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비봉산 일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2. 6. 06:36

비봉산 일몰

비봉산에 올랐다. 두달 된 것 같다. 걷는 일 없이 살다보니 운동할 필요를 느꼈다. 집에서 대로 하나만 건너면 곧바로 연결된다.

바닥에는 낙엽이 무성하다. 활엽수는 앙상한 모습이다. 가지사이로 햇볕이 반갑다.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이렇게 5개월 갈 것이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40분, 해가 서쪽에서 지려 하고 있다. 이 글 다 쓸 때쯤이면 해가 넘어 갈 것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잡았다 하면 한시간이다. 산 정상 바위에 앉아 이렇게 글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불과 30여분 되는 산행이다. 산행 중에 빠알리 경을 외웠다. 현재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외우고 있다. 십이연기 고리 중에서 자라마라나 분석을 외우고 있는 중이다.

산행하면서 아침에 외운 것을 되새겨 보았다. 막히는 것이 있었다. 이럴 때는 스마트폰을 열어 보아야 한다. 블로그에 저장된 것을 스크린캡쳐해서 열어 보면 효과적이다. 잘 안 외워지는 것은 '깔레바랏사 닉케뽀(kalebarassa nikkhepo)'이다.

빠알리어 깔레바라(kalebara)는 'the body'의 뜻이다. 닉케뽀(nikkhepo)는 'putting down'의 뜻이다. 그래서 '그 몸이 눕혀지다'의 뜻이 된다. 죽은 상태를 말한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에서는 "유해가 내던져진다."라고 번역했다.

"깔레바라 닉케뽀, 깔레바라 닉케뽀,." 입으로 여러번 되뇌인다. 생소한 단어이기 때문에 돌아서면 잊어 버린다. 이럴 때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무언가를 연상하는 것이다. 기억해 내기 위한 방법이다.

백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생소해도 백번이고 천번이고 되뇌이면 외워진다. 아침에 외우고 점심때 외우고 저녁때 외우면 외워진다. 길이가 아무리 길어도 다 외울 수 있다. 머리가 좋다거나 기억력과 관련 없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된다.

산에 오르는 것은 힘들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경이나 게송 외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외워 놓으면 좋다는 것이다. 확실히 내것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애써 경을 외우는가? 남이 보기에 쓸데 없는 짓 같을 것이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기에 더욱 더 가치 있다. 누가 빼앗아 갈 수 없는 정신적 재물이다. 저승갈 때 노잣돈이기도 하다.

 


해가 지고 있다. 비봉사 정상에서 본 일몰 시간은 5시 16분이다. 이제 급격하게 어두워질 것이다. 하산할 시간이다.

2021-12-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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