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 몸은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2. 21. 13:28

이 몸은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점심시간 잠시 짬이 나서 쳐 본다. 요즘 무척 바쁘다. 일감이 갑자기 많아진 것이 큰 이유이다. 지난 주말에는 주말작업 했다. 오랫만에 일감을 준 고객이 있어서 토요일과 일요일 풀 작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래 보기 드문 중작을 주었다.

오늘 오전 메일을 열어 보니 일감이 네 개나 되었다. 소작이다. 소작도 쌓이면 쏠쏠하다. 오늘 중으로 완료해야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일이 겹치기가 되버렸다. 이를 행복한 비명이라 해야 할까?

아무리 일감이 많아도 고소득자 입장에서 본다면 가소로운 것이다. 단지 금액으로만 따진다면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 진다. 이 세상에는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자도 많다.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들이 많다. 고액연봉자라 하여 연봉만큼 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액 임대소득자는 그야말로 불로소득자들이다. 고액연금수령자들은 어떤가? 적게 내고 많이 타가면 도둑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았으나 요즘 일이 밀린다. 전에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일감이 많아도 노는 날을 감안하면 평균에 지나지 않는다.

수주한 금액은 가진 자가 보기에 하찮고 우습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신성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것이다. 경에 표현된 것처럼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A4.62)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인생을 살지 않는다. 돈 벌기 위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매우 짧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몸을 돈 버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남보다 많으면 행복할까? 남과 비교하여 돈 많은 것에 우월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더 돈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비교하면 자존감은 낮아 질 것이다.

한평생 즐기며 사는 사람이 있다.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일생동안 즐겨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추억이 남을까?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비교하는 데서 불행이 싹트기 때문이다. 비교하면 반드시 나보다 우월한 자가 있다. 또한 비교하면 반드시 나보다 열등한 자가 있다. 물론 나와 동등한 자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비교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돈 많은 것을 비교하는 자가 있다. 그는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가진 자를 만나면 자존감이 떨어질 것이다. 아파트 평수도 그렇고 자동차 배기량도 그렇다. 아이 성적도 그렇고 남편 지위도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1인자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자존감이 낮아질 것이다.

이 몸을 돈 버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돈은 아무리 벌어도 만족하지 않는다. 비교하기 때문이다. 비교하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즐기는 삶도 그렇다. 나보다 더 즐기며 사는 사람을 보면 자존감은 떨어질 것이다.

일감이 많으면 좋은 것이다. 삶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다고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렇게 잠시 짬을 내서 엄지로 쳐 본다. 그리고 또 잠시 짬을 내서 경을 외워 본다. 단 오분이라도 앉아서 좌선을 해 본다.

이 몸은 돈 버는 도구가 아니다. 이 몸은 자신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돈도 안되는 글쓰기를 하고 표도 안나는 경외우기도 하는 것이다.

인생을 원타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 즐기는 삶을 산다. 감각을 즐기는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즐기는 것이다. 인생이 한번뿐이라면 애써 힘들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즐기기 위해 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몸은 즐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생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내생과 윤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즐기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 몸은 즐기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이 몸은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요즘 일거리가 넘쳐 난다. 고소득자가 보기에는 하찮은 것이다. 그렇다고 일하는데 올인하지 않는다. 글도 쓰고, 경도 외우고, 좌선도하고, 행선도 한다. 바쁠 때 하면 더욱더 짜릿하다. 이 몸은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2021-12-21
담마다사 이병욱