸렸다는 것이다. 이는 전두환이 1980년 9월 2일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쿠데타가 완료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방송에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장기 쿠데타’라고 했다.
5.18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최근 책을 몇 권 읽은 것이 실체적 진실을 아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결사항전’이라는 말이 그렀다.
김상집선생은 윤상원평전 서문에서 결사항전이라는 용어와 함께 “죽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7쪽)라는 말을 했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청에 남은 것을 결사항전이라고 본 것이다.
만약 그때 결사항전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1987년 6월 항쟁도 없었을 것이고, 가까이는 2016년 광화문촛불항쟁도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가? 순순히 내준 것은 되찾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군들이 도청에서 결사항전을 한 것은 죽은 사람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위해서였다고 본다. 그러나 후대 역사가들은 여기에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한홍구선생에 따르면, 그들이 도청에 들어간 것은 “빼앗긴 것을 되찾아 오기 위해서였다.”라고 보는 것이다.
그들 쿠데타세력은 민주주의를 빼앗아 갔다.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것이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항전이 일어 났는데 오로지 광주와 광주 일원에서만 있었다는 것이다.
시민군들이 결사항전을 택한 것은 결국 죽기 위한 것이었다. 화력이나 병력으로도 쿠데타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죽으려고 들어 갔을 때 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죽고자 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얼마나 고독했을까? 스스로 선택한 죽음 앞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역사가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도청을 스스로 내 주지 않고 죽음으로서 쿠데타세력에게 저항했을 때 역사는 기억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도청에 들어간 사람들 상당수는 죽었다. 죽으러 들어갔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사항전이라고 하지만 일방적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김상집선생은 책의 서문에서 “시민군의 결사항전은 살아남은 자들을 부끄러운 죄인으로 만들었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원동력이 되었다.”(6쪽)라고 써 놓았다. 역사학자 한홍구선생이 말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민군들의 결사항전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정도마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때 쿠데타군의 말만 믿고 도청을 내 주었더라면 6.10항쟁도 없었고 2016년 촛불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죽으러 들어 갔기 때문에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아 올 수 있었다.
도청은 물리적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군들이 단지 물리적 공간을 지키고자 목숨 걸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 내기 위해서 기꺼이 한목숨 바치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이 도청에 남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요즘 미얀마사람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때 당시 광주사람들이 쿠데타세력에 맞서서 결사항전한 것이 미얀마사람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것 같다.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얀마사람들은 군부의 불법적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저항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렇게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자유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죽은 자들은 이제 영원히 살게 되었다. 후세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윤상원평전은 “짧고 굵게” 살다가 간 사람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2021-05-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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