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들기

하다 안되면 바꾸어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15. 08:09

하다 안되면 바꾸어라

 


책 제작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다. 400페이지짜리 책 한권 만드는데 2만5천원 가량 든다. 지난번 27, 28, 29번째 책을 만드는데 16만원 들었다. 벌이가 시원치 않을 때는 큰 부담이 된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 의뢰하여 소량 책을 만들고 있다. 블로그에 실려 있는 글을 카테고리별로 시기별로 구분하여 약 400페이지 분량의 책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모두 보관용이다.

책은 딱 두 질만 만든다. 그런데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달에 한두 번 만들고, 한번 만들 때 마다 한권당 2만 5천원이 들어 간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바꾸는 것이다.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검색창에 '인쇄, 제본, 안양'을 키워드로 하여 검색한 결과 마침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기존 H상사 보다는 반값 이하로 제작이 가능함을 알았다. 400페이지짜리 책을 단돈 만원에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금액이라면 거래처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한번 인연 맺으면 끝까지 가는 것이다. 가능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가격 앞에 장사가 없는 것 같다. 두 배 이상 차이 나서 더 이상 거래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H상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본다면 한 업체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두루두루 알아보아서 가격과 품질을 만족 시키는 곳에 주문하면 된다.

 


새로 개발한 제일복사는 관양동에 있다. 방문해 보니 전문 인쇄소였다. 마치 신문 윤전기 돌아 가듯이 커다란 장비가 여럿 있어서 문구점과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표지 디자인을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인쇄소에서는 단지 인쇄와 제본만 해 주는 것이다.

책 표지 디자인을 했다. 사실 디자인이라고 할 것도 없다. 책의 넘버와 책제목을 기입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명을 집어넣었다. 문제는 세로 디자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했다. 그렇다고 남에게 디자인을 맡길 수 없다. 일단 해보기로 했다. 엠에스워드(MS Word)를 이용하여 세로로 책제목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pdf파일로 만들어 발송했다.

 


마침내 어제 책이 나왔다. 내가 편집하고 디자인한 책이다. 마치 일인출판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전에는 H상사에게 모든 것을 맡겼으나 내가 주체가 되어 책을 만든 것이다.

책은 이전과 다른 형태이다. 겉표지는 흰색으로 했고 코팅처리 했다. 종이재질은 미색으로 했다. 미색이 흰색보다는 보기 좋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책 나온 것을 보니 깔끔하고 보기 좋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이전과 비교하니 반값 이하이다.

 


이번에 30번과 31번 두 종류 책을 각각 두 질씩 총 네 권 제작했는데 4만원 들었다. 기존 관행대로 H상사에서 했더라면 10만원가량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 하나만 바꾸어도 엄청나게 절약된다.

책장에 책이 한권 두권 늘어난다. 책을 만들다 보니 이제 31권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다 보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백권이 될 것이다.

이번에 만든 책은 '30 진흙속의연꽃 2011 II'와 31 진흙속의연꽃 2011 III'이다. 각각 400페이지 넘는 분량으로 10년전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기록한 것이다.

남는 것은 기록밖에 없는 것 같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렇게 책의 형태를 갖추니 마음이 뿌듯하다. 이런 것도 삶의 결실일 것이다. 내 비록 재산을 모으지 못하고 이루어 놓은 것도 없지만 그동안 만든 책을 바라보면 스스로 대견한 느낌이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은 것이 있다. 시간 지나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진짜 문제이다. 생, 노, 병, 사와 같은 근본문제를 말한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풀리게 되어 있다. 이번 책만들기도 그렇다.

과거 전자제품 개발 할때 회자 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3일동안 쑤셔도 안되면 방법을 바꾸어라."라는 말이다. 3일 동안 밤낮으로 실험해 보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그럴 때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책 제작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제작소를 바꾸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다 안되면 바꾸어라!

 


2021-09-1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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